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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와 소름마법사 2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로써 발터 뫼르스의 작품이 세 번째이다. 리뷰 안 쓰고 넘어간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은 살짜쿵 넘기고; 처음, '꿈꾸는 책들의 도시' 1권을 읽을 때만해도 이 작가 스타일이 도무지 읽히질 않아서 고생했더랬다. 그랬던 것이 2권을 읽으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은 술술 읽혔고, 이번 책은 그보다 더 빨리 읽혔다.(역자가 바뀌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두행숙씨가,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과 이 책은 이광일씨가 번역을 하였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차모니아로 들어가는 입문서였다면, 그 뒤에 나온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과 이 책은 어느 특정 지역의 어떤 인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에코와 소름마법사'는 발터 뫼르스가 아니라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주인공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작품을 번역하여 쓴 책을 표방하고 있으니, 이 곳이 이후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까. 전작들과 비교를 하자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보다는 '루모의 기적'과 닮아 있다고 말해야 겠다. 그러니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만큼 재미있기는 해도 '꿈꾸는 책들의 도시'만큼 감동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플롯도, 캐릭터도, 차모니아도, 여전히 재미있다.
방대한 모험 이야기이며, 일종의 영웅 소설과도 같은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도 재미있지만, 코양이 '에코'가 살아남기 위해 바둥대는 그 처절하고 소소하기까지 한 생존일기도 무시할 수 없게 재미있다.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은 정말 처절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야 하는데, 에코가 만들어내는 사건들은 어쩐지 좀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책 표지에 있는 카피,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 '깜찍한 모험' 그 자체인듯.) 그래도, 시종일관 이 코양이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고, 에코를 죽이려는 소름마법사마저 때때로 지나치게 마음에 들어서 갸웃거리게 만든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다 읽을 즈음에는 눈시울이 뜨뜻해져 있었는데, '루모'도 그렇고 '에코'도 그렇고,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모험을 끝냈을 때의 홀가분함이 있었고, 주인공에게 벌어진 일말의 비극이 사실은 그다지 큰 비극이 아니라는 점에서 '행복해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거국적 사명감이 아닌, 소소한 일상을 되찾은 점에서, 만족이라고 해야할까.
발터 뫼르스 특유의 장황한 판타지 세계에 대한 설명은 이제 익숙해져서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고, 그로테스크하고 전혀 예쁘지 않은 펜그림은 원래부터 좋아했고, 어이없는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오타는 그닥 비문이 나오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그래도 첫 페이지에서 '발터 뫼르스가 차모니아어에서 번역하고 삽화를 그리다'는 이왕이면 '차모니아어를'이라고 해줬으면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