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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방금, 책 뒤편에 적힌 출판사 블로그에 다녀오는 길이다. 너무 기본적인 단어에 오타가 나서- 잃다,와 오싹한,정도는 애교지 뭐. 문장 읽다 폭발해버린 '심령탐정 야쿠모'는 결국 5권이 나왔는데도 아직 4권을 끝내질 못한 걸.
거두절미하고, 취향이다.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하고, 기이하다. 출판사 블로그에 가보니, 작가의 성향이 '다크'와 '퓨어'로 갈린다는 것 같다. 이 책은 '다크' 계열. 그리고 나는, 이 작가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와 'GOTH'도 살 의향이 있다.
뭐, 작가가 78년 생이라는 거, 우리나라 나이로 열 일곱에 데뷔했다는 것 등 빈정상하는 것들은 잊어버리고, 장황한 스토리에 비해 결말에서 주인공의 심경 변화가 다소 허무하다는 것도 잊자. 이 소설은 그저 '왜?'와 '어째서?'를 살포시 접고 읽으면- 제법 찌르르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왜 살인을 하는 거지? 기억을 잃은 내가 잃기 전과 지금의 나 사이에서 괴리를 느꼈다면 어째서 기억을 찾은 나와 희미한 기억 속의 나 사이에서는 고통스럽지 않은거지? 상처가 아물면서 죽어버리는 것은 평생을 살아갈 생명 에너지를 치유하는데 써버렸기 때문일까? 상처가 아문 나미는 그 에너지를 다 쓴게 아닌걸까? 죽지 않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거지?
제목인 '암흑 동화'는 주인공이 쓰는 글에서 따온 것. 주인공이라고 해야할지. 이 사람의 본명이 밝혀지는 건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이니까. 어쨌든, 생명과 신과 그 외 복잡한 것들은 묻어두고라도 살아있는 것들, 특히 신체의 '변형'에 대한 끝없는 상상력을 읽을 수 있어 그 또한 즐거웠다.
줄거리 이야기를 후배에게 들려주었는데 그 아이가 갸우뚱 하여, 응 모티브는 영화 '아이' 같지,라고 선수를 쳤더랬는데, 눈을 이식 받고 유령을 본다,가 아니라 눈을 이식 받고 그 눈의 기억을 본다,가 맞다. 기억을 잃은 나미가 눈을 이식 받고 원래 주인의 기억을 보면서 그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끼는 것은 마치, 월광천녀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서서 읽든 앉아서 읽든, 시뻘건 표지에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봤다는 것. 여러모로 자극적인 책이었다.
덧, 나 이 작가, 삽화 그려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중증이야 이거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