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호는 가끔씩 깨어났지만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역겨운 냄새들은 무의식 속으로도 따라왔다. 젖은 빨래들, 상 위에서 상하기 시작한 음식들, 반짝반짝 빛나는 요강에서 흘러나온 냄새들이 뒤범벅된 채 어둠 속에서 부패해 가고 있었다. 연호는 그 안에서 자신도 함께 썩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170쪽
너 말고도 불행한 사람이 많다고 한 건 그 사람들을 이해하라는 말이 아니야. 그러면 좀 쉬워지니까, 그래서 좀 쉬워지라고 이야기해 준 거야.-213쪽
너, 남의 가슴 썩는 것보다 자기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는 말 알지? 느끼는 고통도 객관적이면 세상이 얼마나 더 억울하겠니. 그런데 안 그래. 가슴이 썩어 문드러지는 사람이나 손톱에 가시 찔린 사람이나 느끼는 아픔은 똑같아.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픈지는 그 사람들이랑 상관 없는 남들이나 알 수 있는거야.-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