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즈 지음, 용경식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2월
절판


"사실, 저는 사는 데 워낙 재주가 없다보니, 죽음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아마도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것에 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9쪽

구약의 전도서에는 "학문을 많이 쌓은 사람에게는 고통도 쌓여간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어린이들과 함게 교리문답에 가는 행복을 가져보지 못한 나로서는 공부의 위험을 미리 알지 못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정말 행운아들입니다. 어려서부터 지식의 위험을 경계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들은 평생 그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사람들은 행복합니다.-77쪽

물고기는 언제 비가 오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의 중국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지식인에게도 완벽하게 적용됩니다. 지식인은 스스로 똑똑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두뇌를 사용해서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석공은 손을 쓰지만 '어! 이 벽은 똑바르지 않군. 네가 이음 부분에 시멘트 넣는 것을 잊었던 거야"라고 자신에게 말할 때는 두뇌도 씁니다. 그러니까 노동과 이성 사이를 왕복합니다. 이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 지식인은 이런 왕복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이봐, 너는 착각을 하고 있어! 지구는 둥글어'라고 그의 손이 그에게 지적해주지는 않거든요. 지식인에게는 이렇게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옳은 의견을 가질 수 있따고 믿습니다. 지식인은 피아니스트와도 같아요. 어떤 피아니스트는 자기 손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포커나 복서나 신경외과의 그리고 화가까지도 당연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87쪽

우리가 보통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을 밝혀내기 위한 아이큐 테스트는 없습니다. 큐브릭에 대한 미셸 시망의 뛰어난 책에서, <풀 메탈 자켓>의 시나리오 작가 마카엘 에르가 한 말을 되새겨봅니다.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그들의 지성의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용기의 부재에서 나온다."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항은 대작들을 자주 접하고, 머리를 쓰고, 천재의 작품들을 읽는 것. 그런 활동이 지성인을 만든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성인이 될 위험성을 더 높여주는 것이 사실입니다.-88-89쪽

앙투안은 완벽한 멍청이가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지성을 삶이라는 혼합물 속에 녹아들어가게 하고, 늘 매사를 분석하고 철저히 껍질을 벗겨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되기를 희망했다.-93쪽

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열정을 바치면서도 이런 일들에는 무관심했어. 나는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려는 의도가 아니야. 다만 나는 연대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겠다는 거야. 그렇다. 이른바 '여론'이라는 위대한 정신에 공감을 표하겠다는 뜻이야. 나는 타인드로가 함께 있고 싶고,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그들처럼 그들 속에서 같은 일에 참여하고 싶은 것뿐이야.-95쪽

그렇다고 그가 환경운동가, 평화주의자, 국제주의자는 아니다. 다만 그는 자기 양심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생활 속에서 그의 활동은 도덕 개념의 산물이지, 정치적 신념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131쪽

의심이 너무 많은 그는 편파적인 판단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호를 경멸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정상성을 획득해가고 있는 중이므로 자신의 사회통합이 성공적인지 여부를 증명하기에 안성맞춤인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장소는 바로 맥도날드.
예전에는 결코 가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의 소굴이며, 기름기와 설탕 공급자이며, 생활패턴의 획일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생각했었다.-134쪽

자신이 인간관계에서 도덕적 원칙들을 지키는 희귀종 중 하나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어떤 신념이나 기쁨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 위해서, 무도덕성 속에 빠지고 싶어질 수 있다.-152쪽

돈, 성공, 확고한 기반을 가진 유명인사들과의 빈번한 교류. 이런 모든 요소들은 자신을 소모시키지 않게 해주었다. 이제 더이상 자신의 욕망, 도덕, 행동, 친구, 인생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것들을 이해하거나 연구할 필요도 없었다. 이러한 배경이 이 만능 열쇠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앙투안은 사회와 결혼한 대가를 받은 것이다.-158쪽

그녀는 힘을 사랑에 쓰는 편이 나을 거야. 감정만이 그녀와 같은 빈약한 육체를 초월하게 해줄 수 있으니까. 이런 속담 알아? 그녀는 우정용이지, 키스용은 아니다.-174쪽

"너는 왜 더이상 친구가 없어?"
"그들은 곰팡이 슬었어. 나는 그들이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몰랐었지. 거기에 주의를 해야 해. 내 친구들은 부패의 흔적을 보이기 시작했어. 몹시 역겨운 푸른 반점.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이 정말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어..."
(...)
"그래서 그들을 쓰레기통에 넣었어?"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어. 그들은 스스로 어리석은 삶 속으로 뛰어들었는걸."-211-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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