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올 에이지 클래식
낸시 가든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ANNIE ON MY MIND'라는 것을 떠올리고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조금 난감하다. 역자는 역자의 말에서조차 '작가는 동성애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 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제목은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이제 막 자신의 성 정체성에 고민하기 시작한 두 소녀의 이야기인만큼, 주제는 분명 '동성애'이다. 하지만, 어쩐지 충분히 자극적인 제목을 지어놓고 독자를 유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조금 의문점이 들기도 한다.
  지난 해 읽었던 '엠 아이 블루?'에 낸시 가든의 단편이 실려있었고(역시 여고생 둘이 학교에서 열린 행사를 통해 가족과 일반인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곳에서 이 작가의 처녀작을 소개하기로는 분명 '내 마음속의 애니'라고 하였기에, 사람 이름 외우는 데 쥐약인 나로서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무어,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해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편집장 탓인지, 번역자 탓인지(심지어 등단을 했다고 하는데도!) 맞춤법도 엉망인데다가 문맥상 맞지 않는 단어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일까나-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원 작품이 나온 1982년 당시에는 이 작품이 금서가 될 정도로 보수적인 사회였다,는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 책의 내용이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에 초점이 맞춰빌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도 사회는 성적 소수자에 대해 그다지 너그럽지 않은 터라 커밍아웃을 한 어른은 어린이 프로에 나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그 당시, 훌륭하지만 레즈비언인 여선생님은 사립학교 교단에 설 수 없는 것이다. 동성애자는 대학조차도 입학이 쉽지 않은 시대에 '감히' 동성애자 교사라니- 동성애자임이 밝혀져'버린' 리자가 입학허가가 난 MIT에 갈 수 없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것은, 아마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 중 하나였을 것이다.('사립학교 아이들'에서 한국계 여학생 '신준'처럼 동성애자임이 밝혀지고(뭐 반드시 그것때문은 아니었더라도 어찌되었든) 자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겠지.) 

  청소년들의 성정체성 고민에 대해 촘촘히 그려내고 있는데, 다소 아쉬웠던 것은, 커밍아웃(여기에서는 아웃팅이겠지만-) 이후의 이야기가 너무 빠르게 전개된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리자 본인이 얼떨떨한 상황에서 어른들끼리 알아서 처리해버렸을 테지만, 학교와 부모님께 알려진 '리자'의 고민만이 부각되고(물론 화자는 리자이니 당연하겠지만-) 커밍아웃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법한 '애니'의 고민은 묻혀버렸다.
  '리자'가 '애니'에게 편지를 하지 않은 6개월은 '리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정리하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그 기간 동안 '애니'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뭐, 아쉬운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고- 우리나라에서 점차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 소수자 이야기가 출판되고 있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환영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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