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경주 높새바람 16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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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을 손에 쥔 건 작년 6월, 그러니까- 이 책이 서점에 뿌려지기도 전, 국제 도서전이 열린 때였다. 마음 같아선 그 때 바로 읽고 싶었으나- 결국 해를 넘기고서야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왜이리 늦어졌느냐,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가 없었다. 다시 읽어보니 딱히 지루할 이유도 없는데 그때는 어째서인지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완전한 세계에 대해 '아현'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게 답답했는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판타지 모험 이야기는- 도저히 손을 뗄 겨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다 읽은 이 시점에서 '창비 어린이'에 실린 비평도 함께 읽게 되었다. 그 비평에서 이 시리즈에 대해 언급하기를, 소소한 결말을 위한 병렬적 구성 방식이 지루하다는 것과 '완전한 세계'가 어째서 '완전한 세계'인지 명확히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삼았다. 물론, 선택된 아이가 왜 그 아이인지 뚜렷한 이유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건의 당위성 측면에서 볼 때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유가 없기 때문에 바로' 판타지'인 게 아닐까. 그 아이들에게는 현실에서는 겪을 수 없는 일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판타지'가 필요했고, 완전한 세계에서는 고여있어 썩어가는 자신들의 세계를 위해 '불완전한 세계의 아이들'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나름 서로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판타지의 문이 열렸던 것이다. 
  또한, 전작에서 방대한 한 세계의 모든 나라에 대해 특정짓는 일을 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호수섬'이라는 한 나라에 집중해서 배경에 치우쳤던 전작에 비해 캐릭터에 더 비중을 두는 결과를 낳았다. '모험'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순차적이고, 병렬적인 구성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위험성은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이 아닐까 싶은데, '아로와 완전한 세계'에서도 '지팡이 경주'에서도 그 점은 무난히 피해가고 있다고 본다. 다만, 촘촘히 읽지 않으면 복선을 다 읽지 못하고 지나가는데(이것에는 분량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꾸준한 인내심을 요하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떠랴.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주인공에 동화되어 읽다보면, 흥미진진한 모험의 한 자락을 잡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을.

  '아로'가 '읽는이'로서 완전한 세계에 다녀오면서 '읽는이'가 '듣는이'라는 소소한 발견을 했다면, '아현'은 좀더 추상적인 깨달음을 얻고 온다. '불완전한 것'을 그저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것. 무엇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자신이 경험한 것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주를 한 아이들이 '함께 자란다'는 어쩐지 마음 따뜻한 결말이랄까. 
  전작에서 보여줬던 '진실'과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이 작품에서도 시종일관 묻고 있다. 상대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곧 그 사람과 진실로 마주서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 남매의 마지막 이야기는 판타지의 세계를 얼만큼 확장시켜줄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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