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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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이른 시각이지만 벌써 밖은 부옇게 밝아오고 있다. 이 시간에 읽는 책들은 항상, 감정이 휘몰아쳐서 잠들때까지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도록 만든다. 하지만, 내 감정의 동요가, '새벽'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창비에서 청소년 문학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첫번째가 작년, 단편집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현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손이 갈만한 그런 작품이다.  

  지난 해 '짜장면 불어요'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그런 재기발랄한 맛은 없다. 단편에서 보여주는 이야기 방식과 장편에서의 그것은 확연히 다르니 그럴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하지 않은 교실에서, 변화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익명성 뒤에 숨은 의도하지 않은 악의와 폭력성을 세심하게 잡은 것도, 칭찬해주고 싶다.

  교실 안에서,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그것으로 우리 사회를, 그리고 아이들의 문화와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작이라고 느껴진 점은, 주인공인 보라의 심리변화가 촘촘히 드러나 읽는 동안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군더더기 없는 문장 역시도 그것에 한 몫 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아무리 보라의 시점에서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그 작은 사회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어른의 모습이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변화무쌍한 아이들에 비해 어른들은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에 그친게 아닐까. 게다가, 아무리 장편이래도, 캐릭터도, 사건도 너무 많아 시선이 분산된다. 한 학급이 주인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제목이 '우리들의 스캔들'이지만, 그래도. 

  읽으며 문득문득 들었던 생각은, 역시나 죄책감이었다. 내 학창 시절에도 역시, 저런 교사는 있었고, 그런 학생도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2,30년 전에도 역시 같았으리라.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행동으로 보이라고 충동질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협박에 굴복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덧, 내가 아는 중딩들의 화법은, 확실히 책에서보다 훨씬 더 과격하다. 훗.
또 덧, 요즘 우후죽순 나오는 청소년 문학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살짝 혼란스럽지만, 동화를 읽다가 갑자기 테스나 죄와벌, 데미안을 읽어야 했던 내 청소년기의 독서를 바라본다면, 두 손 들고 반겨야 할 것 같다.(그렇다고 저것들이 재미없었다는 건 아니다. 그치만 소위, 갭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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