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시작을 어찌해야 할까 참 고민되는 책이다. 이제 정말 부인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는, 이 작가가 정말 좋다.

 

  20대 중반이라고, 이제는 빼도박도 못할 나이가 되었는데 난 여전히 성장소설을 좋아한다. 열심히 자라던 그 당시의 나를 떠올리는 것도 즐겁고, 그 때의 감성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또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몇 안 되는 아이들에게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지 모르겠다.

  그래,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읽었을지도.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길을 잃고 참 많이 아파했더랬다. 연호처럼 삶의 무게가 더께처럼 어깨에 얹혀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마음만 먹자면, 아주 손쉽게 꿈을 꿀 수 있었을텐데- 나는 마치 꿈을 거세당한 아이처럼 그렇게 살았었다. 물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반대하는 부모님께 나름 투쟁하면서 내 뜻대로 진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내 꿈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 길을 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꾸었던 최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난 내 20대를 기꺼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꿈을 꾸지 않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때때로 놀라곤 한다. 내가 처음 꿈을 꾸었던 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 후로 꿈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건 길도, 지도도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나는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으니까.

  준희처럼 자신의 아픔에만 몰두하여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여력도 없을 수 있고, 민기처럼 뿌리없는 열망으로 미적지근하게 꿈에 달려들 수도 있고, 현중이처럼 앞으로의 꿈을 위해 다른 재능을 포기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꿈찾기'는 그 나이에 올바르게 겪고 넘어가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청소년기에 길찾기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나는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평생 헤매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친구의 말처럼 '나' 의 아픔에만 신경쓰느라 '우리'의 아픔에 무덤덤했던 내 청소년기를 생각한다. 때때로 '나'의 아픔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덜 아플텐데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점점 아픔에 무뎌지는 건 굳이 청소년기에 시도하지 않아도 될 거란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연 아픔에 익숙해지게 될테니까. '나'의 아픔에 무뎌지면 '우리'의 아픔에도 무뎌질테니까. 그리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랄테니까.

  그러니, 기꺼이 꿈을 꾸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아파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작가는 책 말미에 '꿈을 꾸는 모든 청소년에게 이 책을 바치노라'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해줘야 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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