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의 숨어 있는 방 창비아동문고 228
황선미 지음, 김윤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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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미. 학원에서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가르칠 때 부던히도 많이 거론되었던 이름.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연극으로도 올랐으니- 아이들에게 동화 작가를 추천해줄 때 항상 앞에 나왔던 이름 중 한 명. 그런데도 난, 일을 그만둔지 8개월이 지나서야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았다. 원체 베스트셀러 따위 좋아하지 않는데다 끊임없이 그림 동화나 판타지 동화만 찾았으니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 또 쓸테지만 이금이 작가 역시도.

  헌데 이번에 창비를 통해 판타지 동화를 내었단다. 안 읽어볼 수야 없지.

  사실 이 작품을 '판타지 동화'라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판타지 동화의 대표작 '끝없는 이야기'나 '피터팬'처럼 완전히 다른 세계, 새로이 창조된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 '나온'과 나온과 등을 맞대고 있는 아이 '라온'의 서로 다른 세계가 혹은 시간이 맞닿아지는 부분만큼은 우리의 전통적인 판타지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전설의 고향이나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어려서 죽은 쌍둥이 동생이 자신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다른 쌍둥이 누나를 자신의 시간으로, 즉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서 누나의 병을 치료해주려는 것인지, 자신의 시간으로 데려오고 싶어하는 것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함께 있고 싶어한다는 것, 그래서 나온의 병이 점점 심해져간다는 것, 무언가 낌새를 챈 엄마가 라온의 남은 인형과 태 항아리를 태워 라온을 보내준다는 것. 어떤 아픔을 겪으며 분리되었던 가족이 다시금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며 나온이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것. 이 동화에서 얻을 수 있는 판타지 이면의 가슴 저린 이야기들이다.

  어찌보면 통속적이고 별 이야기 아닐 것 같은 이야기가(이건 순전히 온갖 매체에 찌든 어른의 화법이지만) 이 작가의 노련한 구성만큼은 당해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동화를 읽기 몇 주 전 서점에서 서서 읽은 '처음 가진 열쇠'에서 느꼈던 '향수'라던지 '애틋함'이 또 다른 방법으로 발현된다고 해야할까.(아 지금 생각하니 주인공 둘 다 아프구나. 이 작품에선 천식, 그 작품에선 폐결핵)

  사춘기 여자 아이의 가족 바라보기- 정도가 될까. 확실히 잘 읽히고 재미는 있었는데 게다가 끝부분에선 나름의 감동도 느꼈는데 뭔가 미적지근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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