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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을 잇는 바다
이요하라 신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6년 9월
평점 :
평범하게 시작된 글이 어느새 촉촉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들
때가 있다. 책 <파랑을 잇는 바다>가 나에겐 그런 책이었다.
총 다섯 편의 단편들을 통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마음” 이었다.
그 외에 떠오른 표현들은 ‘순수한 마음의 회복’ 과 ‘과거의 현재의 연결’
혹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 등이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마치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제대로 보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자라고 말하는 듯했다.
각 단편들의 주인공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역을 탐구하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또 돌보기 위해 노력한다. ‘나고 자란 곳을 사랑하는 각자만의 특별한 방법’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꼭 고향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머물고 인연을 맺고 알아가게
된 땅. 혹은 그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 인물들의 행동과 태도에 녹아있다.
누군가는 비극적인 과거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다른 누군가는 사라져 가는
생명을 보호한다.
단편 <꿈 빛깔 섬>의 아유미는 사랑하는 암석을 연구하기
위해 미시마 섬을 자주 방문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남지 미우라 고헤이는
특별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미시마토를 찾아 헤맨다.
과학자와 도예가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만났으나 이들은 서로를 금방
이해한다. 쉽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신념, 계산하지 않고 순수한 열정으로
한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은 서로를 많이 닮아있었다.
<늑대개 다이어리>에서는 사람에게 치인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산골로 들어온 마히로가 주인공이다. 친구가 된 아홉 살 다쿠미에게서
근처에 늑대를 보았다는 말을 듣게 되는 마히로. 사라진 늑대가 다시 나타난 걸까?
자유롭고 고고한 늑대개의 이미지가 이야기를 꽉 채우는 느낌
이었다. 동시에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자기 삶을 살아가려는 마히로의 의지도
동시에 느껴졌던 단편.
표제작 <파랑을 잇는 바다>에서 소녀 사쓰키는 붉은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개발로 인해서 어떤 생명은 살아갈 터전을 점점 잃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생명을 살피는 것 또한 내가 사는 곳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를 말하는 듯한 단편.
단편들 중에 가장 가슴 아프고 무겁게 다가온 작품은 바로 <기도의 파편>
이었다. 공무원 고데라는 마을 사람들이 꺼리는 한 빈집을 조사하다가
원자폭탄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들을 발견한다.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끔찍한 과거.. 그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애써
기록을 남긴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이 보이는 듯했다. 과거가 현재에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줬던 단편.
단편 소설집 <파랑을 잇는 바다> 의 감동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온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연결’을
이야기한다. 암석과 흙, 늑대와 거북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누군가 남긴 기록을 통해 과거와도 이어져 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곳에 깃든 생명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일.
그렇게 내가 있는 이곳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은 결국 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기도 하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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