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 - 2026 뉴베리 아너 수상작
오브리 하트먼 지음, 마르친 미노르 그림, 황세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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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존재는 영원히 한 계절만 살 순 없어.

영혼이 성장하려면 변화가 필요해!”



죽은 영혼들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죽다 만 여우 클레어와 우연히 그에게 닿게 된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오소리 생강 촉새와의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 <죽은 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 죽음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이기에 다소 스산한 느낌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러나 죽음뿐만 아니라 외로움, 학대, 자기혐오와 상실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두움도 다루기에 매우 입체적인 이야기라 느껴진다.



주인공 클레어는 어린 시절 로드킬을 당해서 저승길 목전까지 간 여우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간택을 받아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로 갈 곳을 찾지 못한 영혼들을 사후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저승은 평화계, 쾌락계, 발전계, 고통계라는 네 개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영혼들은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으로 간다. 그러나 가끔 고통계로 가야 할 악독한 영혼들이 반항하면서 클레어를 괴롭게 하기도 한다.



클레어는 자신의 외모를 좀 부끄러워한다. 사고로 인해 흉측해진 외형을 외알 안경이나 벨벳 코트 등으로 최대한 가린 채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킨 상태로 조용히 살아간다. 물론 자신을 이 길로 이끌어준 늙은 흰 여우 브릭베인이 절대로 죽은 나무숲을 벗어나선 안된다고 경고를 하긴 했다. 그러나 어쩄든 외로움을 장착한 채 타인의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서 짙은 고독도 느껴졌다.



그런 조용한 클레어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존재가 바로 ‘생강촉새’라는 기묘한 이름의 오소리 영혼. 산만하고 덜렁대는 이 오소리 영혼은 저승으로 보내는 족족 돌아온다. 영혼들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생강촉새를 위해서 큰마음을 먹은 클레어는 예언자를 찾아 고사리빛 숲으로의 모험을 떠나게 되고 거기서 오소리가 왜 어떤 세계에도 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엄청난 비밀이 드러나는데.....



착한 친구들이 서로 아껴주는 우정은 언제나 반갑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이 바로 클레어와 오소리의 관계. 처음에는 생강촉새를 귀찮아했던 클레어는 점점 이 발랄하고 엉뚱한 존재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알고 보면 둘 다 삶에서 얻은 깊은 상처라는 공통점이 있다. 클레어는 어릴 때 어머니에게 버려졌고 생강촉새는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한 과거가 있다. 상처받은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구원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진짜 말이 필요 없다. 이 책은 꼭,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내 말은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선사하는 상상의 세계는 놀랍도록 풍부하고 다채롭다. 주인공들의 우정은 웃기면서도 사랑스럽다. 그러면서 또 가슴 한구석을 먹먹하게 하는 슬픔과 외로움을 전달하는 책이다. 죽음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너무나 따뜻하고 다정한 책 <죽은 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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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
매트 존슨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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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외면하는 대가로 유지되는 기괴한 낙원,

우리는 이 거대한 거품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책 <보이지 않는 것들>은 읽는 사람의 배꼽을 잡는 소설이다. 마치 스탠드 업 코미디 무대에서 한 개그맨이 사회와 정치를 대놓고 조롱하고 풍자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뉴로어노크라는 가상의 세계가 지닌 사회적 모순과 정치적 분열 등을 아주 우스꽝스럽게 비틀면서 독자들을 웃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가상의 세계 ‘뉴로어로크’는 낯설기보다는 어딘가 익숙하게 다가온다.



줄거리를 말하자면, 인류 최초의 목성 유인 탐사선인 SS 딜레이니 호에 오른 사회학자 날리니 잭슨. 뛰어난 관찰력과 비상한 지능을 가진 그녀는 우주선 안의 승무원들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최고의 엘리트라 불리는 이 사람들은 밥 일당과 드웨인으로 대표되는 유치한 파벌싸움과 정치질에 몰두한다. 한편 지구에서는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납치된 전 부인을 구하기 위해서 체이스는 우주로 향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오래전부터 가끔 상상하던 내 머릿속의 기묘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 세상 전체가 사실은 외계인이 세운 거대한 실험장이나 세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라고 믿고 있겠지만 사실은 거대한 사회 실험 혹은 인류학적 연구 프로젝트 속에서 움직이는 피실험체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자꾸 떠올랐다.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에 지어진 거대한 돔 도시 ‘뉴로어노크’ 이곳은 노골적으로 독실한 기독교가 지배하는 한 미국의 남부 주를 풍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와 독실한 신앙심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는 곳. 사람들의 신앙심과 불안을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곳. 보이지 않는 힘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안락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침묵을 선택하는 바로 그곳.



이 책이 진짜 재미있는 이유는 우선 인물 묘사가 기가 막힌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갠다고 우주선에서 하던 짓을 그대로 반복하는 인간들. 사람들을 괴롭히고 정치질을 하던 밥과 그의 일당은 ‘뉴로어노크’에서도 권력층과 결탁해 기득권을 독차지하고 언론까지 통제한다. 날리니는 여전히 냉정하게 인간 사회를 관찰하고 아흐메드는 자기 살 길 찾기에 바쁘다. 반면 드웨인은 끝까지 모순과 불의에 맞서며 충돌한다. 결국 배경이 우주든 지구든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웃기면서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들은 희화화 기법과 냉소적 태도를 통해 우리 시대의 사회와 정치를 비판한다. 상당히 깊이 있고 철학적이며 지적인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실컷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엄청난 지식인이 무대 위에서 농담을 던지면서 인간 사회의 위선과 어리석음이라는 민낯을 드러내는 느낌이다.



자신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 어떤 규칙으로 세상이 움직이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곳 ‘뉴로어로크’ 그러나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책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 힘’ 사람들을 공중에 매달기도 하고 내던지며 공포를 자아내는 이 힘을 사람들은 ‘신의 힘’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한다. 이는 사람을로 하여금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침묵하면서 안락한 질서에 머무르기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독재 국가나 종교 단체에서 이런 인간 심리를 잘 이용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과연 ‘뉴로어로크’의 납치된 사람들과 딜레이니 호의 승무원들은 이곳을 탈출하여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읽다 보니 커트 보니것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체를 떠올리게 했단 책 <보이지 않는 것들> 이 소설은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정말 자유로운 존재일까?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과연 우리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시 더 거대한 존재가 이미 짜놓은 판 위에서 그동안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매우 독특한 유머감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SF 소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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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시절
양솽쯔 지음, 문현선 옮김 / 마티스블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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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1938 타이완 여행기>로 널리 알려진 양솽쯔 작가의 소설 <꽃 피는 시절>은 역사소설에 SF적 상상력인 타임슬립을 더해 아주 독특한 분위기의 서사를 빚어냈다. 과거 억압적인 분위기의 타이완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늘졌던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현대의 대만에서 살아가던 여대생 양신이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의 타이중에서 세력가였던 양씨 가문의 막내딸인 양쉐니, 혹은 쉐쯔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된 신이. 그녀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부잣집 막내딸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당시 대만은 전통과 관습의 힘이 매우 강했고 사람들은 체제와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던 시대였다. 감정이나 자유로운 선택보다는 집안의 질서와 체제 유지가 우선시되는 상황이었고, 특히 여성들은 가문을 유지하기 위한 존재처럼 여겨졌다. 결혼 역시 사랑보다는 철저한 이해관계와 전략 속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사회적으로 더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노골적으로 그려진다. 입양된 딸인 아란 고모나 화류계 출신으로 작은아버지의 첩이 된 추솽관의 모습을 통해 쉐쯔는 점점 깨닫게 된다. 자신의 처지도 결국 그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10년 동안 권세를 휘두르다 보니,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첩실로 사는 추솽관이나 양녀로 사는 아란 고모 같은 사람들. 아니, 틀렸어,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 나도 또한 그 가운데 한 사람이야.”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 여성들의 연대와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로맨틱한 감정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를 읊어주고 문학을 이야기하며 가까워지는 쉐쯔와 일본인 소녀 샤오짜오의 관계는 본토인과 내지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무색하게 갈수록 깊어진다. 결국 이 둘의 특별한 감정을 모두를 책임져야하는 쉐쯔가 현실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의지처가 된다.



미래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온 어리둥절한 소녀였던 쉐쯔는 현실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성장해 나간다. 이 부분은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물론 지역과 시대 등 배경은 아주 다르지만,불합리한 구조 속에서도 여성의 몸으로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모습이 닮아 있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 작품에서도 다양한 대만 전통 음식들이 등장한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과 상처를 위로하는 존재처럼 묘사된다. 여기에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대저택 ‘지여당’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더해지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100년 전 대만의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소설 <꽃 피는 시절>은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통해 매우 설득력 있고 현장감 있게 한 강인한 여성의 성장 그리고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시대적 억압 속에서 지워졌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내는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100년 전 대만의 고풍스러운 풍경 속에서, 한 소녀가 끝내 자신의 삶을 지켜내려 애쓰는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는 소설 <꽃 피는 시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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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구 대백과 - 600개 아이템으로 보는 문구 연대기
다쓰미출판 편집부 지음, 김소영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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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음으로 문구를 사랑하는 내게 <일본 문구 대백과>는 대단히 특별하게 다가왔다. 1895년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그때 그 시절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은 문구들이 이 책 안에 총집합되어 있다. 일본 사람들의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작은 ‘문구 박물관’ 같은 느낌도 든다. 글보다는 사진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지면으로 표현되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만년필 문화가 퍼졌고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문구들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용적이고 쓰기 편리해 보이는 제품들도 많지만 내 눈에는 상당히 창의적이고 기발해 보이는 제품들도 많았다. 애니메이션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알록달록한 색감에 장난감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들어간 문구들을 보다 보면 괜히 어린 시절 문방구 앞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기억까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시대별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제품들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보자면 우선 히말라야 원정대가 사용했다는 만년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카트리지 하나로 3만 2천 자를 쓸 수 있었다니! 이걸 만든 사람은 처음에 무슨 생각으로 개발한 걸까? 1960년대 ~ 80년대 문구들은 특히 일본만의 감성이 짙게 배여 나온다. 특히 소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을 지우개가 마음에 들었다. 지우개 안에 숨겨진 투탕카멘과 모아이 조각상이라니... 이거 완전히 방구석 유물 탐험 아닌가?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좀 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문구들이 상당히 보인다. 내가 문구 중에서도 특히 필기구를 사랑하다 보니 각종 볼펜과 만년필 등등 쓰기 좋고 특이한 설정의 필기구들의 향연에 정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91년도에 나온 비눗방울 볼펜에서부터 95년도에 나온 붓글씨를 쓸 수 있도록 만든 자체 설계 펜촉의 만년필 그리고 내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4색 볼펜과 샤프펜슬이 한 몸에 있는 제품까지... 언젠가 손에 넣고 싶은 제품들로 가득했기에 보는 즐거움으로 너무나 행복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손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렇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좋은 문구만 있으면 시간을 일부러 내서 구경하고 쇼핑을 할 정도로 문구를 사랑한다. 아직도 좋은 볼펜과 문구들은 나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것 같다. 아마도 문구류가 불러일으키는 어떤 아날로그 감성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일본 문구 대백과>는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책이었다. 문구 덕후라면 한 번쯤 꼭 펼쳐봐도 좋을 듯하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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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글래디에이터의 세계
스티븐 위즈덤 지음, 문성호 옮김, 앵거스 맥브라이드 일러스트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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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함성과 검투사들의 핏기 어린 굵은 땀방울 .. 그리고 세차게 이는 흙먼지. 책 <고대 로마 글래디에이터의 세계>는 나를 그 시대 그 장소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사실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로마 검투사의 이미지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연출된 것이기에 한계가 있다. 그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을지는 깊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지금의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와 비교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인한 경기를 치러야 했던 사람들이다.

이 책은 로마 제국에서 인기는 있었으나 비극적 아우라가 풍기는 ‘검투사의 진짜 일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어떤 사람들이 검투사가 되었는지에서부터 그들이 매일 받았던 훈련과 무기 그리고 주거 환경까지 마치 코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복원해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과 그림 그리고 사진의 비율이 균형감 있게 실려 있어서 독자가 지루해지지 않고 책에 몰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의 생생함은 사진들과 일러스트들에서 비롯된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로마의 유물 사진들은 상상 속의 공간에서만 살아있던 이 검투사들의 삶에 대한 역사적 신빙성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고 실제 검투사들의 모습과 그들의 결투 상황과 장소 등을 상상하여 그린 풍부한 컬러 일러스트는 당시 투기장을 아주 드라마틱 하게 살려낸다. 실제 경기가 열렸던 유적지와 검투사의 모습을 한 동상 등등 다양한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당시의 떠들썩하면서도 잔인했던 “살육 엔터테인먼트 현장”의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당시 검투사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 이들은 본인의 의지라기 보다 대부분 노예이거나 죄인들이라 잡혀오거나 팔려온 케이스였다. 나는 이들을 보면서 문득 일본 스모 선수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경기를 위해 잔인할 정도로 몸을 불리고 성공하면 막대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점... 물론 잔인한 현실에 놓였던 검투사와 비교 자체를 할 순 없겠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문득 전생에 내가 검투사였다면? 이런 생각이 들면서 화려한 광기 뒤에 가려져있던 검투사들의 심리 상태가 궁금했다. 책 110쪽에는 검투사의 ‘심리’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이 나온다. 끊임없이 죽음을 마주해야 했던 이들은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간절하게 신을 모셨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 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기를 바랐던 심리가 아니었을지?

누가 나에게 억만금을 줄 테니 하루만 검투사를 해보라고 한다면? 절대로 ‘안된다’라고 할 것 같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경기도 경기지만 훈련 자체도 엄청나게 가혹했던 것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경기 전에 미리 검투사들의 투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속셈으로 보였다. 책 <고대 로마 글래디에이터의 세계>를 역사에 관심이 많고 주로 로마 시대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더불어 검투사들이 나오는 드라마에 열광했던 분들에게도 동시에 추천한다. 오직 높으신 분들의 오락 요소로 소비되었던 검투사들.... 화려한 환호와 피비린내 속에서 살아야 했던 검투사들.. 다시 한번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면이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였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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