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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구 대백과 - 600개 아이템으로 보는 문구 연대기
다쓰미출판 편집부 지음, 김소영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5월
평점 :
책 다음으로 문구를 사랑하는 내게 <일본 문구 대백과>는 대단히 특별하게 다가왔다. 1895년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그때 그 시절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은 문구들이 이 책 안에 총집합되어 있다. 일본 사람들의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작은 ‘문구 박물관’ 같은 느낌도 든다. 글보다는 사진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지면으로 표현되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만년필 문화가 퍼졌고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문구들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용적이고 쓰기 편리해 보이는 제품들도 많지만 내 눈에는 상당히 창의적이고 기발해 보이는 제품들도 많았다. 애니메이션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알록달록한 색감에 장난감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들어간 문구들을 보다 보면 괜히 어린 시절 문방구 앞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기억까지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시대별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제품들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보자면 우선 히말라야 원정대가 사용했다는 만년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카트리지 하나로 3만 2천 자를 쓸 수 있었다니! 이걸 만든 사람은 처음에 무슨 생각으로 개발한 걸까? 1960년대 ~ 80년대 문구들은 특히 일본만의 감성이 짙게 배여 나온다. 특히 소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을 지우개가 마음에 들었다. 지우개 안에 숨겨진 투탕카멘과 모아이 조각상이라니... 이거 완전히 방구석 유물 탐험 아닌가?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좀 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문구들이 상당히 보인다. 내가 문구 중에서도 특히 필기구를 사랑하다 보니 각종 볼펜과 만년필 등등 쓰기 좋고 특이한 설정의 필기구들의 향연에 정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91년도에 나온 비눗방울 볼펜에서부터 95년도에 나온 붓글씨를 쓸 수 있도록 만든 자체 설계 펜촉의 만년필 그리고 내가 요즘 자주 사용하는 4색 볼펜과 샤프펜슬이 한 몸에 있는 제품까지... 언젠가 손에 넣고 싶은 제품들로 가득했기에 보는 즐거움으로 너무나 행복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손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렇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좋은 문구만 있으면 시간을 일부러 내서 구경하고 쇼핑을 할 정도로 문구를 사랑한다. 아직도 좋은 볼펜과 문구들은 나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것 같다. 아마도 문구류가 불러일으키는 어떤 아날로그 감성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일본 문구 대백과>는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책이었다. 문구 덕후라면 한 번쯤 꼭 펼쳐봐도 좋을 듯하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