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섹스/라이프
BB 이스턴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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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생을 살고 싶은 와이프의 [ 남편 고쳐쓰기 프로젝트 ] "

이 책은 솔직 발랄한 한 여인네의 1인 토크쇼와 같은데 정말 웃긴다. 시작부터 빵빵 터진다. 속사포 랩을 쏘듯이 진지함과 농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는 주인공 bb 이스턴.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게 과연 실화인가? 일기처럼 써내려가는 자기 고백은, 비록 문화는 다르지만 결혼한 여인네들의 공감을 100% 이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들기 시작하면 내려놓을 수 없는 몰입감이 최고인 책이다.

주인공은 그 누구라도 부러워할만한 조각같은 몸매와 얼굴을 가진, 거기에 인성까지 좋은 남편 켄과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이성적이고 금욕적이어서 마치 로봇같은 켄 ( 그래서 남편봇이라 부름 ) 에게 열정이나 로맨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되지 않는다. 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로맨스 혹은 데이트는 영화를 함께 본 후 같은 소파에서 잠드는 것 정도? 야성녀 아이비처럼 열정이 끓어넘치는 주인공 비비의 성에 찰 리가 없다. 독자들 중에 결혼 몇 년 차 되는 분들 이면 다 그녀 마음이 이해가 될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래도 인성 갑인 켄을 사랑하는 아내인 비비는, 그냥 대리만족을 위해서 자신을 스쳐갔던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남편봇 ( 켄을 남편 로봇이라고 부름 ) 이 자신의 일기를 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비비. 결혼 생활에 대한 하소연과 욕이 가득 담긴,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 일기를 읽고 남편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화를 내며 이혼 요구를 할 것인가? 아니면 무릎꿇고 그 동안의 자신의 행테에 반성을 할 것인가? 반응은 후자! 켄이 비비가 쓴 일기를 읽고 조금씩 자신의 변화시키기 시작한 것. 너무나 엄격하고 금욕적이고 이성적인 남편봇 켄......... 과연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아내의 화려한 과거와 거친 언사가 솔직하다 못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일기를 읽으면 보통 남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깜짝 놀라서 아내를 다그치거나 할텐데 역시 비비의 남편 켄은 진중한 남편이다. 아내의 일기를 몰래 훔쳐읽는 모범 남편이 열정적으로 변하도록 노력한다는 주제 그 자체가 너무 흥미진진하지만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bb 이스턴의 놀라운 필력 덕분에 더 재미가 넘친다. 어떤 문화에 속했느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연애 흑역사는 있지 않은가? 그것도 아주 골 때리는 사람들에게 혼쭐난 경험이 있다면 아 마 이 책에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노 조절 장애에 걸린 듯한 스킨헤드를 만난 이야기부터, 감성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 넘치는 록스타까지 그녀는 정말 다양한 골때리는 인간들을 만났던 것이다. 특히 온 몸에 문신을 새겼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정말 괴상하기까지 했다. ( 이건 문화적 차이인가? ) 십대 후반 청소년 시절이나 대학생 신입 시절, 돌아이 같은 남자 친구를 한번이라도 만나본 독자라면 비비의 이야기에 함께 깔깔거리며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비비는 좀 특이한 상상력? 괴상한 유머감각의 소유자이다. 그녀의 유머감각에 공감한다면 당신도 혹시 돌...+ 아이...?

어쨌거나 저쨌거나 너무 이성적이어서 로봇같은 남편 변화 시키기 프로젝트는 쭉 계속된다.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이와 분륜을 저지른다거나 뭐 이런 내용이 아니라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다.. 라는 말이 있는데, 고쳐 쓸 수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바로 켄과 같은 경우? 이제 비비는 결혼 생활에 100% 만족할 것인가? 혹시 속편이 나올 것인지가 대단히 궁금해지는 책 [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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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족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4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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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도 눈물도 없이, 가족을 인류처럼 사랑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남보다도 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공동체를 우선시하고 가족의 화목을 장려하는 단일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지는 이야기가 한번씩 등장한다. 몇 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알고보니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이 작정하고 며느리에게 사기를 쳤다던가, 특정 연예인의 부모들은 부끄러운줄 모르고 자식들의 등에 빨대를 꽂고 쪽쪽 빨아먹는다. 토크쇼에 나와서 자신의 어린 시절 – 가족들을 먹여살리던 시절 –을 울면서 고백하는 연예인들을 보고 있자면, 가족이 아니라 웬수라는 말이 저로 나온다.

정말 화목한 가족들도 많이 있겠지만, 이와 같이 대한민국 그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가족과 관련된 억울하거나 한맺힌 사연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단편 소설집 [ 어쩌다 가족 ] 은 정말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집 마련을 위해 잠시 편법으로 맺어지는 가족, 혈연이 아니라 말 그대로 피를 통해 가족으로 맺어질 뻔한 이야기 그리고 죽이고 싶은 부모를 둔 두 딸의 이야기까지............ 작가의 재기발랄한 필력으로 빚어진 여러 가족들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본다.

단편 [ 어쩌다 가족 ] 에서는 법을 살짝 역이용해서 아파트 계약 당첨을 해보려는 한국 커플과 이민 사기를 당해서 거리에 내앉을 뻔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지낼 곳을 구하게 된 한 우크라이나 가족이 등장한다.

“ 올해부터 보다 많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특별공급 청약기회가 제공됩니다 ”

“ 신혼부부 특공은 7년 이내이며 생애 한번뿐인 기회, 현명하게 써야.”

오직 7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 부부와 다자녀 가족에게 돌아가는 아파트 청약의 기회. 혼인 신고를 한지 정확하게 7년하고도 한 달이 지난 유정과 성태는 난감하기만 하다. 전세 만기일은 다가오고 있고, 이번에도 우리집 마련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인가?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유정에게 다시 신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위장 이혼과 다른 사람과의 위장 재혼. 그들은 서울에서 이민 사기를 당한 빅토르와 루드밀라 부부를 만나게 되고, 빅토르와 유정 그리고 성태와 루드밀라가 부부 연기를 시작하게 되는데.. . 그들은 과연 조사관의 눈을 속이고 아파트 당첨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을까?

단편 [ 피도 눈물도 없이 ] 에는 소위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오직 몸뚱이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한 젊은이가 등장한다. 사업 실패로 인한 많은 빚 때문에 매일 매일 이자 갚기에 급급했던 그 젊은이에게 사채업자들은 신장 하나를 팔아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여자는 바로 500년 넘게 살았다는 선녀. ( 알고보니 뱀파이어 ) 그녀는 창백한 얼굴에 선지 ( 소피 ) 만 먹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녀는 빚에 몰린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권속 ( 직속부하, 즉 같은 뱀파이어 ) 이 되는 것. 그러나 만약 500년 된 그녀의 가슴에 말뚝이 박히는 일이 생긴다면 권속은 바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데, 과연 그의 선택은?

단편 [ 가족의 발견 ]은 내가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이야기이다. 코피노인 미셸은 30년만에 아버지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왔는데, 아버지란 사람을 찾고 보니, 공장에서 일하는 미셸에게 허구헌날 돈 빌리러 오는 구차한 인물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이복자매인 인선을 만나게 되는 미셸. 인선 또한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아버지 밑에서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 아버지 얼굴만 봐도 치가 떨리는 인선은 미셸의 귀에 솔깃하지만 끔찍한 제안을 속삭이는데..... [ 델마와 루이스 ] 를 떠올리게 만드는 끝장면이 아찔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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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대접 받는 아이는 커서 푸대접 받는 아내가 된다 "

[ 가족의 발견 ] 속에 이 문장이 나온다. 핑거스미스에 나오는 대사라는데 ( 아직 못 읽음 )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데 있어서 가족의 영향력, 특히 부모의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본다.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가족보다는 차라리 남으로 만나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더 나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현대 사회가 오히려 웬수같은 가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 김하율님의 재기발랄함이 빚어낸 유쾌한 상상력 [ 어쩌다 가족 ] 은 이 시대의 진정한 가족이란 뭔지 돌아보게 해주는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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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로리 - 새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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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박스에서 보면 안되는 생명체의 존재가 드디어 밝혀지는 건가요? 인간 심리를 극한까지 몰아붙였던 영화 버드박스의 후속작과 더불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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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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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시체들의 땅이야. 첫번째 밤 이후로 여긴 법이 없어.

좀비를 죽이기만 하면 그뿐이야 "

나는 좀비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 부산행 ], [ 워킹데드], [ 킹덤 ] 등등 좀비가 나오는 영화는 가리지 않고 다 봤다. 하지만 좀비 소설이라... 그것도 영 어덜트 소설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 전에 읽었던 영 어덜트 소설들이 ( 메이즈 러너, 헝거게임 ) 별로 크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웬걸! 이야기가 술술 풀리면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잔인한 좀비물을 생각하고 읽으면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좀비물을 가장한 가족소설 혹은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좀비떼로 인해 처참한 지경에 이른 미국을 다루고 있다. 갑작스러운 좀비떼의 공격으로 미국 대부분의 지역이 황폐화되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대한 울타리를 친 작은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주인공 베니 이무라는 좀비에게 당해서 살해당하고 좀비가 되어버린 부모를 바깥 세상에 두고 있고 배다른 형인 톰 이무라 ( 좀비 사냥꾼 ) 과 함께 살고 있다. 베니는 배다른 형인 톰을 겁쟁이라 부르며 무시하고 있지만, 어쨌든 형과 함께 좀비를 사냥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맞서 싸워야할 대상이 좀비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깥 세상에는 그것들보다 더 큰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영 어덜트 소설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이 책은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기대할만한 요소로 가득하다. 물론 잔혹하고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이 있고, 의외로 차분하고 조용히 흘러가는 부분도 있다. 뭐랄까? 서로 오해를 하던 가족들이 마침내 서로를 끌어안으며 용서할 때 느끼는 감동이 있다고 할까? 살아남은 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좀비떼를 물리치러 나가는 전사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친구, 가족, 연인 등등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더욱 더 다루는 소설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일관되게 형을 무시했던 베니가 형을 이해하면서 마음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 외에도 좋았던 것은, 등장인물들과 상황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사고를 당해서 가족을 잃었거나 실연을 했거나 어쨌건 간에, 모든 인간들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트라우마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충분히 치료할 만한 휴식기를 가지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책 속의 사람들은 좀비떼의 습격 이후에 살아남는데 급급하여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만한, 그리고 죽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슬픔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예전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그리고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베니와 톰 이무라 형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과연 무엇이고, 그들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 어떤 좀비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했고 감동이 넘쳤던 소설 [ 시체와 폐허의 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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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감자 1
감자 지음 / 더오리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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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저는 돈 많은 돼지보다 돈 없는 소크라테스가 되겠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가 아주 큽니다. 거대한 산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죠. 취업할 만한 곳은 정해져있고, 더더군다나 괜찮은 자리는 얼마 없는데, 청년들은 이상과 꿈을 가득 품은 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곤 사회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게 되죠. 저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갔을 때도 그 괴리감에 조금 방황했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방황은 방황도 아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맞닥뜨린 현실은... 그야말로 처참했죠.

이 책 [ 직장인 감자 1,2 ] 권의 주인공 감자씨도 해맑은 얼굴로, 희망에 부푼 가슴을 안고 대학을 졸업했을 겁니다. 인테리어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감자씨는, 방송국에 가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방송 아카데미를 다닙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요. 희망이 있었거든요. 방송국에 취직해서 삐까뻔쩍한 프로그램 하나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겠다... 라구요.

아카데미에서 소개해 준 감자씨는 작은 프로덕션에 인턴으로 취업하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아주 맵고 짠 진짜 쌩 사회 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작으나마 월급이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멍게 사장님 ( 뭔가 항상 불만에 가득 찬 표정이 압권 ) 은 썩소와 비웃음을 날리며 인턴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합니다.

“ 저는 인턴 월급이 따로 지급된다고 알고 있는데.... 여쭤보고 싶어서요. ”

“ 뭐...? 월급...? ”

“ 야, 내가 부탁받아서 너희 받아주는 건데 점심이라고 먹여 주는 거에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실망한 채 울며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감자씨의 동그란 얼굴이 애처롭게만 보인다. 옛말에 고추보다 매운 시집살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젠 청양고추보다 백배 매운 인턴살이라는 말이 나와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문제는 월급이 없다는 것만이 아니었어요. 멍게 대표는 ( 이 만화책에 등장인물들은 모두 채소 – 홍당무 / 아니면 견과류 – 땅콩, 도토리 / 아니면 해물 – 멍게 로 표현되는데 희한하게 그 모습에서 성격이 드러난다 ) 은근 슬쩍 여성 사원들의 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중국 바이어들을 대접하는 과정에서 통역사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는 등, 성 인지 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행동을 보입니다.

" 살 좀 빼! 감자씨! 궁둥이 엄청 크네!!! "

" 도토리씨! 처녀가 어떻게 배가 불러 ?"

" 아, 설마 임신했어? 그럼 해고야, 해고! 넝담~ "



꾸역꾸역 이 프로덕션을 다니고 있던 감자씨는 한 작은 방송국에 있는 피에로 PD 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되고 당장 그만두게 되는데... 감자씨는 새로운 방송국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날 수 있을까요?

한국 청년들의 전쟁같은 취업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준 것 같은 만화책이었습니다. 그림체도 너무 귀엽고 감자 작가님의 재치가 더해져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우리나라 청년들을 보고 있자니, 나의 정말 거지같던 20대가 떠오르더군요. 다른 친구들은 집안의 지원을 받아서 임용고시에, 공무원 준비 등등을 했는데, 저는 동생 ( 지금은 의사가 되었지요 ) 등록금 보태느라 학원일을 시작했었거든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약간 머리가 이상한 원숭이같은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쳤답니다. ㅋㅋㅋㅋㅋ 몇십만원 받고 그 참.. 욕이 나올 뻔 했네요. 어쨌든 이 책은 정말 큰 공감을 자아냅니다.

취업 전쟁에 뛰어들어 가까스로 취업을 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 ( 짜디 짠 월급, 탄력 근무제 - 말하자면, 야근이 하도 많아서 집에 못간다는 말...등등 ) 을 보여주는 책이었어요. 비단 방송계의 현실만이 아닐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은 중요합니다. 중요하죠. 그러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 이거 좀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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