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 여기는 시체들의 땅이야. 첫번째 밤 이후로 여긴 법이 없어.

좀비를 죽이기만 하면 그뿐이야 "

나는 좀비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 부산행 ], [ 워킹데드], [ 킹덤 ] 등등 좀비가 나오는 영화는 가리지 않고 다 봤다. 하지만 좀비 소설이라... 그것도 영 어덜트 소설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 전에 읽었던 영 어덜트 소설들이 ( 메이즈 러너, 헝거게임 ) 별로 크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웬걸! 이야기가 술술 풀리면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잔인한 좀비물을 생각하고 읽으면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좀비물을 가장한 가족소설 혹은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좀비떼로 인해 처참한 지경에 이른 미국을 다루고 있다. 갑작스러운 좀비떼의 공격으로 미국 대부분의 지역이 황폐화되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대한 울타리를 친 작은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주인공 베니 이무라는 좀비에게 당해서 살해당하고 좀비가 되어버린 부모를 바깥 세상에 두고 있고 배다른 형인 톰 이무라 ( 좀비 사냥꾼 ) 과 함께 살고 있다. 베니는 배다른 형인 톰을 겁쟁이라 부르며 무시하고 있지만, 어쨌든 형과 함께 좀비를 사냥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맞서 싸워야할 대상이 좀비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깥 세상에는 그것들보다 더 큰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영 어덜트 소설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이 책은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기대할만한 요소로 가득하다. 물론 잔혹하고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이 있고, 의외로 차분하고 조용히 흘러가는 부분도 있다. 뭐랄까? 서로 오해를 하던 가족들이 마침내 서로를 끌어안으며 용서할 때 느끼는 감동이 있다고 할까? 살아남은 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좀비떼를 물리치러 나가는 전사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친구, 가족, 연인 등등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더욱 더 다루는 소설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일관되게 형을 무시했던 베니가 형을 이해하면서 마음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 외에도 좋았던 것은, 등장인물들과 상황이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사고를 당해서 가족을 잃었거나 실연을 했거나 어쨌건 간에, 모든 인간들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트라우마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충분히 치료할 만한 휴식기를 가지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책 속의 사람들은 좀비떼의 습격 이후에 살아남는데 급급하여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만한, 그리고 죽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슬픔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예전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그리고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베니와 톰 이무라 형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과연 무엇이고, 그들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 어떤 좀비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했고 감동이 넘쳤던 소설 [ 시체와 폐허의 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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