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스토리텔링 사전 - 창작자에게 영감을 줄 신화, 고전, 법칙 110
야마키타 아쓰시 지음, 유태선 옮김 / 요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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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조연, 적, 이야기의 모티브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오랫동안 살아남은 신화와 고전 명작을 특징짓는 요소를 알면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어릴 때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물에 푹 빠져 본 경험, 모두들 한번은 있을 것이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나도 모르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 판타지 세계로 건너가 여러 모험을 하고 친구들을 악의 무리에서 구해낸다는 설정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많은 독자들을 해리 포터의 세계에 빠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상상의 세계가 주는 힘을 먹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바탕으로 지어진 소설, 영화라도 어느 정도는 상상의 세계가 등장해야 재미있는 걸 보면 우리 인간은 현실을 넘어서는 세상이 있다는 걸 믿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인류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판타지물에 열광하고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판타지 스토리텔링 사전]은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독자에서부터 직접 쓰고자 하는 창작자까지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판타지 스토리텔링 사전]의 부제는 창작자에게 영감을 줄 신화, 고전 법칙 110이다. 이 책은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은 고전 명작과 신화 등에 등장하는 각각의 특징들을 추출해서 그 의미를 풀어주고 그것을 다른 이야기에 어떻게 끌어다 쓸지를 알려주고 있다. 우선 앞장에는 여러 유명한 주인공들의 인물상과 행동에 대한 자료가 실려 있다. .

" 두 경우 모두 앨리스가 모험을 떠날 필연성은 없습니다.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거나, 문득해보았다는 별거 아닌 동기에서 시작되어 엉뚱한 일에 휘말린 것입니다. 약간의 호기심, 약간의 모험심에서 시작된 일이 어느새 큰 사건이 된다는 설정은 많은 명작에서도 사용됩니다 "

" 아서왕은 이야기에서 ' 시련을 딛고 위대한 자가 된다 ', ' 평범한 아이에게 사실은 위대한 자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3대 영웅의 조건을 모두 실현한 인물입니다. 심지어 '영웅이 민족의 원한을 풀어준다'라는 것까지 이뤄냅니다 "

1장과 2장은 각각 주인공의 인물상과 주인공의 행동을 다루는 부분이다. 1장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인물상에서 내 눈에 익숙했던 캐릭터는 역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주인공 앨리스와 아서왕이었다. 앨리스는 우연히 모험을 하게 되는 주인공이 모험을 통해 성장하여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쪽이라고 하면, 아서왕은 평범했던 인물이 위대한 사람이 된다는 것과 영웅은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명제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캐릭터가 어떤 이야기를 이끌건 간에, 앨리스와 아서왕은 다양한 판타지물 주인공의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도 없을 것이다.

" 로키는 신들에게 배신자로 여겨집니다. 신들은 신에 대한 여러 악행도 로키라면 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다만 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도 하고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기에 그의 악행을 용서합니다 "

다른 장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흥미로운 장은 바로 4장 매력적인 적 부분이었다. 요즘 소설의 경향은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 빌런 " 이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승부수를 두는 쪽이다. 물론 주인공이 착하고 멋있고 긍정적이고 다 아는데,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 빌런 " 이 얼마나 개성 있고 독특하냐에 따라 인기가 갈리는 것 같다. 매력적인 " 빌런 "이라고 하면 역시 로키가 아니겠는가? 로키는 신족과 거인족 사이에서 태어난 일종의 혼혈신인데, 평소에는 익살꾼으로 행동하며 장난을 주로 치는 쪽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때려서 큰 피해를 입힌다. 북유럽 신화를 다룬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익살꾼 " 로키 "이고 그의 어둠이 토르의 환한 빛을 가릴 때마다 관객들이 흥분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판타지 이야기의 구성을 알고 싶은가? 판타지물을 스스로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 " 판타지 스토리텔링 사전 " 을 반드시 읽고 시작해야 한다. 캐릭터부터 이야기 모티브까지 아주 친절하게 집대성되어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판타지 스토리텔링 사전 "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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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스 파이터즈 안전가옥 쇼-트 19
전삼혜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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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와 정신력으로 사진을 찍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의 세상! 위치스 파이터즈가 그리는 환상적인 세상을 읽게 되었다. 비록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저 너머의 세상, 판타지 월드를 그리고 있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갓 스무 살이 된 예비 마녀 보라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일반인과 똑같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인 미카엘라와 윤세이는 그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한번은 겪고 지나가는 성장통 혹은 고민을 진하게 경험하게 된다.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아직 마녀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한 예비 마녀 보라는 현재 한창 진로를 고민 중이다. 겨우 합격하긴 했으나 정을 붙이기가 너무 힘든 대학. 그래서 보라는 예비 마녀 기간을 1년 더 연장한 상황이다. 이 세계에서 자신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자신만의 특기와 개성을 가진 능력 있는 마녀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보라.

최근 초능력자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저주 용품이 팔리고 있음을 알게 되는 마녀들. 그들은 주술 용품을 배달하긴 하지만 동시에 저주로 인한 피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스승과 제자처럼 서로 엮인 마녀임에도 불구하고 윤정은 더 이상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되고, 그 말은 이제 보라가 홀로서기를 하거나 함께 할 다른 마녀를 찾아야 한다는 뜻?!

한편, [그 초능력자들의 사춘기]라는 연작 단편에는 김앤장 드림학교라는, 초능력자들을 위함 기숙사 학교가 나오고 그 학교에 다니는 미카엘라와 세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카엘라는 굉장한 미모를 가진 남학생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팬들이 꼬이는 존재이다. 미카엘라와 어릴 적부터 친해서 항상 붙어 다니는 윤세아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학생들의 질투와 시기의 대상으로 그녀에게 요즘 이상한 물건들이 배달된다.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게 되는 세이, 설상가상으로 부모의 이혼 문제로 속상한 미카엘라는 자신의 내면으로 숨어버려서 세이에게 관심을 끊어버린다. 더 이상 우정을 지켜나갈 수 없다는 생각한 좌절한 세이와 가정 문제로 방황하는 미카엘라를 본 유월 선생님은 그들에게 학교 방범대 활동을 추천하지만 오히려 그 활동이 그들에게 독이 되고 마는데....

[위치스 파이터즈]를 읽다 보니 나의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특히 친구들과의 우정 문제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청소년기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을 이제 스스로가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던 대학 시절. 어찌어찌해서 그 어려운 고비들을 다 넘은 어른이 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힘들었던 과정을 어떻게 넘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이 소설은 삶에서 힘든 일을 겪으며 넘어지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 도와가며 성숙해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찾아낸 마녀 보라, 그리고 더욱더 단단해진 우정을 맺게 된 미카엘라와 세이의 성장 스토리 [위치스 파이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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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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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착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믿으니까, 작은 것들의 위대함을.

사이다처럼 청량하고 호숫가처럼 맑은 소설을 만났다.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소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이 바로 그러한 소설이다. 정보국 출신의 스파이가 등장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지긴 하지만 그다지 긴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에는 이나와시 호숫가라는 접점이 있는 두 세계가 나타나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주인공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도와준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간다는 주제를 말하는 듯한 예쁜 소설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작가가 음악 축제를 위한 썼다는 첫 번째 단편 소설은 장장 7년에 걸쳐서 매년 단편 소설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장편 소설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로맨틱 코미디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모험 소설 같기도 하지만, 사실 이 소설은 음악 소설이라고 한다. 축제에 등장했던 일본 밴드들의 노래 가사들이 고스란히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좋은 노래를 듣다 보면 노래 속 주인공들의 삶이 그려지기도 하지 않는가? 소설을 읽다 보니 인용된 노래들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첫 부분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알쏭달쏭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하루토라는 이름의 정보국 요원이 등장하더니, 아버지와 친구들의 폭력에 쫓기는 한 소년을 구해준다. 둘은 도망치기 위해서 엔진이 없는 글라이더에 올라탔는데, 엔진이 없지만 어찌어찌 하늘을 날게 된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다른 세계,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평범한 남자 마쓰미사는 여자친구로부터 " 엔진이 없는 비행기 " 즉 추진력 하나 없는 글라이더 같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별 통보를 받게 된다. 충격을 받은 그는 이나와시 호숫가로 차를 몰고 와서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다가 " 엔진을 단 사람 " 이 되자라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그런데,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이렇게 따뜻하고 귀여운 소설이 다 있을까? 싶다. 대지진으로 황폐해진 도호쿠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서 매년 개최된 음악 축제 오하라 ☆ 브레이크. 첫 번째 단편은 이 음악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책자에 실렸다고 한다. 아마도 한 밴드의 노래 가사인 " 연료 탱크 지도 내비게이션 처음부터 없어 끝까지 / 옆에서 보면 그야 테평하지 / 하지만 아슬아슬해 " " 낮은 채로 언제까지나 내릴 장소 찾았지 / 찾다 보니 멀리 갔지 " " 엔진이 없어서 조용하지 / 이젠 아무 문제도 없어 / 가자 떠올라서 가자 "에서 비롯된 소설인 것으로 보인다. 7년에 걸쳐 이어지는 연작 소설에서 엔진이 없어서 한심했던 남자는 연인을 만나고 하루토와 소년은 양쪽 세계를 넘나들며 모험을 한다. 그런데 그들이 위기 상황에 처할 때마다 서로의 세계가 겹쳐지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데...

역시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소설이다. 자칫하면 심각하고 진지해질 뻔한 대목에서도 솜사탕 같은 가벼움이 터진다. 이 세계와 저 세계는 분명히 떨어져 있지만 신비로운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무심코 한 일이 서로를 위험으로부터 구해줄 때마다 마음속에서 무지개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많다는 느낌, 우리는 삶을 해피엔딩으로 이끌 수 있다는 느낌, 그런 안심이 되는 느낌을 전해주는 소설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일본 도호쿠 지방 이나와시 호숫가로 한번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오하라 ☆ 브레이크 축제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호숫가를 돌다 보면 매미와 하루살이를 동반한 스파이를 만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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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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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거야? 보았고, 들었잖아?

일본은 특히 초자연적 현상이나 심령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아니면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아서 호러나 심령 장르가 많이 발달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여, 뭔가 섬뜩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귀신, 심령 이야기, 언제든지 환영이다. 내 경우는 실생활에서는 이상한 경험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더라도, 초자연적 존재가 있을 것으로 보는 쪽이다. 그래서 뭘 아는 사람들이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고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는다.

이 책 [나도라키의 머리]를 쓴 사와무라 이치 작가는 예전에 [보기왕이 온다], [시시리바의 집] 등등을 썼다. 둘다 일가족을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사악하고 강력한 존재에 대한 소설인데, 당시 느꼈던 소름과 공포가 아직도 척추에 남아 있는 느낌이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숨통을 조이는 듯한 불안과 공포를 잘 아는 작가랄까? 호러 단편집 [나도라키의 머리]도 보이지 않지만 매우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 제3의 존재 ” 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특히 단편 [나도라키의 머리]는 시골 마을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다루는 듯 하여 흥미로웠다.

나의 경우, 단편 [학교는 죽음의 냄새], [술자리 잡담] 그리고 [나도라키의 머리]가 재미있었다. [학교는 죽음의 냄새]에서 주인공 미하루는 미쓰카도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영적 능력이 있어서 귀신을 볼 수 있는 미하루는, 비오는 날에만 나타난다는 학교 괴담 속 하얀 소녀의 영혼을 체육관에서 만나게 된다. 그녀는 반복적으로 어딘가에서 떨어지고 목이 부러진 뒤 사라진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는 그녀... 이 에피소드에 사와무라 이치 작품의 주요 인물 히가 마코토도 등장하여 미하루에게 소녀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준다. 결국 꼬마 탐정 미하루는, 소녀와 관련된 학교의 비밀을 밝혀내는데, 단편을 다 읽고 나면 후루이치라는 학생이 왜 “ 죽음의 냄새가 나니까.” 라는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술자리 잡담]이 제일 재미있었다. 말단 여직원이 상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배짱과 기개가 있다는 사실이 통쾌했다. 숨겨진 비밀이 드러날 때, 이런 식으로 독자들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놀라운 반전이 마음에 든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이시자키와 오자키 그리고 나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말단 여직원인 " 하루미 " 에게 풀고 있다. 그녀를 술집으로 불러내어 말같지도 않는 여성 비하와 성희롱을 하면서 하루미를 괴롭힌다. 그런데 오늘따라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하루미. 소심하고 말 한마디 못하는 그녀가 아닌데...

[나도라키의 머리]는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내려오는 전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마을에 역병을 일으키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내려오는데, 이 “ 나도라키 ” 가 바로 그런 존재이다. 주인공 데라니시는 어릴 적에 부모님과 함께 친할아버지 댁에 놀러갔다가 사촌형인 유지와 “ 나도라키의 머리 ”를 보러 동굴에 갔다가 끔찍한 공포와 맞닥뜨린 이후로 밤에 자꾸만 악몽을 꾸게 된다. 이제 고3이 된 노자키와 데라니시. 평소에 심령에 관심이 많은 노자키는 악몽에 시달리는 데라니시를 위해 직접 동굴에도 가고 추적 조사를 하여 진상을 밝혀내려 하는데....

책으로도 영화로도 혹은 드라마로도, 나는 이런 초자연현상이나 심령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사실 악령이나 악귀의 존재들은 " 카더라 " 통신에 의해서 퍼지는 경우가 많고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공포심을 일으키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를 날때부터 싫어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이런 장르가 인기를 얻기도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이 단편집 [나도라키의 머리]와 같은 소름끼치는 장르가 있기에 무더운 여름을 버틸 수 있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 앞으로도 사와무라 이치 작가가 더더더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들고 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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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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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이 '외로움'을 좀 더 다정하게 대할 수 있기를....

당신의 '외로움'이 이 이야기들 속에 닻을 내릴 수 있기를...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번도 외로움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시간이나 지점 그리고 상황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일생에 한번 정도는 진한 외로움을 겪게 된다. 이 책 [Alone]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이다. 솔직히 말해서 줌파 라히리라는 유명 작가의 이름을 보고 읽고 싶었다고 생각한 책이지만 다른 작가들이 표현한 " 외로움 " 도 아주 간절하게 다가왔다. 이들 작가들은 서로 다른 배경, 상황 그리고 맥락에서 외로움을 다루고 있고, 나와 다른 문화권 출신에 다른 나이대이지만 몇몇 글들에서 나는 아주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상실감과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타협하는가? 엄마는 이곳에 있지만, 이곳에 있지 않다. 도대체 내가 누구와 대화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 -78쪽 -

놓아보내기 에서 작가 마야 샨바그 랭은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산다. 병을 앓기 전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아리셉트의 임상 시험을 담당했던 그녀의 엄마. 정신과 의사로 수십 년을 일한 뒤 막 임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작가가 엄마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뛰어난 인간이었던 엄마가 이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간 관념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를 간병하느라 사회 생활을 거의 못하게 된 작가는 스스로가 굉장히 고립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엄마를 요양시설로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시설에서 적응을 잘하게 된 엄마를 보며 작가는 스스로를 되찾겠다고 다짐한다.

" 때로는 릴리언이 누렸던 고독이 부럽기도 하다. 아니, 고독을 넘어 릴리언 올링이 지닌 야생적 기질과 목적의식의 특이성 역시 부러웠다. 그녀가 원한 것은 오직 하나였다. 집을 향해, 혼자, 걸어가는 것. " - 33쪽

홀로 걷는 여자 에서 작가 에이미 션은 1920년대에 ' 모든 것과 작별하겠다 ' 라고 결심하고 뉴욕을 떠나 시베리아로 향했던 여인 릴리언 올링에 대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릴리언 올링은 가벼운 짐에 원피스와 테니스화를 신고 그 먼 여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그녀가 거대한 포부라거나 뚜렷한 목적 없이 그러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음에 감탄한다. 그리곤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매우 외로웠고 그녀로 하여금 크나큰 불행을 느끼게 만들었다. 야성적이고 독립적인 여자, 릴리언 올링이 그랬던 것처럼, 작가 에이미션도 혼자서 걸어가는 길을 택한다. 남편과의 이혼 그리고 혼자 사는 인생을 택한 그녀는 극단의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 여성으로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이나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 "

-131쪽-

기묘하고도 힘겨운 기쁨에서 헬레나 피츠제럴드는 여성으로서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모험이나 서사시의 주인공들은 주로 남자들, 그들은 홀로 모험을 떠나고 외로움이라는 호된 시련을 겪으며 스스로를 단련한 후에 완성형으로 사회에 돌아오는 것으로 주로 묘사된다. 그러나 문학이나 문화 속에서 그려지는 홀로 있는 여성들은 주로 두려움이나 연민의 대상으로 묘사된다.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고, 참된 자아를 찾고, 영웅이 되어 귀환활 기회가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작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을 성찰하고 더 책임감 있고 친절한 사람이 될 수 있으려면 혼자 있는 삶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작가의 생각이다. 우리 여성들은 혼자 사는 삶이라는 낯설면서도 풍요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로움이나 고독에 대한 작가들의 경험이 매우 특별하다거나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의 질병과 죽음 그리고 배우자와의 이혼으로 겪을 수 있는 외로움이나 고독은 어찌 보면 성인들이 겪게 되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작가들이 아닌가? 외로움이나 고독이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양하고 표현법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표현하는 외로움 그리고 고독이 사람들의 가슴 한 가운데를 두드리는 느낌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그런 시간들이 불안하고 힘겹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시간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인생을 걷고 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더 성장하고 내적으로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이제 나는 놓아 보낸다고 해서 잃는 건 아니란 걸, 놓아 보내는 행위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다시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안다. 이렇게 다시 자신과 재회하는 일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는, 실로 엄청난 기쁨이다 ." - 놓아보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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