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01 : 살인자 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3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지음, 신예용 옮김, 박광규 기획.해설 / 코너스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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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이 모여 쓴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에는 [ 살인자 ] 와 같은 하드 보일드 추리물도 있고 [ 모래 시계 ] 와 같은 시간여행 미스터리물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탄탄한 플롯, 짙게 깔린 복선, 예상 밖의 트릭 그리고 강력한 반전을 동반한 추리물이다. 시대물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빨리 읽히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미스터리물 안으로 들어가보자.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편의 제목은 [ 살인자 외 ]. 유명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쓴 미스터리 단편이 바로 [살인자] 이다. [살인자] 라는 작품은 정통 추리극의 방식을 벗어난다. 즉, 해결되지 않는 사건 속 단서를 찾아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실마리를 풀어내는 탐정 이야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 살인자 ] 속에는 누군가를 쫓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갱단의 멤버인지 아니면 형사들인지 알길이 없다. 쫓기는 자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쫓기고 있는데 저자는 도무지 소설의 그림을 그려주지 않는다. 모든 것은 독자들의 머리 속에 있다!! 쫓고 쫓기는 자들의 다급함만 드러나는 매우 드라이한 하드 보일드 소설이었다. 여운이 짙게 남는다.

1편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바로 [ 바닥 없는 우물 ] 이다. 이 이야기는 바닥 없는 우물가 근처에서 갑작스럽게 변사체로 발견된 영국군 총 사령관 헤이스팅스의 죽음과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헤이스팅스 경의 젊은 아내와 내연 관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보일 대위와 바닥이 없는 우물까지 동행했다가 갑자기 몸이 경직되면서 쓰러진 헤이스팅스 경. 그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친구인 그레인과 혼 피셔 간의 추리 경쟁이 돋보이고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혔던 단편이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편 [ 모래시계 외 ] 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우선 도르 던세이니 작가의 [ 두 개의 양념병 ] 이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양념 외판원 스메더스는 넘누모라는 짭짤한 양념을 이쪽 저쪽으로 팔러다닌다. 스메더스는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비싼 집세를 감당 못해서 린리라는 이름의 룸메이트와 동거하게 된다. 시간을 두고 지켜본 결과, 린리가 매우 뛰어난 직관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스메더스. 자신이 알게 된 한 미스터리한 사건에 대한 조언을 그에게서 구하고자 한다.

사건인 즉슨, 영국의 언지라는 곳에 넘누모를 팔러 간 스메더스는 그 지역에서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된다. 스티거라는 남자가 낸시라는 여성과 살림을 차리기로 했는데 2주 후 여성은 온데간데없고 스티거는 집 안에 들어앉아 꼼짝하지 않는다. 스티거가 하는 일은 그저 낙엽송을 도끼로 패서 쌓아두는 일.... 뭔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낸시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경찰조차 감을 잡지 못하는 이 사건을, 번개처럼 강력하게 내리친 직관력으로, 린리가 해결하게 된다.

2권에서는 [ 백작의 사라진 재산 ] 이라는 작품도 인상 깊었다. 숙부인 치젤리그 경의 병을 돌보느라 파산 직전까지 가버린 조카 톰은 살아 있을 적에 괴짜였고 남을 절대로 믿지 않았던 숙부, 치젤리그 경이 남긴 유산을 찾아야 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유산을 남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남다른 천재성과 괴벽을 지녔던 숙부 치젤리그 경은 그 누구도 찾지 못할 곳에 유산을 꽁꽁 숨겨놨다. 그는 조카에게 이런 내용의 유언장을 남긴다.

조카 톰에게

네가 받을 재산은 서재의 종이 틈에 있단다

너를 사랑하는 삼촌, 레지널드 모랜, 치젤리그 백작

서재에는 엄청난 수의 책이 있고 희한하게도 모루도 ( 대장간에서 뜨거운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쓰는 대 ) 있다. 치젤리그 경은 서재를 대장간처럼 사용했지만 훌륭한 장서들 ( 셰익스피어 작품 같은 ) 로 빼곡이 차여있다. 도저히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조카는 유명한 탐정인 발몽에게 사건 의뢰를 하고, 발몽은 생전 치젤리그 경이 구입한 물건의 영수증을 조사한다. 생전에 치젤리그 경은 육중한 금고를 샀고, M 자로 시작되는 책 한권, 그리고 싸구려 벽지와 고급 벽지를 구입했다. 그런데 집사인 히긴스에게 들은 바로, 책은 벽난로에서 재 한 줌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치젤리그 백작은 태워버릴 책을 왜 구입한 것이고 그 많은 재산을 어디에 숨겨놓을 것일까?

셜록 홈즈와 같은 탐정들은 아주 작은 단서를 통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정통 추리 소설에서는 독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 혹은 물건이 ) 범인으로 밝혀진다.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고로 밝혀지고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오히려 피해자가 될 뻔 했던 상황들을, 이 책 속을 통해서 만나게 되어 정말 즐거웠다. 역시 추리는 트릭과 복선 그리고 반전이 힘인 것 같다. 추리소설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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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서클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5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희경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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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월리스 작가의 책을 계속 읽었었는데 한동안 뜸하더니 이렇게 다시 출간되었군요. 정통 미스터리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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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철학 1 : 서양 고대 철학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1
김재훈.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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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어려울거라는 고정관념을 깨줄 책이라고 봅니다.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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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잇폰기 도루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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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과 기자와의 한판 대결이라니!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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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트리플 5
장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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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얼굴 안에서 조금씩 조용히 소용돌이치는 세계

단편집 [ 마음만 먹으면 ] 은 그동안 트리플 시리즈를 거쳐간 다른 젊은 작가들처럼 실험적인 작품들이 실려있지만 하나같이 어딘가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든다.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각 작품에 대한 이러한 키워드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우선, 등장 인물들의 억눌러진 폭력성, 경계가 확실한 세계와 그 주위를 맴도는 이방인들, 그리고 그 이방인들도 선뜻 남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 자연스럽게 오고 가지 못하는 감정은 결국 어딘가에서 뭉치고 곪아 있다가 언젠가는 터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미묘하게 폭력성을 내비치는 것 처럼.

단편집의 첫번째 작품 [ 곤희 ] 에서는 갓 단독 판사직을 수행하게 된 주인공 " 나 " 가 등장한다. 인간의 선의만을 믿고 원칙대로 내린 그녀의 판결 이후 피고인은 자살을 해버렸다. 세상을 모르는, 치기어린 신입 판사에게 내려진 부장의 벌칙은, 보육원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야 하는 곤희 라는 여성을 잠시 돌봐주는 일. 누가 봐도 곤희는 사회적 약자이고 보육원에서 사건에 가까운 일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정황이 있다. 그러나 결국 곤희의 사정을 외면하게 되는 " 나 " 는 자신의 세계에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곤희의 무언의 메세지를 받기도 했지만 초짜 판사의 치기어린 공명심으로는 구제할 수 없는 세상, 경계가 확실한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조금씩 부장이 내리는 테스트의 정답을 찾아가게 된다.

“ 함께 있는 동안 알게 된 거지만 곤희는 자신의 불행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어쩌면 그런 교환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몰랐다. 아이는 부끄럼 없이 불행을 전시하고, 누군가는 그 불행을 구경할 티켓을 구입한다. 그렇다면 곤희는 정신의 스트리퍼였을까. 그애가 하는 건 정확히는 교환이라기보다 제공에 가까웠다. 곤희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가 원하는 걸 알아. 그걸 줄게 ”

두번째 작품 [ 마음만 먹으면 ] 에서는 하루 아침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거식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한 소녀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에는 병원에 있었던 과거와 이제는 어린 딸을 두게 된 현재가 교차하면서 그녀가 왜 거식증이라는 병에 걸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짐작하게 만드는 과거 엄마와의 에피소드와 자신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현재 딸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거 정신 병원에 있던 시절, 조현증에 걸린 듯한 환자인 피자 이모를 대하는 보호사들의 모습과 주인공에게 비전문적인 치료를 행하는 의사의 모습을 통해서, 이 정신병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과거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있던 그녀는 딸을 양육하는 와중에, 자신이 왜 거식증에 걸리게 되었는지의 원인을 조금씩 파악해 나간다.

" 엄마는 본인에게만 흥미로운 소식을 내게 전해주었다. 막냇삼촌이 신붓감을 인사시켰다고 했다. ( .... ) 영리해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엄마는 한숨 쉬었다. " 귀가 짝짝이더라 ." " 나는 우산이 없어! 나는 우산이 없어! 나는 우산이 없어! 나는 세 번 소리 질렀다 "

[ 새끼 돼지 ] 는 발달 장애를 가진 사촌 오빠의 아내인 이주여성 호아가 잠시 친정인 베트남에 가 있는 사이 그들의 아이인 하엘이를 잠시 맡게 되는 사촌 동생의 이야기이다. 사회적 약자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하엘이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적인 태도에 노출되면서, 일종의 눈치, 즉 때와 장소에 따라 스스로를 끼워 맞출 줄 아는, 조숙함을 가진 소년이 되었다. 아들을 원했던 남편과 하엘의 이국적인 외모에 반한 딸 수빈이의 열광적 애정 공세로 하엘이가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인 듯 보였는데.... 그런데 한번 이방인은 영원한 이방인인 것일까? 하엘이는 가족과 하엘 사이에 놓여있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허물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조금씩 나 있던 가족 사이의 균열을 통해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찾아보려한 걸까? 한국도 아니고 베트남도 아닌 무국적자로 보이는 듯한 하엘의 분노어린 주먹이 눈에 선하다.

" 제발....." 나는 눈두덩을 누르며 말했다. " 남 일에 간섭하지 마."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것이었는지 이제 나는 안다. 나는 남편이 아니라 하엘에게 말했다. 네가 우리에게 있어 남이라는 걸 분명히 하고 싶었다. (...)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는게 하엘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의도를 찾아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이 책은 작가가 독자를 향해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고 제안을 해온 것 같은 .. 그런 느낌이 든다. 추측하고 파악하고 나름의 결론을 한번 내려보세요.. 라고 하는? 혹은 굳이 메세지를 찾아내거나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읽고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을 만끽하라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가지 드는 느낌은.. 무감정 혹은 무감동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원래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감추고 공처럼 돌돌 아버린 감정은 이상한 방식으로 증폭되어 작품 내내 분위기를 긴장시킨다. 각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이 어색하고 쭈뼛거리고 편치 못해 보인 것이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싶었다. 인간 관계 혹은 인간과 세상과의 역학 관계를 고민하게 했던 작품 [ 마음만 먹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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