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창고 -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도연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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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잃고 있을 때 즈음

잠시 멈추고 나를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언제나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는 쓸쓸한 내가,

이것은 나를 위한 시였다. "

인생이 온통 꽃밭이라 꽃길만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돌길을 걷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치기도 하고 가시밭길을 헤쳐나가다가 온몸이 긁히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럴 때 누군가가 다가와서 따뜻한 말을 건네며 반창고를 붙여준다면, 아마도 그와 평생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잘 풀리지 않는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었을 때 멀리 사는 오랜 친구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으로 위로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런 친구 같은 책이 바로 이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이다.

이 책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의 마음에 연고와 반창고를 발라주는 듯한 책이다. 우선 띠지에 나온 스님의 동자승 같은 천진한 미소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책 속의 동화 같은 귀여운 삽화들과 짧지만 통찰력 넘치는 글도 스님의 미소처럼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다. 카이스트라는 좋은 학교 출신에 독실한 종교인 (아마도 크리스천?) 이셨다던 스님이 수도승의 길로 접어든 이유가 뭘까? 나처럼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문득 마음공부와 명상을 해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닐지?


그동안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잘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 때문에 계속 고민을 해왔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던 사람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점차 멀어지게 되는 일이 많았다. 풀리지 않는 고민을 껴안고 낑낑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나의 마음!! 저자 도연 스님은 우선 남들에게 너무 인정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한다. 남들의 비난과 칭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아닌지,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너무 애쓴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지나치게 타인의 눈치를 보고 비난과 칭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인간관계가 부담이나 짐처럼 느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도연 스님은 마음이 혹시 지옥에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 타인은 지옥이다 "라고 한 철학자 사르트르의 명언이 있지만, 사실은 내 마음이 지옥 속에 있다면 타인의 마음속 천국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스님의 말씀. 지옥에서 살지, 꽃동산에서 뛰어놀지는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말에 무릎을 쳤다.

"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나 자신이 형편없이 부족하고 못나 보입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나 자신의 모습은

타인과 비교할 때 특히 도드라지곤 하지요.

내가 비교하는 대상은 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허상입니다.

이 세상이 요구하는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아서...

잘 보이기 위해 욕심을 내어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입니다. "


짧지만 명확하고 힘이 있는 글을 읽으니 저절로 에너지가 솟는 것 같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인생의 방향을 알 수 없을 때 친절하게 제시해 주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글 사이사이에 있는 삽화들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마치 어린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처럼 다정하고 편안한 삽화들로 인해서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 더욱더 빛나는 듯하다. 이 책 속엔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나 많다. 목마른 현대인들에게 맑고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선사해주는 그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이나 인간 관계 등등의 문제로 마음이 힘들거나 지쳐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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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살인 클럽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 공보경 옮김 / 살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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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다이아몬드와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실버타운 노인들의 유쾌한 수사극!

늙었다고 방구석에만 처박혀있을쏘냐!! 사건이 있고 시체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그들이 출동한다! 멋쟁이 4인방이 돌아왔다. 전작 [목요일 살인 클럽]에서 목요일마다 모여 미제 사건을 해결하던 4인방이 이제 속편인 [두 번 죽은 남자]에서는 더욱더 진화된 모습으로 여러 사건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쿠퍼스 체이스라는 실버타운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 이야기에는 개성 넘치는 4인방이 있다.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전직 M15 요원 출신 엘리자베스, 소심하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전직 정신과 의사 이브라힘, 퍼즐을 풀고 일기 쓰기를 좋아하는 전직 간호사 조이스와 여전히 터프가이인 론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인간적인 경찰들, 도나와 크리스도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두 번 죽은 남자]에서는 여러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다. 우선 엘리자베스가 요원 시절 알았던 누군가로부터 비밀스러운 편지를 받게 된다. 알고 보니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녀의 전 남편이자 같은 요원이었던 더글러스로,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던 그가 엘리자베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더글러스는 마피아의 거래 중개인으로 일하는 마틴 로맥스의 집을 수색하다가 발견한 2000만 파운드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중간에서 가로챈 상태였다. 감히 마피아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다니, 물욕에 넘어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그는 이제 마틴과 마피아로부터 동시에 살해 위협을 받는다.

한편, 이브라힘이 폭력 사건에 휘말린다.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탄 폭도들에게 머리를 걷어 차이고 핸드폰을 빼앗기게 된 후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브라힘. 엘리자베스와 조이스, 그리고 론은 도나 와 크리스의 도움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범인을 체포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미제 사건 이든 눈앞에 벌어진 사건이든 해결하고 보는 해결사들이 아닌가? 4인방은 전직 요원이었던 엘리자베스의 전략에 따라서 이브라힘에게 폭력을 가하고 핸드폰을 뺏어간 파렴치한을 감옥에 가두기 위한 계략을 짜고 실행에 돌입한다.


[두 번 죽은 남자]도 [목요일 살인 클럽]과 마찬가지로 원숙한 이 4인방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몸에 밴 듯한 개그감이 빛을 발한다. 핸드폰을 빼앗기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브라힘은 핸드폰을 잃어버린 바람에 게임 레벨을 높여놨는데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고 아쉬워한다. (나도 아쉬울 것 같긴 하다) 이브라힘을 위해 함께 병원에 있어주는 론의 팬티를 잊지 않고 챙겨주는 조이스 할머니의 센스도 참 깨알 같다. (론은 신경질을 낸다)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않고 눈앞의 모험에 주저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빛난다!!

소설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줄거리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에게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인데,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한없이 따뜻하고 한없이 사랑스럽다.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연대감과 지지가 너무 부럽기만 하다. 관절이 쑤시고 정강이가 시릴 나이지만 주저 없이 모험과 위험에 뛰어드는 모습에 손뼉을 치고 싶다. 매우 지적이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엘리자베스가 사건 해결에 있어서 진두지휘를 하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이브라힘과 퍼즐 풀기의 달인 조이스도 사건 해결에 한몫을 한다. 론의 손자인 9살 켄드릭도 할아버지 댁에 놀러 왔다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열쇠를 제공한다.

이제 그들은 미제 사건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 그것도 엘리자베스의 전 남편이 관련된 사건 해결에 참여하게 된다. 마피아라니!! 2000만 파운드의 다이아몬드라니!! 이 흥미진진한 사건 앞에 모두들 들썩거리지만, 아뿔싸! 쉽게 풀릴 줄 알았던 사건은, 생각지도 못했던 살인 사건이 갑작스레 발생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하지만 사건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 큰 힘을 받는 4인방들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사건 해결에 돌입하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대혼란 속에서 과연 이들은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찾고 살인 사건의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결코 너무 진지하거나 뻔하지 않은 미스터리를 원한다면 지금 이 책으로!!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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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3등급 벽을 뛰어넘는 아웃풋 공부법 - 멘탈 관리부터 세상 친절한 내신.모의고사 공부 노하우까지
이은지 지음 / 서사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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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포자가 ‘외우는 공부’를 할 때 공신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공부’를 한다.”


영어 시험이 무서워서 공무원 시험을 포기했다는 지인의 말에 안타깝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노력은 해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시작이 반이라고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어떤 사람들에겐 영어 공부가 정말 힘든 일이겠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중, 상위권 학생들만 가르치다가 얼마 전에 하위권 ( 단어를 잘 읽지도 못하는 )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음... 뭐랄까? 전략과 전술을 총동원해야 이 학생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다가는 영어 공부라는 미로에서 둘 다 헤매겠구나..라고 고민하던 차에 이 책 " 영어 3등급 벽을 뛰어넘는 아웃풋 공부법 "을 만나게 되었다.

우선 책 띄지에 적혀 있는 문구에 엄청 공감을 했다. " 공부하지 않으니까 성적이 안 나온다? NO! "라고 적혀 있는데, 정말 공감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아는 게 거의 없다. 2~3시간 단어만 외웠다고 했는데 테스트를 해보면 발음 철자 쓰기 듣기 등등등 엉망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문제가 뭘까?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거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무작정 많이 읽고 쓰면 된다는 학생들에게 이 책이 영어 공부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선 타깃 독자층이 확실하고, 제시하는 공부 방법이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라는 면에서 우리 학생들 모두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 내용 중에서 영어 선생으로서 내가 아주 공감했던 내용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이 많이 와닿았다. 아이들 중에서는 계획만 주야장천 짜다가 하루를 흘려보내는 경우도 있고 마음만 먹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아예 책상에 앉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저자는 아이들에게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우선 행동에 돌입하라는 제안을 한다. 말하자면 "행동 요법"에 가까운 심리 전략을 내세운다고 할 수 있는데, 단어 외우기 같은 미미한 행동의 실천이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 행동을 먼저 취해 보세요. '기분이 별로지만 그래도 단어 2개는 외우겠다'라는 아주 작은 행동으로 먼저 시작해 보는 거예요.

행동은 감정에 영향을 끼칩니다. 기분이 좋아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부하다 보면 거꾸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

그다음으로 공감한 부분이 바로 '아웃풋 공부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통 학생들은 반복해서 읽기, 밑줄 치기, 강의 듣기, 노트에 베껴 쓰기 등등 정보를 머릿속으로 입력하는 식의 공부를 하는데 저자의 의견으로는 인풋 공부법 만으로는 실력이 향상될 수 없다. 저자의 해결책이 바로 아웃풋 공부법인데 바로 문제 풀기, 백지 공부법, 소제목 공부법, 질문하고 답하기, 내용 보지 않고 요약하기, 가르쳐 보기, 기존 지식과 연결하기, 추론하기, 정답인 이유 설명하기 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중에서 특히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질문하고 답하기와 가르쳐 보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웃풋 공부법'에 대해 특히 공감한 이유는, 그런 식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3등급의 벽에서 헤매던 한 고3은 수능에서 2등급으로 점수를 올렸고 40점대의 학생이 70점대로 점수가 오르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해 주는 것보다 학생에게 말을 많이 시키는 방식이 훨씬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 학생이 주도하도록 하는 편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걸 수도 없이 경험했다. 물론 수동적인 학생, 즉 선생님이 설명을 다 해주길 바라는 학생이 더 많기 때문에 학생 주도 학습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게 또 문제이긴 하다.

이 책엔 '아웃풋 공부법' 외에도 듣기, 단어, 문법 그리고 서술형 공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도 나와 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서 발만 동동 구르던 학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예를 들자면 단어를 외울 때 발음은 신경 쓰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하는 아이들이 정말 많은데 저자는 외울 때 꼭 들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생님으로서 공감되는 내용이 정말 많은 책이다!! 내가 그렇게 잔소리 폭격을 날렸던 내용이 이 책에 다 있으니, 속이 다 후련하다!!!! 7장에 가면 공부력 향상을 위한 꿀팁도 나와 있으니, 꼭 영어 공부가 아니더라도 이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많을 것 같다. 너무 난해하지 않고 바로바로 실천이 되는 현실적인 도움을 제시한 책 [영어 3등급 벽을 뛰어넘는 아웃풋 공부법] 영어 때문에 괴로워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과 선생님들도 꼭 읽어볼 만한 영어 학습법 책으로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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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네오픽션 ON시리즈 1
신조하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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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았기에 미래는 불확실한 동시에 매혹적이다. 상상력만 풍부하다면 우리는 다양한 미래를 창조해낼 수 있다. 희망찬 미래 혹은 생각하기도 싫은 어두운 미래도 작가들은 만들어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라 불리는 어둡고 파괴적인 미래가 행복해 보이는 미래보다 더 흥미진진하거나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부정적 미래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우리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고 해야 하나?

다시 말하자면, SF 장르는 인간성이 파괴되거나 상실된 사회와 인공 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을 그리며 오히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문제를 성찰하게끔 이끄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엄마를 찾아서 영원히 세상을 헤매는 어린이 로봇을 보고 진정한 사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인공 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사회를 그린 영화를 보며 기술로 인해 인간성이 약화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이 책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인공 지능, 휴머노이드, 가상 세계를 소재로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해 탐구하는, 신진 작가 9인의 강렬한 SF 단편 앤솔러지이다. 짧지만 강렬한 단편 소설답게 독특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매력적인 가상의 미래로 끌어들인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괴이한 세상에 살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내가 인공 지능이 부착된 휴머노이드라면 인간들의 차별적 시선과 대우를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등등의 여러 생각들.

인간의 대리인]이라는 작품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를 환기시킨다. 뇌가 없이 태어난 주인공, 하지만 그를 포기하지 않은 부모님 덕택에 그는 인공의 뇌를 갖게 되었고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까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은근히 차별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심히 고민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맞을까?"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치매 치료를 위한 신약의 임상 실험 과정에서 부작용을 겪어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안락사 문제가 달린 소송 사건을 맡게 되는데.....

“ 나는 뇌가 없다. 뇌가 없는 변호사다.

나는 인간의 기능을 상실한 인간은 마땅히 죽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무뇌 변호사다.”

[나와 올퓌]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 올퓌가 등장한다. 모든 휴머노이드의 대변인인 것 같은 그는, 로봇 주제에 인간을 닮았다고 혐오만 하고 권리와 처우에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을 비판한다. 저자가 올퓌를 통해 마치 사회 속 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날부터 충전하는 순간 메모리칩이 손상되는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고 이것은 휴머노이드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에게 휴머노이드에게 악의를 품고 벌인 일인 듯) 바이러스 등으로 바깥출입이 제한된 사회였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 손녀를 찾으러 길을 나서게 된 주인공 할머니 "나"는 여행 도중에 올퓌를 만나게 된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법을 알고 희생할 줄 아는 올퓌에게 점점 스며들게 되는데...

“기억해야만 한다. 올퓌가 사랑한 사람에 대해, 그리고 올퓌에 대해서도.

이별이 결정 난 세상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 때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나는 올퓌를 정말 좋아했다.”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A.I.가 고도로 발달한 세상을 보여준다. 현재까지는 감정이나 예술 분야는 인간이 담당하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인간과 연관된 모든 감정을 데이터화하여 프로그램화시킨 세상에서는 A.I.가 완벽한 친구, 연인 그리고 일반인들이 숭상하는 아이돌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에는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세상에서 강렬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과 돈이 필요한 사람들 사이에 묘한 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A.I.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과연 인간의 설 자리가 있을까? 라고 묻는 듯한 단편.

" 토탈 이모션 " 은 A.I. 를 통한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최고의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감정 대리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 여러분을 부른 것입니다."

예전에 타임머신 이라는 SF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죽은 약혼녀를 살리기 위해서 타임 머신을 만든 주인공 과학자. 그는 약혼녀가 죽은 시점으로 계속 돌아가 그녀를 살리지만 결국 그녀는 그때마다 다른 이유로 다시 죽고 만다. 그는 약혼녀를 살리는 일에 실패한 채 지구의 먼 미래로 날아가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SF 장르는 미래에도 인간의 삶이 있음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는 것. 밝고 찬란한 미래일지, 소름 돋을 만큼 불행한 미래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있듯, 다양한 미래를 간접 체험해 본다는 것에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낯설고 기이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9편의 단편을 제시한 SF 맛집같은 책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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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네오픽션 ON시리즈 1
신조하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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