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네오픽션 ON시리즈 1
신조하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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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았기에 미래는 불확실한 동시에 매혹적이다. 상상력만 풍부하다면 우리는 다양한 미래를 창조해낼 수 있다. 희망찬 미래 혹은 생각하기도 싫은 어두운 미래도 작가들은 만들어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라 불리는 어둡고 파괴적인 미래가 행복해 보이는 미래보다 더 흥미진진하거나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부정적 미래를 통해 현재와 미래에 우리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고 해야 하나?

다시 말하자면, SF 장르는 인간성이 파괴되거나 상실된 사회와 인공 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을 그리며 오히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문제를 성찰하게끔 이끄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엄마를 찾아서 영원히 세상을 헤매는 어린이 로봇을 보고 진정한 사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인공 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사회를 그린 영화를 보며 기술로 인해 인간성이 약화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이 책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인공 지능, 휴머노이드, 가상 세계를 소재로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해 탐구하는, 신진 작가 9인의 강렬한 SF 단편 앤솔러지이다. 짧지만 강렬한 단편 소설답게 독특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매력적인 가상의 미래로 끌어들인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괴이한 세상에 살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내가 인공 지능이 부착된 휴머노이드라면 인간들의 차별적 시선과 대우를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 등등의 여러 생각들.

인간의 대리인]이라는 작품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를 환기시킨다. 뇌가 없이 태어난 주인공, 하지만 그를 포기하지 않은 부모님 덕택에 그는 인공의 뇌를 갖게 되었고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까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은근히 차별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심히 고민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맞을까?"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치매 치료를 위한 신약의 임상 실험 과정에서 부작용을 겪어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안락사 문제가 달린 소송 사건을 맡게 되는데.....

“ 나는 뇌가 없다. 뇌가 없는 변호사다.

나는 인간의 기능을 상실한 인간은 마땅히 죽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무뇌 변호사다.”

[나와 올퓌]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 올퓌가 등장한다. 모든 휴머노이드의 대변인인 것 같은 그는, 로봇 주제에 인간을 닮았다고 혐오만 하고 권리와 처우에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을 비판한다. 저자가 올퓌를 통해 마치 사회 속 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날부터 충전하는 순간 메모리칩이 손상되는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고 이것은 휴머노이드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에게 휴머노이드에게 악의를 품고 벌인 일인 듯) 바이러스 등으로 바깥출입이 제한된 사회였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 손녀를 찾으러 길을 나서게 된 주인공 할머니 "나"는 여행 도중에 올퓌를 만나게 된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법을 알고 희생할 줄 아는 올퓌에게 점점 스며들게 되는데...

“기억해야만 한다. 올퓌가 사랑한 사람에 대해, 그리고 올퓌에 대해서도.

이별이 결정 난 세상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 때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나는 올퓌를 정말 좋아했다.”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A.I.가 고도로 발달한 세상을 보여준다. 현재까지는 감정이나 예술 분야는 인간이 담당하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인간과 연관된 모든 감정을 데이터화하여 프로그램화시킨 세상에서는 A.I.가 완벽한 친구, 연인 그리고 일반인들이 숭상하는 아이돌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에는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세상에서 강렬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과 돈이 필요한 사람들 사이에 묘한 거래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A.I.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과연 인간의 설 자리가 있을까? 라고 묻는 듯한 단편.

" 토탈 이모션 " 은 A.I. 를 통한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최고의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감정 대리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 여러분을 부른 것입니다."

예전에 타임머신 이라는 SF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죽은 약혼녀를 살리기 위해서 타임 머신을 만든 주인공 과학자. 그는 약혼녀가 죽은 시점으로 계속 돌아가 그녀를 살리지만 결국 그녀는 그때마다 다른 이유로 다시 죽고 만다. 그는 약혼녀를 살리는 일에 실패한 채 지구의 먼 미래로 날아가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SF 장르는 미래에도 인간의 삶이 있음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는 것. 밝고 찬란한 미래일지, 소름 돋을 만큼 불행한 미래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있듯, 다양한 미래를 간접 체험해 본다는 것에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낯설고 기이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9편의 단편을 제시한 SF 맛집같은 책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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