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부인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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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기 군, 이건 굉장한 사건이야.

범인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일으킨

계획 살인이란 말이야."


기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겹겹이 숨겨져 있는 트릭을 깨부수고

결국 범인을 잡아내는데 성공하다........

이 소설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은 본격 추리소설이자 정통 미스터리라 할 수 있다.

천재적 추리 실력을 가진 탐정유리 린타로와 함께 범인의 속임수를 간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책 속의 책" 즉, 일종의 메타픽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유리 린타로와 친한 신문 기자 미쓰기가 실제로 겪은 범죄 사건을 

책으로 쓴다는 설정인데, 그래서인지 뭔가 더 생생하고 실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는 2명의 화자에 의해서 이어진다. 한 명은 사쿠라의 매니저인 쓰치야 교조, 

나머지는 기자이자 소설가인 미쓰기.   꼼꼼한 성격의 매니저 쓰치야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사건 중간중간을 기록으로 남긴 상태였고, 

유리와 미쓰기 그리고 경찰들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사쿠라의 매니저인 쓰치야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밤 기차로 도쿄에서 출발해 

공연이 있을 오사카에 도착하여 D호텔에 묵을 예정이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역으로 사쿠라를 데리러 가진 못한 매니저 쓰치야.. 그러나 호텔에 갔을 때 

사쿠라는 이미 외출을 한 상황이었고 이후 공연 시간 임박했어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발을 동동 구르던 매니저와 다른 스텝들 앞에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케이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은 케이스 속에 들어있는 사쿠라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그만 경악하고 마는데....


상당히 몰입감 있는 소설 <나비부인 살인사건> 

원래 화려한 등장을 즐기던 한 여인은 참으로 기묘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매우 오랜 시간을 들인, 

정교하고 복잡한 퍼즐과 같은 사건!  그러나 추리 천재 유리 린타로는 

언제나 한발 앞서있다!


범인을 밝히기 위한 증거 수집과 단서를 찾기 위한 사건 역추적이 시작되면서 

의외로 증거들은 쉽게 수집된다. 그러나 범인 파악은 쉽지 않다. 

우리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가 "진실을 말한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나 가끔은 "증거도 거짓말을 한다"라고도 말하는 소설.  

말하자면 범인은 의도적으로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현장에 남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역시 아무나 탐정이 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탐정의 조건은 날카로운 관찰력, 즉, 증거와 증거 사이 미묘하게 어긋한 

지점을 알아차려야 하고 두 번째는 인간 심리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 

말하자면 범죄를 저지를만한 요소를 갖춘 자를 골라낼 필요가 있다는 사실!  

유리 린타로처럼 ^^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자면 악보를 이용한 암호라던가 사람들의 대화와 기록에서 단서 찾기 

그리고 미묘하게 어긋나는 지점 찾기 등등등.. 오랜만에 머리를 굴려가며 

매우 복잡한 퍼즐을 풀어내는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도 좋았다.  호텔에 남겨진 지문과 쌩뚱맞은 무대 의상 

그리고 이미 죽은 가수의 어릴적 사진과 장소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모래들 

등등은 독자들의 추리를 충분히 헷갈리게 할 만한 재미있는 요소였다.


증거의 손가락들은 다른 방향과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으나 

유리 린타로는 숨어있던, 다른 쪽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결국 간파해낸다. 

1940년대 쯤 쓰인 소설이라고 알고 있는데 당시치고는 상당히 논리적으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 <나비 부인 살인 사건>을 정통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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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픽셀로 그린 심장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2
이열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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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SF 장르가 그다지 인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비티 북스> 출판사는 꾸준하게 매우 수준 높은

SF 소설들을 출간하는 것 같다. 글을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이 책 <픽셀로 그린 심장>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픽셀로 그린 심장>은 재미도 있지만 작가 본인의 철학을

담은 깊이 있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오랫동안 인간의 본질

- 쉽게 분열하고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성향 –에 대해 생각하고 

이런 우리가 어떻게 화합할 수 있을지를 오랫동안 고민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layer 1,2,3,4로 나뉜다. 처음에는 다소

희미하게 점점이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 즉, 개인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layer가 겹치면서 조금씩 세계관이 확장되고

중심 서사가 분명하게 잡힌다. 앞부분의 개인들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나 싶었는데, 결국 거대한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


2040년에서 시작되는 책의 앞부분에는 유전자 변형 등으로

인한 초자연적인 능력 - 기억 조작, 염력, 발화 등 - 을 가진

이능력자들의 개인적 서사 - 성장과 갈등 - 가 등장한다.

이들은 일반인이 중심이 되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차별, 억압, 혐오라는 3종 세트를 겪으면서 살아간다. 

당연히 내면에 분노가 쌓일 수밖에 없고 이것은 곧 사회적 분열로 이어진다.


그러나 layer3 정도에 가면 한 정치인이 이야기했던 상황,

적들끼리도 뭉쳐야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외계인들의 지구 침공'! 

인간을 말 그대로 씹어 먹는 바르크인들의 침공으로 세상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능력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되면서 

이들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는데... 그렇다면 결국 세상은 이능력자들이 

주도하는 세상, 일반인이 차별받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인가?


끝까지 읽는다는 조건 하에, 이 책 <픽셀로 만든 심장>은

대중성, 오락성을 분명히 갖추고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픽셀로 그린 심장>은 영국 SF 시리즈인 <블랙미러>의

한 에피소드로 쓰여도 될 만큼 완성도 있다. 

태오와 지아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인데... 진짜 말 그대로

픽셀 하나하나로 혈액과 심장 박동이 타고 흐르는 느낌..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과연 서로 이렇게 다른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능력치나 사회적 지위 등등 개인은 너무나 다르고 

이는 곧 사회적 분열이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인들이나 종교 지도자들은 인간의 이러한 특성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해 먹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사회 제도는 이러한 인간의 한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노릇...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은 있다. 

이상적인 사회,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갈 방법은 있다. 라고 

독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듯하다. 상당히 깊이 있는 사유의 끝에 

빚어진 수준 높은 SF 소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 <픽셀로 만든 심장>을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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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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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상을 드러내기 위해서

반드시 전투 장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처럼 고통과 절망을 드러내기 위해서

반드시 슬픔과 억울함을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저 보여주면 된다. 소설 <간단후쿠>처럼...


간단후쿠는 돈 몇 푼에 팔려가서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평소에 입던 일상복이다.

이 소설 <간단후쿠>는 제목처럼 그녀들의

당시 일상을 마치 보고 들은 듯 생생하게 보여준다.

요코라는 이름을 갖게 된 한 위안부 여성의 시각으로...


조국에서 불리던 이름을 잃고 요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주인공. 그녀는 포대자루 같은 간단후쿠를

입고 밤마다 긴 행렬로 이어지는 군인들을 맞이한다.

끝나지 않는 듯, 영원처럼 이어지는 이 과정을 요코는

“돌림노래”라고 묘사한다.


이런 지옥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잃고 간단후쿠가 되고

아랫도리는 그녀를 할퀸다.


“거미들은 돌림노래를 일노래 삼아 실을 잣는다.

돌림노래가 빨라지면 오토상은 신이 난다.

돌림노래가 빨라지면 군인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


“군인의 몸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래만 느껴진다.

아래가 아래를 찌르고, 아래가 아래를 물어뜯고,

아래가 아래를 찢어발긴다”


사실 분노와 좌절 그리고 절망도 어느 정도

인간성이 남아있을 때 할 수 있다.

더 이상 바닥이 남지 않을 때까지 인간의

존엄성이 추락하면 그때는 그저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되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듯.


소설 <간단후쿠>에 등장하는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은 

처음에는 이름을 잃고 그다음에는 정체성을 잃고 

마지막으로는 인간성을 모조리 잃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숨통이 조여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내가 요코가 되고, 나나코가 되고, 

레이코가 된 느낌..... 고향에 언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약 없이

하루하루 그저 고통스러운 나날을 버텨내는 여자들...

지옥이 따로 있나? 그들이 있는 곳이 지옥이었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책의 문체 자체는 아주 아름답다.

이것이 소설인가, 시인가? 헷갈릴 정도.

잔인하고 참혹한 나날들 속에서도 요코의 상상력은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 삶을

나는 하나도 몰랐던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요코, 레이코, 나나코, 하나코 등으로 불렸던 그들의

진짜 이름들을 찾아주고 싶은 밤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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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5 제19회 나비클럽 소설선
박건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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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스터리가 도달한 새로운 감각,

본격 미스터리의 정교한 성취!


미스터리 소설 속에선 사람을 죽이지만

잘 쓰인 미스터리 작품들은 현실 속 독자의 기분을

살리는 듯. 이 책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중충한 날씨 속 덩달아 우울했던

기분이 싹 날아갔다.  작품들 모두 너무 재미있다.


우선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보장하는, 

한마디로 실력이 보장된 작가들의 작품들이어서 좋았다.

정통 미스터리의 절차를 밟는 교과서 같은 작품,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

그리고 사랑과 복수를 오고 가는 핏빛 로맨스까지..

각 단편들은 다양한 재미를 보장한다.


우선 <교수대 위의 까마귀>는 정교한 퍼즐을

떠올리게 했던 작품.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연출된

드라마틱한 살인 사건을 다루는데, 평범한 얼굴을 한

천재 탐정의 사건 분석이 돋보인다. 완벽한 트릭과

그것을 하나씩 깨부수는 정통 미스터리의 교본처럼 다가온 작품!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서핑 더 비어>

아마도 떠들썩하고 자유로웠을 수제 맥주 펍 그리고 서핑 클럽의 분위기와 

이와는 대조적인 누군가의 얼음장 같은 복수심이 생생하게 상상되는 작품인데 

독자들을 사로잡는 분위기가 강력하다.


재미라는 관점으로 봤을 땐 <길로 길로 가다가>가

좋았는데, 시골 특유의 정겹고 구수한 분위기로 가다가

느닷없이 사망 사건들이 발생한다. 약간 엉뚱하고 코믹하지만

날카로운 관찰력의 소녀 탐정 오느릅이 시골 경찰들을

지휘하는 상황.... 그들의 티키타카가 재미있었다.


이 작품도 일종의 "사랑과 복수" 즉 핏빛 로맨스를 중심에

둔 미스터리인데, 평소에 내가 파고드는 주제 "인간의 탐욕과 이중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작품을 손에 꼽지 못할 정도로

이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다

흥미로웠다. 위에 언급한 작품 외에도 사건의 진실이

아직도 헷갈리는 <폭염>과 미스터리치고는 너무 슬픈

<부부의 정원> 그리고 본격 밀실 미스터리 <1300℃의 밀실>

등등 모든 작품들이 자신만의 재미 포인트가 확실하다.


장르소설 – 추미스 –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그저 앞으로도 계속 한국 장르소설의 저변이

넓어지기만 바랄 뿐이다.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재미있는 장르소설이 넘쳐나길 바라면서

완성도 높고 재미는 확실히 보장하는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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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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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걷는 풍경을 닮을 뿐이다.”

책의 제목 <산책자의 마음>을 본 순간, 산책의 즐거움을 아는 작가를 만났구나 싶어 반가웠다. 나도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산책하기를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걷다가 마주치는 이름 모를 꽃이나 자맥질하는 오리의 궁둥이를 보고도 이상하게 벅차오르는 마음을 느끼곤 했는데, 이 책 <산책자의 마음> 속에서도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감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정고요라는 작가의 필명처럼 고요하게 벅차오르는 산책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산책'이라는 큰 테마를 중심으로 여러 소소한 주제에 따라 쓴 에세이이다. 저자는 강원도라는 지역을 너무 사랑하게 되어 연고도 없는 강원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고 한다. 높은 건물과 백화점은 없지만 산과 바다가 있어서 이곳을 택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산책을 좋아하는 저자에게 있어서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에서는 길을 잃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라는 저자의 마음... 나는 그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이 책은 산문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읽는 느낌이다. 각 문장에 담긴 풍부한 느낌과 감각적인 표현이 마음속에 깊이 와닿는다. 말하자면 발췌하고 싶은 표현들로 가득하달까? 모래 한 알을 보고 이 세상을 느끼는 저자 "바다를 산책하는가 싶었지만 결국 내 내면의 광활한 우주의 어느 구석을 산책하고 있었네" 그리고 죽은 새에 대한 비유는 매우 독특하다. "그러자 죽은 새는 세상이 한때 펼쳐보았던 책 한 권이었다가 이제 아무에게도 열람이 허락되지 않는 작은 책이 되어 조명 없는 벽감 속에 놓인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저자 개인의 경험이 담긴 매우 내밀한 글도 좋았다. 우선 '곁'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타인의 옆으로는 쉽게 갈 수 있어도 타인의 곁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라는 문장을 보고는 정말 크게 공감했다. 우리는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묘 호떡이에 대한 글을 읽고는 잠깐 울고 싶어졌다. "그 평행 우주로 건너가서 호떡이와 늘 그렇듯 밤 산책을 하고 싶어서 울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생각보다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184쪽 <일상 인간의 산책>에는 스스로를 '일상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상을 소중히 채우는 즐거움과 기쁨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해나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삶에서 큰 것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매일매일의 삶을 귀중히 가꾸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평범한 일상이 모여서 누군가의 삶이 완성되는 법... 나는 나만의 일상의 규칙과 문법이 있는 저자의 삶이 정말로 보기 좋았다. 매일을 정돈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름다워 보인다. 거기에 도망칠 곳을 여러 곳 만든다는 다소 귀여운 규칙도 좋은 듯. 마치 속삭이듯 산책의 즐거움과 기쁨을 이야기하는 책 <산책자의 마음>을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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