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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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상을 드러내기 위해서

반드시 전투 장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처럼 고통과 절망을 드러내기 위해서

반드시 슬픔과 억울함을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저 보여주면 된다. 소설 <간단후쿠>처럼...


간단후쿠는 돈 몇 푼에 팔려가서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평소에 입던 일상복이다.

이 소설 <간단후쿠>는 제목처럼 그녀들의

당시 일상을 마치 보고 들은 듯 생생하게 보여준다.

요코라는 이름을 갖게 된 한 위안부 여성의 시각으로...


조국에서 불리던 이름을 잃고 요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주인공. 그녀는 포대자루 같은 간단후쿠를

입고 밤마다 긴 행렬로 이어지는 군인들을 맞이한다.

끝나지 않는 듯, 영원처럼 이어지는 이 과정을 요코는

“돌림노래”라고 묘사한다.


이런 지옥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잃고 간단후쿠가 되고

아랫도리는 그녀를 할퀸다.


“거미들은 돌림노래를 일노래 삼아 실을 잣는다.

돌림노래가 빨라지면 오토상은 신이 난다.

돌림노래가 빨라지면 군인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


“군인의 몸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래만 느껴진다.

아래가 아래를 찌르고, 아래가 아래를 물어뜯고,

아래가 아래를 찢어발긴다”


사실 분노와 좌절 그리고 절망도 어느 정도

인간성이 남아있을 때 할 수 있다.

더 이상 바닥이 남지 않을 때까지 인간의

존엄성이 추락하면 그때는 그저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되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듯.


소설 <간단후쿠>에 등장하는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은 

처음에는 이름을 잃고 그다음에는 정체성을 잃고 

마지막으로는 인간성을 모조리 잃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숨통이 조여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내가 요코가 되고, 나나코가 되고, 

레이코가 된 느낌..... 고향에 언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약 없이

하루하루 그저 고통스러운 나날을 버텨내는 여자들...

지옥이 따로 있나? 그들이 있는 곳이 지옥이었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책의 문체 자체는 아주 아름답다.

이것이 소설인가, 시인가? 헷갈릴 정도.

잔인하고 참혹한 나날들 속에서도 요코의 상상력은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 삶을

나는 하나도 몰랐던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요코, 레이코, 나나코, 하나코 등으로 불렸던 그들의

진짜 이름들을 찾아주고 싶은 밤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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