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영어에는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 이라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한 장의 그림이 수천 개의 단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단번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암막의 게르니카 에 나오는 여러 주인공 중 한 명인 요코가 어릴 적 MoMA에서 봤던 " 게르니카 " 에서 느낀 섬뜩함과 전율 그리고 두려움 등이 그런 것이 아닐까?
 
어릴 적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뉴욕에 있는 현대 미술관 ( MoMA ) 을 방문하고 " 게르니카 " 를 보고는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 그림이 뿜어내는 강력한 에너지에 깜짝 놀라버린다. 일그러져있고 괴로워하는 인간의 군상을 그려낸 그림. 비록 그녀는 어렸지만 게르니카에 담겨있는,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공포와 고통 그리고 그것에 대한 피카소의 분노를 읽었으리라.
 
지금까지 나는 예술이 가진 심미적인, 미학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다비드 조각상의 비율을 보면서 그 아름다운 비율에 감탄했고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면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무한한 상상력에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암막의 게르니카 를 읽으며 예술작품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능력에 대해서 깨달았다.

이 책은 예술이라는 분야가 정치적 메시지를 내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폭력과 증오에 맞서는 것. 위정자들의 위선을 드러내고 그들이 일으키는,,, 평화라는 가면을 쓴 수많은 잔혹한 전쟁들을 막는 것, 그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은 두 여자의 관점을 중심으로 시작되는데, 과거 피카소가 살던 시대에 그의 애인 중 한명 이었던 도라의 관점. 그리고 지금 현재 뉴욕에 살고 있는 MoMA ( Museum of Modern Art ) 뉴욕 현대 미술관의 큐레이터 요코 야가미의 시선. 도라는 그 당시 여인답지 않게 매우 당당했고 피카소의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그의 뮤즈인 동시에 예술적 동지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요코의 경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 즉, 큐레이터일을 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살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피카소와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도라. 그러나 1937426,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잔인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스페인 북부에 있는 바스크라는 지방에 속한 소도시인 게르니카가 나치에 의해 폭격을 당한 것이었다.

평화롭던 스페인 공화국은 파시스트인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반란군에 의한 공격을 받게 되고,,,,, 반란군들은 같은 파시스트인 나치와 함꼐, 무고한 시민들이 사는 게르니카에 무자비한 폭격을 가한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파리에 살고 있던 피카소는 자신의 고향인 스페인이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를 가지게 된다.
 
내전의 부당함을 알리고 불의에 맞서고 싶었던 피카소는, 스페인 공화국과 함께 힘을 합쳐 게르니카를 탄생시킨다 그로테스크까지한 잔인한 장면이 넘쳐나는 게르니카. 불타는 게르니카 지방을 배경으로, 울부짖는 동물들, 죽어나가는 군인들, 그 와중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쌓여나가는 시체들.

피카소는 최대한 자신의 고향인 스페인의 고통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싶어했고 도라는, 그 여정을 피카소와 함께 하며, 게르니카의 탄생과 끝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나 이미 유럽은 나치의 군화발에 짓밟힌 상태였고 피카소는 너무나 괴로워하며 게르니카를 자유의 깃발아래 두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멀리 배에 실려 미국까지 오게 된 게르니카.
 
피카소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 스페인이 민주주의를 되찾는 순간 게르니카를 찾아오시오
 
한편, 시선은 타임머신을 타고 2001911일과 그 이후로 날아온다. 주인공은 뉴욕 현대 미술관 ( MoMA )에서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요코. 그녀는 2001911일 세계 무역 센터 테러 사건으로 남편을 잃었다. 그녀의 남편인 이든은 2001년 바로 그날 아침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토르티아를 먹고 일하러 간 다음,,, 다시는 요코 옆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크나큰 슬픔을 겪은 그녀는, 비록 남편을 잃었지만 미국 정부가 그것을 핑계로 하여 ( 테러 집단을 없앤다는 핑계로 ) 다른 나라를 침공하여 힘없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는 일을 막고 싶어한다그래서 그녀는 현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게르니카 MoMA로 가지고 오고 싶어 한다. 반전과 평화의 상징인 게르니카를 가지고 " 피카소의 전쟁 " 이라는  이름 아래 전시회를 열어서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반전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녀는 유엔 안보리에서 전쟁 선포를 하는 미국 국방장관을 보고 경악을 한다. tapestry로 만들어진 게르니카를 암막으로 뒤덮기까지 하면서 굳이 전쟁을 시작하는 미국. 과연 그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전쟁을 일으킨다고 하여 죽은 사람들이 되돌아올 수 있을까? 전쟁은 폭력을 낳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다.
    
바스크 출신의 테러 집단인 ETA에 잡혀가는 등 엄청난 고초를 겪고도 그녀는  게르니카 라는 그림을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가지고 와서 세상에 알리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는다. 그러한 정신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진정한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더 이상 폭력이라는 악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선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인간의 어리석음은 왜 고쳐질 수 없을까? 여전히 인간이 서로에게 가하는 고통은 반복되는 것 같다피카소가 전쟁에 반대하면서 피땀 흘려 그려낸 게르니카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피를 불러오는 전쟁은 일어나선 안된다. 그리고 큐레이터 요코가 전달하는 메시지도 그와 함께 한다. 비록 60년이 넘는 시간차가 있지만 반전에 대한 그들의 명확한 메시지는 같은 것이다.
 
결국,,,, 요코는 게르니카를 받아낸다. 피카소는  " 피카소의 전쟁 " 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여전히 살아있었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 당장 멈추시오, 그 어리석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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