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지금 끝내고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속도도 너무 느리고, ( 속으로 왜 이렇게 가독성이 떨어지지 ?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 워낙 추리소설이나 환상소설 등에 심취하는 타입이다 보니 일상을 잠식하는 불안감을 나열하거나 서로 별 관계가 없는 것 같은 사건을 늘어놓는 듯한 글은 좀 지겨워진다. 그래서 그냥 그런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 책의 모든 미스터리를 푼 열쇠는 마지막에 뿅!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렇게 4 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계절에 속해있는 주인공들은 나름의 도덕적 딜레마에 갇혀있는데 그런 부조리에 대해서 스스로를 성찰하여 올바른 쪽으로 나아가기보다는 그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합리화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죄를 알아차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못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사실은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가 각 계절에 속해 있는 주인공이 짊어지고 있는 도덕 혹은 윤리의 부조리함의 무게를 독자로 하여금 재어보게 하는 것인가? 싶었다. 통상적인 사회적 규범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각자 어떤 죄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저지르고 있는 개인들이 나오니까.


아내를 두고 내연녀를 두고 있는 아키라. 거짓말을 해놓고도 숨기고 더 나아가 뇌물수수까지 하는 남편을 방관하는 자신에 대해서 모멸감을 느끼는 그의 부인 아쓰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속에서 판단하기에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도 그것이 옳다고 계속 주장하는 한 남자.


그런 이야기 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영어에는 이런 단어가 있다. “ irreversible ”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인데, 내가 과거에 한 행동이나 혹은 지금 저지른 행동은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다. 그리고 " Think twice " 라는 단어도 있다. 행동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너의 행동이 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모르니,


한때 한국에서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의 붐이 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감독은 웜홀과 평행 우주 이론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즉, 우주 공간에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있어서 그 사이의 웜홀을 통해 시공간을 여행할 수 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우주에는 여러 차원이 있어서 - 층층이 쌓여있음 - 과거, 현재, 미래의 나는 언제나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거나 아니면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나와 똑같은 내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이 책에서도 아마 그런 이론을 바탕으로 했을 것 같은 미스터리한 일이 각 주인공에게 발생한다. 예를 들면 아키라의 집 앞에 배달되는 쌀과 술. 자신의 잘못을 의식하고 있는 아키라는 CCTV를 달면서까지 누가 그것을 놔두고 갔는지 찾으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여름 편의 아쓰코는 장을 볼 때마다 자신이 고르지 않은 통조림이 바구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깊은 물 속에서 한 없이 가라앉는 자신이 보이는 몽환적인 꿈을 꾸기도 한다. 미래의 자신을 모습을 본건가?


가을편의 겐이치로는 자신이 찍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사막의 영상을 보게 된다. 황폐해진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슬쩍 엿본 것 인가? 작가가 제시하는 웜홀이라는 통로를 통해 미래에서 보낸 시그널을 통해서.


작가는 평행우주이론 이나 웜홀 등의 이론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에서도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고 끊임없이 서로에게 그것이 행이든 불행이든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스텔라에도 나왔듯이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주의나 경고를 보내던가, 아니면 미래의 나의 자손이 나에게 시그널을 보내던가 하는 식으로 내가 지금 하는 선택이 옳은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비록 각 계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각 강물에서 흐른 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합치듯이 그들이 저질러놓은 일들은 .... 누군가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 내가 생각하기에 ) 절망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서늘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그리고 겨울이라는 계절을 통해서.


가을편에서 겐이치로는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인물이다. 일본에서는 가난한 모녀의 투쟁기를 다큐멘터리로 담기도 하고 홍콩의 반 정부 시위대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담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왜 그는 한 과학자의 야심만만한 그리고 매우 비윤리적인 실험에 반대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지 않았을까? 일반 서민과 달리 똑똑한 그가 그 과학자가 계획한 프로젝트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택했다는 것은 그 프로젝트에 반대를 해봤자 미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에 대해서 체념을 했다는 뜻이고 그 말인 즉슨 지금 목소리를 높여봤자 바뀔 수 없다고 체념을 했다는 것이다. 왜? 잘못된 일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을 해야지.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아일랜드라는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복제인간이 양산되고 그들은 자신이 복제되었다는 사실을 모른채 원래 자신의 희생양으로 쓰이게 된다. 인간이 가진 똑같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한 인간이 차별을 당해야 하고 이용을 당해야 하나..... 어떤 영화나 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작가가 제목에서 제시했듯이 우리는 이미 다리를 건너온 것이 아닐까? 건너지 말아야할 많은 다리들, 한번쯤 고려하고 진행했어야할 많은 옳지않은 일들의 다리들을.


한번 더 생각하고,,, 자신이 잘못을 했으면 즉각적으로 인정으로 하고... 어떤 사건을 그냥 단기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앞으로 나의 자손들이나 미래의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인 인간들. ( 겨울편에 나오는 복제인간들 ) 걱정이 많은 인간인 나는 또 복제인간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그들이 누릴 수 없는 자유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룰 것 같다.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