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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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세계의 일부이고, 그 연결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화이트홀>이라는 과학 책을 통해서 만나봤었다. 솔직히 말해서 완벽히 이해는 못 했지만 그가 설파하는 우주의 원리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과학 전문가인 저자가 이번에는 과학자의 목소리를 다소 접고, 철학과 예술 그리고 정치와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이 책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결성"을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사물도 개체가 아니라는 그의 주장. 여러 책들을 통해서 과학의 본질과 깊이를 전했던 저자는 이제 마치 잔잔히 흐르는 강처럼 "우리"와 "연대"를 이야기한다.

이 책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몇 년간 유럽 여러 신문에 기고한 글과 강연 등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과학자의 언어로 시작하고 있지만 점점 철학과 예술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열정을 표현하고 있는 저자. 결국엔 이 책을 통해서 "인간과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장자의 물고기 이야기는 단순히 동양의 철학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앎이라는 것이 자연과 유리되어 있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철학에서 시작한 듯한 저자의 생각은 정치와 같은 현실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말로는 '평화'를 논하면서 무기 생산과 같은 엄청난 수익 사업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저자. 정치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삶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강의를 통해서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알린다. 특히 이 책에는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수도 있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전쟁 외에도 팬데믹, 기후 위기 등 인간 존재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저자.

이 책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은 바로 "정답 없는 질문"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다. 평소에는 확고한 진리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그 와중에 겪는 실수조차도 배움의 기회로 끌어안는 저자. 갈릴레오의 오류에서 배우고 결국에는 하이데거의 존재론, 베토벤의 음악, 애니시 커푸어의 예술에까지 손을 뻗는다. 이 와중에도 결국 그의 생각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말하자면 그냥 사물이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세상에 대한 인식과 타인과의 공명이 결국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 힘이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책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주제를 아우르며 우리에게 새로운 방식의 앎과 삶을 제안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지만 결코 혼자서는 가능하지 않은 모험이라고 말하는 저자. 연결된 존재로서, 우리는 함께 걸을 때 비로소 의미를 얻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를 가진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로벨리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속삭인다.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논리적 사유와 시적 감수성이 만나 깊은 울림을 내는 에세이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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