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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평점 :
"진실이 믿음을 이길 거라 믿는 여자 김서연
이 신념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과
누구도 상상 못할 충격적 반전의 이야기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던 소설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일단 "과학 소재", "거대 기업의 비리" "골리앗 같은 조직들과 싸우는 정의로운 개인"과 같은 요소에 끌리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희귀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과 음모 그리고 배신 등과 같은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진실"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 혹은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 한 여인의 끈질긴 투쟁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마치 이기기 불가능한 전쟁에 뛰어든 여전사를 보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완전 꿀잼이었던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주인공 김서연은 영실대학교라는 지방대에서 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을 7년째 수행하고 있었다. 빅터 우 교수를 비롯한 여러 동료들과 함께 "TPDD"라는 희귀 유전 질환 (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한 가지 생각만 하고 한 가지 말만 할 수 있음 ) 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다. 화학공학과이기에 거대 제약회사들과의 협업은 꿈도 꿔볼 수 없었던 상황. 서연을 비롯한 동료들은 무궁 화학이라는 작은 기업과 손잡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임상 실험을 하던 와중에 환자들이 치료제에 이상 반응을 보이더니 차례차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제목이 왜 <당신의 세포막 속으로> 인지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치료제 투여 등 임상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단단한 세포막을 뚫는 리포솜이라는 물질이 필요한 것이 사실. 이 책은 진실이라는 단단한 세포막을 단번에 뚫어버리는 리포솜과 같은 거짓된 믿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익 앞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거대 제약회사들의 언론 플레이, 신약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시스템 그리고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언론이 던져주는 가짜 뉴스에 흔들리는 대중들까지... 이 모든 것들은 "진실"이라는 단단한 세포막을 지키려는 주인공 서연을 위협한다
이 소설은 "과학 스릴러"를 표방하는 책답게, 주인공 김서연이라는 존재를 아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어떻게 보면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다루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직에 속한 개인이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 앞에서 거짓된 조직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과연 있을까? 한때는 믿을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릴 때 개인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거대 기업의 말만 믿고 진실한 사람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언론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개인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이런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서연은 진실 수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엄청난 두려움도 느꼈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역시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되었다. 실험을 통해서 안전하다는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또 어떤 부작용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운동하지 않고도 살을 빼주는 기적 같은 약이 나오는 시대, 그리고 인공 지능으로 모든 일을 짧은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언제 어떻게 부작용이 드러날지 아무도 모를 일. 이 책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는 그럼 과학의 무서움과 동시에 진실을 단숨에 덮어버리는 거짓된 믿음의 무서움을 동시에 말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끝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 만점의 소설 <당신의 세포막 안으로>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