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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매일 죽음을 마주하다 보면
죽음은 우리를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한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자인 유성호 교수님을 처음 봤는데, 법의학자이고 시체를 부검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분이라서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를 가졌으리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차분하고 젠틀한 분이셨다. 그때부터 이 분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죽음"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한마디로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마치 영원히 죽음이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는 나 같은 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저자 유성호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잠시 의사 생활을 하셨다. 그러다가 법의학이라는 학문을 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27년간 3000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하며,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는 법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중 사건 및 범죄와 관련한 부검과 자문을 담당하며 현재는 자타 공인 법의 학계의 권위자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 책 이전에 이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라는 책을 통해서 법의학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와 철학을 이미 전달하셨던 듯. 다른 학자들에 비해 대중들과의 소통도 활발하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총 3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각각은 죽음에 대해서 배우고, 준비하고, 기록하는 단계로써 "죽음을 배우는 시간",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 "삶을 기록하는 작업"과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42쪽 "죽음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점"에는 1인칭, 2인칭, 3인칭 죽음이라는 것이 다루어지는데, 표현으로 짐작하겠지만 각각 나의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뉴스에 등장하는 남의 죽음에 대한 각기 다른 태도를 설명한다. 저자는 모든 죽음을 3인칭의 죽음으로 대할 떼죽음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동시에 가까운 사람의 죽음 때문에 발생하는 상실감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루고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에서는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즉 "안락사"라는 주제를 다룬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다소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사건 "보라매 병원 사건" ( 보호자가 환자의 인공호흡기 제거하여 법적 처벌받음 )과 "김 할머니 사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법적으로 중단) 이 소개되면서 한국에서도 죽음에 대한 자기 선택권이 좀 더 공론화되어야 할 것임을 밝히는 듯하다. "삶을 기록하는 작업"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소개되는데, 남은 사람들을 위한 기록 작성과 재산을 정리하기 위한 유언서 작성뿐 아니라 살아있을 동안 할 수 있는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삶의 정리를 좀 더 후회 없이, 아름답게 가져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죽음을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이라는 것의 무거움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온기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게 되고 그동안 망설이고 있던 일들을 좀 더 용기 있게 시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삶의 끝에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현재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진리를,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 당신은 삶의 마지막 순간,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바뀔 수 있음을 말하는 책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이 책은 결국 죽음을 준비하며 삶을 더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