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품격
김기석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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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을 살아내는 이들은 거룩하다"

최근 일어난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분열 등을 겪으면서 그래도 우리 사회에 진정한 어른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오늘 읽은 <최소한의 품격>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과 사회를 위해 부단히 성찰하시고 노력하시는 분의 책이다. 저자 김기석 씨는 목사님으로 30년 가까이 일해오시다가 최근에 퇴직을 하셨다고 한다. 이 책은 인권, 정치, 사회, 기후 문제 등등 대단히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풀어낸 글인데, 굉장히 깊이 있고 철학적인 글이다. 이 분의 글에는 특히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민이 많이 실려있는데, 약한 자, 소외된 자 그리고 절망한 자들에 대한 진정한 염려와 배려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여러 신문과 잡지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각 시기마다 매스컴을 장식했던 사고나 사건 그리고 이슈들을 주제로 하여 풀어낸 글이다. 세월호 사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국 장애인 협회에서 벌인 시위 등등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주제도 있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과 전쟁 등과 같은 세계적 인권 문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실려있다. 읽는 동안 정말 뼈저리게 다가온 점은 바로 전반적인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 상실"이었다.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이제 지겹다고 말하는 사회... 우리는 물질에 치우쳐 살아가다가 아주 중요한 정신적 가치를 잃어버린 게 아닌지 짚어주고 있는 저자.

이 책의 제목은 <최소한의 품격>이고 덧붙여진 부제는 "새로운 삶의 문턱을 밟고 나아가기 위한 사유와 성찰"이다. 이 문구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은 단숨에 읽는 책이 아니고 때때로 마음을 강하게 울리는 문장 문장마다 독자들을 멈춰 서게 한다. 17쪽 "정신이 높이와 깊이를 잃어버려 납작해질 때 사람은 누구나 욕망의 전장에서 살아남을 생각에만 골몰한다" --- 자본주의 논리에만 빠진 채 빈곤한 정신으로 허우적대는 현대인을 꼬집는 말인 듯. 36쪽 "하나를 쉽게 포기하는 사회는 언제든 아흔아홉도 버릴 수 있는 사회다" ---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 대한 강한 경고랄까? 47쪽 " 어쩌면 희망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내란 사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품은 희망 때문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정치, 사회 문제 등 어쩌면 다소 무겁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문장들은 결코 날카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시처럼 아름다운 문구들. 그의 문장은 동서고금의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면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단어들, "정의""연대" 그리고 "희망" 과 "회복"이라는 말들을 다시 한번 차분히 되새겨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는 풍요로운 사회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정신적 가치는 갈수록 빈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고 독자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저자.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갈수록 사람들의 말은 거칠어지고 소통이 사라진 곳에 오해와 분열만 남은 상황. 나는 현재 우리 국민 모두가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에 살짝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작년에 어마어마한 정치적 위기를 겪었고 현재도 내란은 완전한 종식이 되지 않은 상태다. 절망 속에서도 연대와 희망을 엿봤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분열되어 있었고, 혐오가 이렇게 사회를 지배했었나?" 싶어서 좀 놀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석 저자의 책 <최소한의 품격>은 먼저 우리 자신부터 돌아볼 것을 조용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와 다르면 밀쳐내고, 나의 언어만이 옳다고 떠들었던 지난날을 반성해 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저자의 말을 곱씹어 본다. "

"인간은 새로운 시작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은 세월이지만 비애에 침윤되지 않고 듬쑥하게 자기 삶을 살아내는 이들은 거룩하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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