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쿠데타 -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클레어 프로보스트 외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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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그림자 권력, 그 은밀하고도 장대한 쿠데타의 진상을 규명한다

몇 년 전 봤던 영화 [블랙 머니]에서 한 미국의 금융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천문학적 금액의 소송을 거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체적인 내용이 다 기억 나기보다는 조진웅이나 김혜수 배우 같은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분의 연기만 반짝 기억날 뿐이지만, 어쨌든 이 영화가 우리나라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의 법적 공방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우리가 90년대 말 겪은 금융 위기, 즉 우리에게는 불행이었던 사건을 기회로 삼아서 소송 끝에 엄청난 돈을 뜯어간 기업 론스타. 그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 한국의 썩은 엘리트 집단들과의 카르텔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책 <소리 없는 쿠데타>가 이런 이익집단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 책 [소리 없는 쿠데타]는 저널리스트인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켄나드가 집필한 책인데,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벌어진 사건과 사실을 기반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다른 나라들을 침투하여 그들을 좌지우지하는지를 보여준다. 각 기업들은 투자라는 명목으로 한 나라에 들어왔다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이익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그 나라의 법을 존중하기보다는 국제법에 바로 도움을 청한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ICSID)와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 (ISDS) 등의 국제기구를 활용해서 각국 정부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보여준다. 주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처럼 국제적으로 입김이 그다지 세지 않은 나라를 대상으로 자원을 수탈하고 심지어는 민간 군대까지 운영하여 자국 정부의 역할을 대체하려고 한다.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광산 개발 문제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지분 이전 문제 등등을 예로 들면서 결국 재판에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탐욕스러운 기업에 국가가 패배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동안, 세계은행이나 ICSID와 같은 기관들이 얼마나 공정한가? 이들은 왜 재판을 진행함에 있어서 환경과 지역민의 건강 등을 고려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이러한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는 세계 최고의 엘리트 집단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돈과 권력을 앞세운 사조직이 엄연히 공적 집단인 국가를 밟아버리고 국가의 법체계를 깡그리 무시하는 상황... 그렇다면 왜 이런 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공론화가 되지 않은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나 답답해졌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민주주의는 절대로 안정된 것이 아니다, 자칫하면 남의 손에 의해 낱낱이 해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개발" "원조" "투자" "국제 협약" 등등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단어들이 우리 현실에서는 결국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ISDS를 앞세운 소송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 정부마저 무력화시키고, 국제 원조금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며, 경제특구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또 다른 착취의 장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현재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혹은 식민주의에 맞서고 있는 셈이다.

세상 어디에나 빌런들이 없는 곳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고, 악한 사람들이 똑똑하기까지 하니 세계가 이 모양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는 초 자본주의 세상, 어쩌면 이 책 표지에 나와 있는 문구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그림자 권력"이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은 두 저널리스트들의 철저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문제를 탐구한다.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권력이 어디서, 어떻게, 왜 민주주의를 탈취하고 있는지를 폭로하고 있는 책 <소리 없는 쿠데타> 기업 권력과 국제 정치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요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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