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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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학교야말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다 함께 모여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것을.

타임슬립물이라고 할까? 아니면 역사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 <밤의 학교>는 학교를 배경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우리나라 역사의 아주 중요한 순간으로 여행을 하는 주인공 지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지환과 연극반 친구 기웅, 은서가 주요 등장인물들인데, 그들은 어느 날 지환이가 미스터리한 존재에게 축구공으로 얻어맞는 사건을 시작으로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서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가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주변인으로 시간 여행을 하기보다는 직접 독립운동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환이는 실체 엽서를 모으는 고등학생인데, 어느 날 잊을 수 없는 한 통의 엽서를 만나게 된다. 그 엽서에는 "선생님, 저는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흐릿한 사연이 적혀있었고, 보낸 이와 받는 이의 이름은 지워진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차지 않은 축구공에 맞아서 안경이 깨지거나 교실에 침낭을 두고 잠을 자던 날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지환... 그런 식으로 계속 이상한 경험을 하다가 결국 지환은 1909년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다. 이후 매일 밤 지환이는 일제강점기 속 주요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지환이만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끌려들어 가는 게 아니라 친구들도 함께 시간 여행을 하고 그것을 또렷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 덕분에 더욱더 흥미진진해진다. 이들은 우리나라 주요 독립운동가들을 직접 만나고 자신들도 그 대열에 참여한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권기옥 열사의 비행사 훈련 등을 직접 체험하며 독자들에게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 속에 숨겨져 있던, 많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에피소드를 드러낸다. 이 와중에 내가 잘 몰랐던 독립군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희생정신과 독립을 향한 강한 열망이 느껴져서 목이 메어왔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전체 스토리와는 별개로 연극반 아이들이 축제에 대비하여 준비하는 연극 내용이 중간중간 다른 필체로 삽입되어 있다. 앞으로 있을 축제의 공연을 위해서 지환이가 쓴 희곡이 소개되는데, 이 희곡이 바로 일제 치하의 독립군 이야기이다. 말하자면 원래 지환이는 역사에 관심이 무척 많았던 아이였고 타임 슬립을 통해서 역사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지환을 비롯한 아이들은 겉핥기로 역사를 알아가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 경험을 통해 과거는 끊임없이 현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과 어쩌면 우리의 미래까지도 과거가 담보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설 [밤의 학교]에서 지환이와 아이들은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장소, 그곳에서 모든 것을 체험한다. 학교라는 곳은 지환이가 꾸벅거리며 조는 교실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던 하얼빈 역으로 바뀐다. 그러다가 어느새 독립군으로 변한 지환, 기웅, 은서가 갇히게 된 감옥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저자가 이렇게 배경을 설정한 이유는, 과거는 우리의 현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고 과거의 선택이 오늘날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판타지 소설 그리고 청소년 문학이기에 다소 가볍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은 물론이고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밤의 학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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