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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평점 :
"인생의 모든 순간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어떤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올 때, 반드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앙리 마티스의 화풍을 좋아하는 편인데, 볼 때마다 뭔가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내 마음을 안심시켜준달까? 이 책 <마흔에 보는 그림>은 한 시대를 풍미한 여러 화가들의 삶과 그림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나의 최애 화가들 - 앙리 마티스, 에드워드 호퍼 - 가 맨 앞쪽에 배치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이들의 그림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속해있다. 어쩐지 이들의 그림을 감상할 때면 언제나 이 책은 화가의 삶 전반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는데 그게 굉장히 좋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원율 씨이고 <해럴드 경제> 기자이자 미술 스토리 텔러라고 한다. ( 어쩐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야말로 푹 빠졌다 ) 현재는 해럴드 경제에서 '후암동 미술관'이라는 화제의 칼럼을 쓰고 있다고 한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가 한마디로 귀에 꽂히는 듯 하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은 위로가 필요한 순간 / 용기가 필요한 순간 / 버텨야 하는 순간 그리고 홀로 서야 하는 순간 이렇게 나뉜다. 각 카테고리에 속한 작가들의 생애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 그가 왜 그런 그림을 그려야했는지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인상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내가 좋아하는 화가인 "앙리 마티스" 이야기. 우리집에서 걸려있는 그림인 "이카루스"가 색채화가 아니라 색종이를 이용하여 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말년에 심한 관절염으로 새끼손가락 하나 마음껏 놀리지 못했다는 마티스. 그는 침대에 누운 채로 색종이를 오려서 자른 조각을 캔버스에 붙이는 것으로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역시 재료가 문제가 아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고독한 도시인이라면 울컥 하는 감정을 느낄만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책 속에 실린 <푸른 저녁>이라는 그림 속 어릿광대가 평소에 모임에 참석한 내 모습(?)같아서 진짜 눈물날 뻔 했다.
이 책에 따르면 화가 마크 로스코는 평생을 가진 자들의 위선 혹은 자기 자신의 위선과도 싸운 사람인 듯. 1970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는데 저자 이원율 씨는 "그는 자신의 그림이 끝내 타락하는 세상에 맞서 이기지 못할 거라 여겼는지도 모른다"라고 쓰고 있다. 어떤 화가들은 섬세한 감성과 주체못할 뜨거운 에너지로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 중에 영국 출신 화가 뱅크시가 있는데, 이 책의 2장 <용기가 필요한 순간> 쪽에 실려있다. 이 책에 따르면 10대 때 폭행 사건과 관련된 누명을 쓰고 퇴학 통보를 받은 후 권력에 대한 반항의 상징으로 그라피티를 접하게 되면서 거리 화가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에 이어지는 뱅크시가 일으킨 떠들썩한 해프닝들을 통해서 그가 기득권의 위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부조리에 대항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조금 진부한 표현이 되었긴 하지만 "그림이 내게 말을 건다" 라는 표현을 상당히 좋아한다. 하나의 그림에는 인간과 세상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화가의 관점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감상하는 사람으로써 나는 특정 그림들을 볼 때 바다를 헤엄치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일이나 인간관계로 지쳤을 때 위로를 받기도 하고 우울할 때 우연히 본 그림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이 책은 화가의 그림만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그림을 그린 주체인 화가의 삶과 심리를 많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준다. 왜 화가가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그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등을 알 수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었다. 미술관에 갈 시간이 없지만 도슨트가 곁들여진 명화 감상을 꼭 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 [마흔에 보는 그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