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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역사 1 - 근현대사 ㅣ 사물궁이
김명재 지음, 사물궁이 잡학지식 기획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평점 :
역사서는 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영향력이 컸던 사건 위주로 기록되긴 하나,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역사의 큰 흐름을 이룬다는 점에서 우리는 일상의 사소함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는 역사서의 형태에 대해서 편견이 없다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주로 한국의 근현대사에 초점을 맞춘 내용인데, 특정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3.1 운동의 모습은 어땠을까? 와 같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질문도 있지만 언제부터 사진 촬영이 대중화되었을까? 나 한국의 교육열은 언제부터 심해졌을까? 와 같은 평범하지만 뭔가 흥미를 자극하는 질문들도 많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 김명재 씨가 프롤로그에 남긴 글에 큰 공감을 했다. 저자는 작년 12월에 일어난 대통령의 계엄 선언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렇듯 역사에서 사소한 질문은 현실 사회와 사건, 사람들의 의식에 따라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게엄 선언 전과 후 사람들의 계엄에 대한 인식은 정말 달라졌을 것이다. 말하자면 과거의 유물에 불과했던 계엄, 즉 사소한 일에 불과했던 계엄이 어느덧 우리의 현실을 위협하는 사건이 되어버린 것. 나는 작년 12월 3일 이후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혼란과 소요사태 등을 보면서 일본에 지배를 당했던 한국의 근대사가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의 정치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과 6.25 이후 미국이 내정 간섭을 했던 것 등등 지금의 한국을 만든 주요 근현대사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다.
이 책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1>은 1부 -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던 근현대사 이야기부터 5부 -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근현대 생활 이야기로 구성된다. 1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배당했던 시절에 관한 질문으로 이루어졌는데, 3.1 운동은 우리가 상상하듯 태극기의 물결로 이루어진 집회가 아니었다는 점 ( 일제의 감시를 피해 밤새 등사기를 돌려야 했고 채색 과정이 번거로워서 대량 생산이 어려웠다고 함 ) 공격적인 독립운동의 하나였던 폭탄 투척에 쓰인 폭탄은 영국인, 중국인 등 외국인들을 통해 전수받은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몇몇 친일파들은 조선인도 일본인처럼 대우해 주겠다는 일본의 선전 전략에 넘어간 민족주의자들이었다는 점 등등의 흥미로운 사실들이 소개된다.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이었다.
105쪽에는 "일본인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루머를 왜 믿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일본이 혼란에 빠지자 당시 내무 대신이었던 미즈노 렌타로가 다음 날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문을 퍼뜨리도록 지시한다. 군대 출동과 계엄령 발포를 준비하는 동안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인 자경단에 의한 조선인 학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실 이 사건은 그전부터 일본 정부와 언론이 식민지 통치에 불만을 품은 조선인을 억압하기 위해서 조선인에 대한 혐오 정치를 해온 결과라고 하는데, 특정 집단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용한 최악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들어서 주요 정치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을 분노 등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세력과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집단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사서"라고 하면 길고 지루한 책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 40개를 뽑아서 거기에 대한 답변 위주로 글이 쓰여 있는데 정말 흥미진진해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예를 들자면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일제강점기 조선에 살던 민간 일본인은 조선인과 어떻게 지냈을까?"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당시 조선 사람들이 너무나 빈곤하게 차별당하며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자유연애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 "여름 납량 특집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와 같은 신변잡기 위주의 질문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와 같은 독자들이 전에는 몰랐던 흥미진진한 정보와 사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1>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