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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ㅣ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평점 :
"넌 마음이 너무 건조해"
아이들 마음에 켜진 '건조주의보'를 발견하고
촉촉하게 적셔주는 이금이 표 다섯 이야기
우리도 한때는 어린이였다.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고 마찬가지로 사소한 일에도 슬퍼하는, 티 없이 해맑고 순수했던 그런 아이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현실을 좀 더 잘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렇게 빛났던 감수성이 조금은 무뎌진 상태로 살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 [건조주의보]는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쓴 이금이 작가의 작품이다. "내가 어린이 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 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이금이 작가. 일종의 단편동화집인 이 책에는 총 5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이야기들 모두 마치 힐링 소설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건조주의보>
게임을 좋아하는 주인공 건우는 요즘 다소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부모님은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성적이 상위권인 고2 누나에게만 신경을 쓰고 자신에게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아빠와 엄마는 각각 피부 건조증과 구강 건조증을 앓고 있고 누나도 안구 건조증을 앓는 등, 그들은 뭔가 하나의 끈끈한 공동체인 것 같은데, 자신만 건조증이 없으니 뭔가 불안하고 외로운 건우.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아윤이 집에 놀라가서도 주야장천 게임만 하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건우에게 아윤이가 하는 말, "넌 마음이 너무 건, 조, 하다고."! 이 말에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오히려 뛸 듯이 기뻐하는 건우... 과연 이유는 뭘까? --- 초등학생인 건우 또래에게는 어쩌면 가족의 의미가 굉장히 클 수 있다. 함께 하면서도 그 안에서 외로워하고 소외감을 느끼곤 하는 아이들.... 건조증과 같은 불편한 질환도 함께 하고 싶은 건우의 간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던 이야기였다.
<닮은 꼴 모녀>
한 달 전에 전학 온 영민이를 몰래 좋아하는 주인공 민지. 영민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파마를 하고 싶었지만 미용실에서는 커트 머리가 대세라며 민지의 머리를 짧게 잘라준다.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나오는 영민이를 피해 어딘가로 숨어든 민지. 그런데 엄마도 어딘가로 사라진 상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민이는 학습지 교사인 어머니의 학생이었고 엄마는 민지의 엄마인 것을 영민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엄마가 자신을 부끄러워해서 그런 것이라고 오해한 민지는 자존심 때문에 영민이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학교에서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던 날, 영민이는 마치 엄마를 연상시키는 학습지 선생님이 좋다는 글을 발표하게 되는데.... ----- 가족끼리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더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서로의 마음을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똑같이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해하고 있는 엄마와 딸의 다정한 이야기
<사료를 드립니다>
엄마 그리고 누나 은비와 함께 캐나다로 유학을 가게 된 장우.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키우고 있던 노견 장군이를 남의 손에 맡기게 된다. 3년만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어쨌든 너무나 불안한 장우. 그러던 와중에 요양원에 계시던 할머니가 위독해지시는 바람에 캐나다에 3개월 있다가 엄마를 따라 한국으로 잠시 오게 된 장우는 부모님 몰래 장군이가 머무르는 집에 찾아가게 된다. 이상하게도 집이 어질러져 있고 장군이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는 듯한데...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다시 장군이가 맡겨진 집에 오게 된 장우는 옆집 할머니의 입을 통해서 그 집의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온 길에 장우는 밝게 웃으며 산책에서 돌아오는 아이들과 장군이를 보게 되는데...... ---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장우의 간절한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진 작품. 편찮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이인 장군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장우의 불안한 마음이 더욱더 부각되었다. 그러나 장우는 결국 환한 장군이의 미소를 마주하게 된다.
정말 귀엽고 밝고 맑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 <건조주의보> 책의 표지에는 이금이 작가에 대해서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어린이의 심장을 글로 남기는 작가." 이처럼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여러 사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세파에 시달리는 바람에 이제는 딱딱한 심장을 가진 어른이 되었으나 한때는 우리도 말랑말랑한 심장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자녀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부모님과 학생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선생님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의 마음과 세계를 너무나 잘 묘사해 준 책 [건조주의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