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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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공부, 독서, 글쓰기, 소통, 진로, 생태적 삶 등

11가지 삶의 주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

"통섭"을 다른 말로 하면 "지식의 통합"이다. 이른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학문 이론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승이었던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의 저서를 번역한 최재천 교수님이 본격적으로 이 개념을 소개하였다고 한다. 오늘 내가 읽은 책은 최재천 교수님의 저서 [최재천의 희망 수업]이다. 총 11개의 레슨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평생 동안 학문을 연구하는데 바쳐온 한 교수의 여러 주제에 대한 예리하고 지혜로운 통찰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A.I.에 대한 이야기부터 기후 위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현재 문제시되는 여러 주제에 대해서 다룬다. 우선 요즘 말 많고 탈많은 인공 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로웠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생성형 A.I.다, 딥러닝이다 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지적으로 우수한 인공지능에 의해서 인류가 결국 지배당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최재천 교수님은 그런 두려움을 날려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서 산업 혁명 시대에도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펼쳐졌지만 결국 기계는 살아남았고 인간도 기계를 관리하는 일을 가지게 된 것. 앞으로도 인공 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인공 지능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보다는 오히려 인공 지능을 이용해서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는 판단 쪽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이 특히 나에게 재미있었던 이유는,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의 천진난만하고 철없던 (?) 학창 시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좋기도 했다. 교수님은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주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하시는데,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재미있는 독서만 하지 말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나 전문적인 분야의 책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신 점이다. 127쪽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는 취미로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기획해서 책과 씨름하는 게 독서입니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책을 읽느니 나가 노는 게 낫습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까지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독서만 해왔기 때문이다. 진짜 어질어질함을 느꼈고 앞으로는 내가 모르는 분야,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강조하신 부분도 좋았다. 교수님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MIT 공대를 예로 드는데, 이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고 한다. 그 책은 바로 "The Elements of Style"이라는 글쓰기 교재인데, 공대에서 배우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학습 내용을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솜씨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 전공자에게만 글솜씨를 요구하고 공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글을 못 쓰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풍토가 있는데, 이래서는 안된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었다. 141쪽 " 나는 연구자가 될 것도 아니고 회사에 취직할 건데 무슨 글쓰기가 필요하겠느냐고요? 세상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습니다. (.. 중략..) 이해하기 쉽게 얼마나 잘 썼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장래가 결정됩니다. " 소통과 전달에 글쓰기 중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저자 최재천 교수님은 "통섭"이라는 개념을 강조하신 분답게 사고가 무척 유연하시다. 책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학창 시절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는데, 예를 들자면 박사 논문의 주제인 민벌레 연구를 할 때의 에피소드와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연구를 하던 와중에 세크로피아 나무를 들여다보던 중 각기 다른 종의 여왕개미들이 살림을 합친 것을 보게 되는 저자. 인류와 오랑우탄이 손을 잡은 것과 같은 이 특이한 상황을 가지고 논문을 썼으나 각 학술 논문지에서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딱딱한 논문 제목 때문에 거절을 당했을 거라고 저자의 친구가 예측했다고 하는 부분까지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였다. 전반적으로 교수님이 겪은 에피소드 위주로 실려 있어서 읽기도 쉽고 참 재미있는 책이지만 독서량이 부족하거나 교육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점 등등 한국이라는 나라가 개혁해야 할 여러 문제점도 짚어주시기에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재미있고 배울 점 많은 교양서 [최재천의 희망 수업]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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