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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다시없을 영웅의 기록 -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김신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월
평점 :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책 [레클리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이야기이고 주인공이 다름 아닌 말이다. 예전에 남겨진 사진들을 통해서 전쟁 중 군인들과 함께 했던 동물들 - 고양이, 개, 혹은 곰 - 등을 본 적은 있었으나 이렇게 실질적인 공헌을 이룩한 경우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한때는 경주마로 트랙을 달렸으나 한국 전쟁이 터진 이후에 포탄을 나르고 케이블을 옮기는 등 미군을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은 영웅 말 "레클리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안정은 전쟁 당시 목숨을 바쳐가면서 나라를 지켰던 과거의 영웅들 덕분이고 그 영웅들 속에는 레클리스도 포함된다.
이 이야기는 말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시절, 소년 김혁문은 먼발치에서 경마장을 구경하다가 그만 어떤 말에게 마음을 뺏겨 버린다. 이후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첫눈에 반해버린 ' 흰 다리와 붉은 털을 가진 말'을 눈앞에서 보는 일. 무척이나 가난한 집 출신인 혁문이 말을 소유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어느 날 경마장을 방문했던 혁문은 경마장에서 일하는 일본인들 눈에 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훈련 수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훈련사 다케오를 통해서 말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면서 말들의 경주를 지켜볼 수 있는 하루하루가 혁문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1941년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다. 혁문을 가르치고 돌봐줬던 일본인들이 전쟁 참여 등을 이유로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경주마들도 전장에 보내는 쌀을 운반하는 군마로 전락하게 된다. 비록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혁문은 "불꽃" ( 흰 다리와 붉은 털을 가진 말 ) 을 계속 정성스럽게 돌본다. 그러던 와중에 불꽃이 새끼 말, 즉 이 책의 주인공 아침해 ( 혹은 레클리스 )를 출산한다. 그러나 출산이 힘들었던 탓인지 불꽃이 새끼를 낳은 후 생명을 잃게 되고, 혁문은 잠시 슬픔에 빠지지만 엄마를 많이 닮은 아침해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정성스럽게 아침해를 돌본다.
2장은 6.25 전쟁이 발발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반에는 한반도 대부분이 북한에게 함락이 되지만 이후에 미군과 유엔군 그리고 특히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미 해병대가 참전하게 되면서 북한군이 퇴각한다. 그러나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펼치게 되면서 소모전에 접어들게 된 한국 전쟁. 해병대 소속의 페더슨 중위는 중공군을 물리치기 위해서 치명적인 공격력을 가진 무반동총, 즉 '레클리스 건'을 전쟁에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운 포탄을 옮기는 역할을 할 존재가 필요했고 마침 누나 정순이 지뢰 파편 때문에 다리를 절단하는 바람에 의족이 필요했던 혁문은 눈물을 머금고 불꽃의 새끼인 "아침해"를 페더슨 중위에게 팔게 된다.
3장은 미군들의 세심한 돌봄을 받는 레클리스 ( 원래 이름은 아침해였으나 미군에게 속하게 되면서 레클리스로 바뀜 )가 어떻게 훈련을 받고 해병대 일원이 되는지가 소개된다. 레이섬 병장은 본격적으로 레클리스를 훈련시키는데, 엄폐물이 없는 곳에서 포격을 피하는 법, 트레일러에 오르고 내리는 법,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철조망을 통과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점점 레클리스는 진짜 해병이 되어간다. 4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전장에 뛰어든 레클리스의 활약이 멋지게 등장한다. 무거운 포탄을 나르고 부상을 당하는 등 레클리스가 기여한 덕분에 결국 중공군이 퇴각하고 미 해병대는 승리를 거둔다. 이후 전쟁의 종식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는 레클리스는 가장 명예로운 해병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케이크를 먹는 영광을 누리게 되는데....
우리는 현재도 한국전쟁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다. 나라는 3.8선으로 나누어져 있고 휴전 상태이긴 하나 언제 전쟁이 또 터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의 평화와 번영은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조상님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어떤 영웅은 동상으로 만들면서까지 그들의 업적을 기리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레클리스]의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적들에게서 날아오는 포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채 언덕을 오르내리며 포탄을 나른 영웅 레클리스. 그리고 레클리스를 그냥 말이 아니라 같은 전우로 받아들인 미군들. 우리 한국인들 모두는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 그런지 정말 생생하고 감동적이었던 책 [레클리스]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