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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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법률이 얼마나 멋지게 융합할 수 있는지!


영어 속담에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라는 표현이 있다. 하나의 그림이 정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뒤집어보면 하나의 그림이 보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전거를 탄 어린이의 그림이 있다고 치면 자전거와 어린이라는 피사체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림의 역동성이나 색채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상하는 사람들의 직업이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까? 이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의 저자 이재훈 님은 아마도 그렇다고 말할 것 같기도 하다.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재훈 님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후 현재는 성신여대에서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규율에 기반한 유연성이라는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산책 중 길냥이 찾는 취미가 있다니 반가웠다. ( 나도 산책할 때 꼭 츄르를 챙긴다 ) 업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클래식 미술 감상이라는 취미를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취미가 발전이 되어서 이렇게 책도 펴낼 수 있다니 뭔가를 시작하면 파고드는 성격이신가? 싶기도 했다. 저자는 여러 전시회를 다니다가 도슨트가 펼치는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었고 그 후 여러 명화 속에서 발견되는 법률 지식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책이 정말 좋다. 예술이라는 감성적 영역과 법률이라는 이성적 영역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아주 독특한 느낌의 책이 탄생했다. 그림을 보면서 법률 상식을 배울 수 있다니 정말 재미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면서 '진주'라는 귀중품의 법적 정의를 논한다. 광물이고 무기질에 속하는 보석들이 귀금속인데 반해서 진주는 조개의 몸속에서 탄생한 일종의 유기질이고 따라서 귀금속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이뿐만 아니라 아르침볼도라는 화가의 작품은 과일과 같은 사물로 인간 형체를 표현하는데, 여기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최근 개봉된 영화 [에일리언 : 로물루스]로까지 이어진다. 영화에는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이미 작고한 배우 이안 홈을 등장하게 만드는데, 이것이 초상권 문제를 둘러싼 법적인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내가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눈길이 많이 갔던 부분은 바로 4장 [ 동행을 위한 배려 - 동물과 법 ] 이었다. 175쪽 "스스로 살아가는 길고양이 - 나쓰메 소세키와 유기 동물 "에서는 현재는 반려동물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고양이의 기원,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 그리고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인간에 대한 풍자 등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동물 보호법]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전히 한 발은 늘 자연에 걸쳐놓고 사는 고양이의 야생성이 동물 보호법에 반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고양이가 가끔 인간의 공격과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좀 더 강력한 법이 제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딱딱하고 엄격할 것 같은 법과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이 만났다?! 이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저자가 취미로 시작한 그림 감상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충실히 녹여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그림들이 이제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법률적으로 따져볼 만한 내용들도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정말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어린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보고, 최근 인스타에 어린 자녀의 사진과 일상을 공유하는 "셰어런팅"을 이야기하는 저자. 사실 나도 부모들이 과연 자녀의 허락을 받고 그들의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워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적인 영역에 아이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사생활 침해라는 법률적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마치 도슨트처럼 그림 속에 깃든 법률 지식을 꼼꼼히 설명해 준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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