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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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벌레가 필요하듯

삶에도 부정적 감정이 필요하다!

저자 크리스타 토마슨은 우리의 마음을 정원에 비유한다. 아무리 성실하게 정원을 가꾸더라도 잡초는 생길 수밖에 없는데, 바로 분노, 시기, 질투와 같은 나쁜 감정을 잡초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정원을 가꾸는 입장에서는 잡초란 제거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은 제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안한다. 나쁜 감정을 '지렁이'라고 생각하자는 것. 지렁이를 역겹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 지렁이, 즉, 부정적인 감정은 아름다운 정원, 즉 조화롭고 풍요로운 삶의 일부분에 속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그동안 우리의 사회나 문화에서 어떤 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종교와 학파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나쁜 감정들 - 분노, 시기, 질투 등 - 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되도록 긍정적인 감정만을 드러내고 부정적인 감정은 억압하거나 통제하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향을 이끈 대표적인 학파로 스토아학파가 있는데, 이 학파에 속한 사람들은 대표적인 감정 통제형 성인이고 그들은 부정적인 감정이야말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무관심 혹은 부동심이라고 하는, 감정이 없는 상태야말로 최고의 경지라고 여겼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부정적인 감정의 존재를 무시하고 무조건 억압하려 한 감정 통제형 성인이 있었다면, 감정 수양형 성인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되도록 수양하거나 변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삶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한다. 매일 감사하며 잠드는 사람들, 스스로의 감정에 약간의 거리를 두는 사람들, 그리고 명상 등을 통해서 감정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그들인데, 서양에서 콘푸키우스라 불리는 "공자" 이러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인자, 즉 수양을 통해서 온전한 사람으로 변모한 자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느끼기는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진정성 있게 느껴야 한다. 말하자면 단련을 통해서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양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 감정 수양형 성인들의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감정 통제형과 감정 수양형 모두에게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로 좋은 삶일까? 감정을 억제하여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인간답게 사는 길일까? 우리는 한낱 인간일 뿐이고, 자기애를 가진 존재이기에 당연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나쁜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로부터 오는 혼란과 불안도 최대한 경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듯한 저자. 2부 : 악마와 함께 춤을 에서는,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부정적인 감정 - 분노, 시기, 질투 등 - 을 우리가 왜 느끼게 되는지,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삶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고, 누군가가 우리를 억압한다면 그건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니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 갑작스레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

이 책 [악마와 함께 춤을]이 좋은 책인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을 마냥 나쁘게 그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 왜 그런 감정들이 솟아오르는지를 명확하게 짚어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분노"는 우리가 소중하게 대접받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 감정이고, "질투"는 사랑하는사람에게 언제 배신을 당할지 모르는 우리의 "취약함"에 대한 두려움의 일부일 뿐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와중에 부정적인 감정을 마냥 누르고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흘려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겪고 분노, 불안, 두려움 등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는 듯하다. 이럴 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지를 제대로 짚어주는 이런 책을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감정 지능을 좀 더 높여줄 만한 좋은 책 [악마와 함께 춤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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