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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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니어처 지구에 갇힌 게 분명해

여기는 이미 움츠러든 세계야

생존이라는 말을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소설 [언더 더 독]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패배자"의 삶 혹은 인간 존엄성이 상당히 무너진 상황을 다루고 있다. 기계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이 우리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지금,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쟁이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앗아가고 있는 지금, "인간"이라는 두 글자의 가벼움은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지경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때 이 소설

[언더 더 독]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굉장히 마음을 울린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닥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인간성을 보여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 [언더 더 독]

태아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할 돈이 없었던 부모에게서 태어난 정민은 바닥 생활을 전전하다가 개 식용을 위해 설치된 사육장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원인 듯한 젊은이가 와서는 정민에게 유전자 시술을 받지 않은 자의 피부를 구한다는 말을 하며 연구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다. 스스로를 쓰레기라 여기던 정민은 자신이 어딘가에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기꺼이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다른 이들의 부러움도 받는 등 인생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느낀 정민은 아쉬움 없이 자살을 시도하지만 연구원 노아가 다시 찾아와 그의 인생을 사겠다고 한다. 타인의 관심을 받아본 지 오래된 정민은 울컥함을 느끼며 신체를 기증하기로 약속하는데...

황모과 작가의 소설 [언더 더 독]은 유전자 편집 기술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좀 더 완벽한 인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발전된 사회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기술은 역시 돈과 권력이라는 것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자들의 것. 그 반대편에 있는 주인공 정민의 삶을 초라하다 못해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가지지 않은 자였던 부모는 동반자살했고 부모가 남겨준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쓸데 없는 가상 자산일 뿐이다.

일찍이 스스로 인간 이하라고 규정해 버린 그는 뇌로서만 존재했다가, 기계가 되어 다른 존재들을 파괴했다가 가상현실 속에서 그동안 누리지 못한 행복을 누리기도 한다. 기술 문명이 원하는 대로 신체적 에너지, 심리적 에너지 모두를 갖다 바쳤던 정민은 온갖 더럽고 야비한 일을 겪고 겪은 끝에 원래 있었던 공간인 사육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고는 한때 기계의 모습으로 살았을 시절에 소통했던 많은 기계들이 분해되고 버려진 채 폐기장에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참배하는 마음으로 꽃을 바치게 되는데....

소설 [언더 더 독]을 읽으면서 분노했다가 절망했다가 하는 마음의 요동을 많이 느꼈다. 굉장히 잘 쓰인 SF 소설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실제로 앞으로의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이라면 얼마나 비참할 것인가? 싶기도 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이나 인간성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기계가 대량으로 자살을 끝에 만들어진 기계의 무덤 앞에 시든 꽃을 바치는 주인공을 보며 그래도 앞으로 살아나갈 그의 인생을 조용히 응원하게 되었다. 받아 적고 싶은 글귀가 많았던, 상당히 흥미진진했던 SF 소설 [언더 더 독]

"한숨 잔 다음에도 기어이 깨어나 다시 생의 텁텁한 순간을 맛보게 된다면 그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눈을 뜨게 된다면 그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충분할 터다. 내게 남은 시간은 구차한 목숨만큼이나 끈질기고 지난할 터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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