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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수천 편에 이르는 인디 영화를 본 힙스터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히키코모리이자
독특한 외국어를 탐구하는 언어 오타쿠
굉장히 독특하고 이상한 책을 만났다. 일본에서, 그것도 방에만 틀어박혀있었다는 사람이, 일본어도 아니고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쓰다니? 이게 과연 사실일까? 싶어 이 책이 너무 궁금했다. 이 글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사이토 뎃초’는 히키코모리에 오타쿠 기질이 풍부한 사람이다. 학창 시절, 강제로 하는 공부가 싫어서 우울감에 빠진 후, 그때부터 그는 방에 틀어박혔다고 한다.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영화 감상이 그를 루마니아에서 온 영화로 이끌었고, 루마니아 영화에 푹 빠져버린 그는 결국 루마니아어까지 섭렵하게 되는데...
와!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니! 저자 “사이토 뎃초”의 지적 탐험이 펼쳐지는 광활한 세상에 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다소 경직된 일본이라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부모님에게 바퀴벌레 취급을 받아 가며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저자 “사이토 뎃초”,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그의 영혼과 공명하는 루마니아 영화와 소설을 만난 이후로 그의 인생은 180도로 바뀌게 된다. 이 책이 나에게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첫 번째, 외국어를 배우게 된 과정이 비슷했다랄까? 나는 학창 시절 팝송을 즐겨 듣다가, 우리말로 비슷하게 따라 부르다가, 결국 직접 가사를 알아내는 과정을 통해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이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 세상과 내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일찍부터 좌절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저자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이 길이 아니면 내가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리라..라고 외치는 사람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났다. 이뿐만 아니라, 꾸준함과 성실성도 본받을만하다. 언어를 유창하게 하기 위해서는 문법 공부에 단어 암기까지.. 아주 힘들고 지치는 과정을 다 견뎌내야 한다. 그 과정을 모두 이겨내고 루마니아어라는 낯선 언어를 마스터한 사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이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했던 저자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지게 되면서, 그는 영화 평론가를 넘어서서 루마니아어 소설가가 되는, 드라마틱한 성공 과정이 펼쳐진다. 저자 "사이토 뎃초"의 성공담을 보면서 느낀 건,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이 책에는 유독 마음을 파고드는 듯한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았다. 40쪽에는 그가 본격적으로 루마니아 영화에 빠지게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 [ 경찰, 형용사 ] 가 소개된다. 그는 이 영화에 빠지게 된 요소로써 “언어”, “수사법”을 다루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 즉 언어학적 통찰, 그것도 보편성보다는 루마니아 어의 독특함을 둘러싼 통찰이 풍부하다. 영화도 훌륭하지만, 루마니아어 그 자체에 푹 빠지게 되는 작품이다. ” 113쪽에는 루마니아라는 나라만의 독특함이 소개된다. 루마니아는 문학적 저변이 그리 넓지 않은 곳이라 사람들이 글쓰기와 돈벌이를 연결할 수 없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고 있다는 나라 루마니아. “ 루마니아에서 소설 집필은 돈과 연결되지 않는다. 즉, 소설이라는 예술은 자본주의 논리 밖에 존재한다. ‘예술이 돈과 결탁하면 쓰레기가 된다’라는 고풍스러운 생각을 지닌 내게는 루마니아, 참으로 매력적이다.”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다면, 오늘 이 책으로!! 섬세한 평론가이자 소설가인 "사이토 뎃초"의 눈으로 들여다본 루마니아의 영화 그리고 문학 세계는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였고 매우 아름다웠다. 경찰이 등장하고 범죄자를 때려잡는 그런 영화에서 언어와 수사법을 다루다니... 진짜 상상도 못 해본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왜 루마니아 문화 그리고 언어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울하고 외로웠던 대학생 시절.. 잿빛이었던 그의 세상은 10년이 흐른 후 루마니아가 가져다준 무지갯빛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그를 이끌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한 개인의 지적 탐험, 지적 유희의 정점을 본 기분이 들었던 책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