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역사 -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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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예술의 역할과 가치를 생각하며

전 세계의 예술가와 다양한 작품을 만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냥 끌리는 그림들은 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와 달리와 같은 화가들이 그린 초현실적인 그림을 보면 이 세상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황홀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학창 시절에 미술 시간에 배운 서양화에 대해서만 조금 알고 있을 뿐, 거의 내 머릿속은 예술에 관한한 백지에 가까운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읽게 된 [예술의 역사]는 완전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제목 그대로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예술의 전체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 [예술의 역사]. 과거 동굴의 벽화에 남겨진 사냥감의 그림에서부터 현대의 지하철역에 자유분방하게 남겨진 그라피티까지 다루고 있는 책이라 거의 백과사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지은 저자는 샬럿 멀린스라는 분으로 영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작가 그리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분이다. BBC TV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아트 리뷰] 등 다양한 예술 전문 잡지의 편집자로도 일했다고 한다. 예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없으면 아마도 이런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 본다 이 책은 "인간은 왜 예술 행위를 하게 되었을까?", "10만 년 전에 그려진 동굴 벽화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예술은 왜 중요할까?" 와 같은 여러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동물 사냥에 성공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동굴 벽화에 그림을 그렸고 신을 더욱더 숭상하기 위해서 조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대의 인류는 예술과 분리될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무려 40장이라는 어마어마한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내가 관심이 갔던 장은 사후 세계와 종교에 관한 예술을 다룬 Chapter 5 : 사후 세계로의 여정과 Chapter 6 : 예술이 종교를 품다는 부분이었다. 죽음은 여전히 인류가 극복하지 못하는 미스터리이고, 이것은 과학적으로 뒤떨어진 과거에는 더욱더 두드러졌을 것이다. 로마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출산 중에 사망했기에 무덤 조각으로 추모되었다거나 메소 아메리카나 남미에서 장례식에 쓸 겉싸개나 천에 수를 놓아서 죽은 이를 기렸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기독교가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새로운 교회가 예술가들을 고용하여 거대한 벽과 천장을 성서의 장면으로 덮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유적지가 많은 주요 관광지의 교회나 사원에서 우리는 웅장한 종교화나 조각상들을 접하곤 한다.

인류의 초기 시절 예술가들이 주로 죽음이나 종교 등을 다루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상을 만들었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예술가들은 사회에 진출하고 정치 분야 등에도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Chapter 32 :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예술에서는 특히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1900년대 초반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면서 무려 1600만 명이라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때 다다이즘이라는 예술 사조가 탄생했고, 다다 예술가들은 전쟁을 혐오하고 부조리를 찬양하는 예술작품을 많이 탄생시켰다. Chapter 37 : 우리는 또 다른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에서는 예술에 반영된 페미니즘 이야기가 등장한다. 1967년에 페이스 링골드는 [미국인 연작 #20:죽다]를 그렸는데, 백인 남성이 총을 쏘고 흑인 남성은 칼을 휘두르는 가운데 여성들이 아기를 안고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장면이 연출된다. 피카소 작품 [게르니카]와 크기와 구도가 비슷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 [예술의 역사]는 한마디로 예술에 대한 백과사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나 전문가 과정에 들어선 독자들이 읽어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에 띄엄띄엄 배웠던 지식들이 이 책 [예술의 역사]를 통해서 구슬을 꿰듯, 혹은 퍼즐을 맞추듯,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사 시대에 동물 사냥을 기원하던 마음으로 우리 조상들이 동굴 벽화에 그림을 그렸고, 누군가의 사후 세계가 외롭지 않도록 이집트에서 조각품을 빚었듯이 예술작품은 삶이라는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대로 오면 올수록 사회 활동가들이 예술을 통해서 목소리를 높이는데 열중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인종차별, 기후변화, 빈부격차 등등 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예술로 녹아드는 장면도 소개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들려주었던 좋은 책 [예술의 역사]

" 예술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갈까? (.. 중략..) 그에게 '예술'이란 보는 이들의 궁극적인 작동으로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의 예술은 우리가 모두 다른 배경에서 함께 모이고,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누가 그러한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바로 당신이지 않을까? " (376쪽)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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