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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 ㅣ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평점 :
"우리는 우리가 결정하지 않은 세상 따위 원하지 않아.
여기가 바로 우리의 나라야."
오직 한 번뿐인 삶을 위해,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위해 그렇게 아이들은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다. 아직 부모님의 품에서 미래를 꿈꾸어야 할 10대들은 꿈꿔볼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채로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와 고통스러운 배고픔을 이겨가며 그렇게 강을 건너고, 깊은 숲을 지나 오직 자유라는 빛을 향해 캄캄한 어둠 속을 걸어가야만 한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북한 청소년 광민이는 몰래 남한 출신 축구 선수인 슈퍼스타 “소니”의 브로마이드를 보며 자신도 그처럼 되기를 꿈꿨다. 탈북 브로커로 일하던 어머니의 정체가 들통나는 바람에 얼떨결에 어머니와 함께 탈북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공부를 무척 잘했으나 자신의 출신 성분으로는 원하는 삶을 이룰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던 여름이는 여러 번 탈북을 시도하고 곧 다시 잡혀오면서 결국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를 가진 여름이는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서 다시 도망을 치게 되고 그녀의 곁에는 감옥에 함께 갇혀있었던 설이도 함께 동반하게 되는데...
소설 [파도의 아이들]은 3명의 북한 청소년들의 힘겨운 탈북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담아낸다. 총알 세례를 피하고 두만강을 겨우겨우 넘어서 중국에 숨어들어도 그들은 술집에서 일하거나 허드렛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운 나쁘면 공안에게 붙들려 북으로 다시 송환되거나 소녀의 경우는 납치되어 몽골 같은 나라에 신붓감으로 팔리기도 한다. 불법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기에 전혀 인권을 보장받을 수 없어서 3명의 아이들의 탈북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너무 조마조마했고 안타까웠다.
이야기 내내 북한에서 쓰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외국어가 침범하지 않은 순우리말을 보는 듯하여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겨울에 동굴을 파서 돼지를 키우는 관습이라던가 여전히 가족들끼리 끈끈한 유대의 모습 등등 한때는 우리의 형제였던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운 좋게 북송되지 않고 제3세계 국가를 이용하여 탈출을 이어가는 아이들. 남들이 보기엔 무모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과연 그들은 그들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넘고 원하는 삶, 즉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에 도달할 수 있을까?
"바다는..... 바다는 정말로...... 이 세상에 있었다. 이렇게 출렁이고 있었어.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그리고 아마도 내가 죽어서도 출렁이고 있겠지. 그저 영원히 무언가를 이어주는 이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뜨겁게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 우리는 들었다. 우리에게 다가오며 온몸으로 답하는 바다의 소리를. 이 바다에서 모든 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