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이산화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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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왔던 세계가 바로 내 앞에서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SF 장르는 허무맹랑하다고. 우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한 영역이라는 말만 들었지 그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고, UFO와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카더라' 통신은 무수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증명할 만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과학 이론과 이론을 바탕으로 한 무수한 소설, 영화에 열광한다. 웜홀과 시간 여행,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을지 모르는 다중우주 이론 등등등 우리가 SF를 읽는 이유는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다양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가 아닐까?

책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는 여러 편의 짧은 단편이 수록된 SF 장르 소설집인데, 실질적인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라서 우선 설득력 있다고 느껴졌다. 예전에 이산화 작가의 장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와 "기이현상청 사건 일지"를 읽어봤는데, 특히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는 더 이상 인간 중심이 아니라 A.I.와 기계 위주의 세상을 보여주는 소설로써 아주 참신하면서도 면밀하게 구성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소설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에는 우주 공간, 유전공학, 시간 오류 등등 여러 주제와 관련된 과학 이론의 현실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에 이야기로 꾸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아이스크림이 동결 건조가 되면 그것을 아이스크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단편들 가운데 특히 재미있었던 단편 2가지를 들자면, [재시작 버튼]과 [과학 상자 사건의 진상]이었다. 어쨌든 결국 SF 장르도 인류 구원과 세계 구원의 메시지를 이야기 속에 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시작 버튼]

팔레르모 소령과 케슬러 중위가 타고 있던 유인 우주선 'BMAX'가 궤도 이탈 후 추락하게 된다. 그런데 추락이 다섯 번째까지 반복되자, 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추락 지점이 '마엘스트롬 시스템' 즉, 외부 공격을 감지한 후 즉시 핵무기가 발사되도록 되어 있는 공화국 자동화 방호 체제 쪽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들은 고민에 빠진다. 만약에 시간 반복이 멈추고 우주선이 예상 지점에 추락하게 된다면 그들은 인류 멸종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과연 이들의 다음 선택은?

[과학 상자 사건의 진상]

주인공은 초등 6학년 때 과학실에서 과학 상자인 "태극호"의 신비한 작동과 함께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다연이를 기억한다. 주인공 외에는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다연이.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한 후 주인공은 과학 동아리 "메커트로닉스"에서 마치 태극호를 연상케하는 과학 상자의 설계도를 보고 있는 선배 수빈과 만나게 된다. 수빈과 친해진 후 수빈을 통해서 그리고 나름의 조사 끝에 이 기계가 1850년대 존 머리 스피어라는 미국인이 만든 "인류를 구원해 준다는 기계" 즉, 신기 동력 기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주인공. 드디어 기계를 완성하고 과학실에서 함께 그것을 작동하게 되는 주인공과 수빈... 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단편 [재시작 버튼]을 읽으면서 짧은 순간 인류를 구원할 수도, 멸종시킬 수도 있을 두 주인공이 머리를 싸맨채 고민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나 탈출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고민한 주인공의 탁월한 선택이 좋았던 작품. [과학 상자 사건의 진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다중 우주 이론"이 등장한다. 그런데 막상 신기한 기계보다도 그 기계를 반드시 조립해서 작동시켜야만 했던 다연과 수빈의 사연이 더 궁금했다는 사실. 이 순간에도 다른 세계로 건너가고 싶은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라는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소설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는 평소에 과학 이론에 관심이 많고 특정 이론이 실제에 적용가능한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작품이다. 고르는 재미가 있는 어떤 아이스크림 브랜드처럼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SF 소설집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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