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 - 나는 나를 초대하여 정신분석 삶을 고백하다?
김현미 지음, 윤정 감수 / 북보자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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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다고 말하지 마라.

성공했다고 말하지 마라.

명예롭다고 말하지 마라.

상처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상처 속에서 살아갈 뿐이다.”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게 되는 사람들은 우선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아마도 본인의 마음속도 모르는데, 어찌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 책 [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는 윤정정신분석연구소에서 8년째 연구 중인 작가 김현미씨의 스스로에 대한 정신 분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부제가 [나는 나를 초대하여 정신분석 삶을 고백하다]이다. 누군가의 삶과 그 삶에 대한 분석이 한 편의 책으로 빚어졌다.

“서문”을 통해 작가는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진 학자 3명을 언급한다. 프로이드, 라캉 그리고 현 스승인 ‘정신분석가’ 윤정이다. 프로이드 이론에서 “자아”란 무의식 충동, 즉 이드를 향해서 명령과 금지를 전달하는 초자아가 되고, 라캉은 인간의 말과 행동은 결국 무의식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정은 자아란 하나의 [정신적 바이러스]이고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접근한다. 나는 정신분석학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으나 대단히 흥미로운 분야이고 어쩌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정신분석학을 통해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진다. 1부는 자아의 주체 / 2부는 말하는 주체 / 3부는 생명의 주체 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각 글은 시선 / 응시 / 전이 / 분열이라는 소제목을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이들은 일종의 정신분석학 속 이론이다. 저자는 각 정신분석학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선 : 자아가 상상하면서 바라보는 세계

응시 : 말하고 행동하고 난 뒤 보여지는 세계

전이 : 안전한 곳에 기대어 정박하려고 애쓰는 자아

분열 : 끊임없이 차이가 발생하고 그 차이 속에서 상처를 입고 한쪽으로 분열되는 것을 의미.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각 소제목에 따라 글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었다. “시선”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이미지라면, “응시”는 세상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는 이미지라 하겠다. 실제로 “시선”이 작가의 아버지를 가난하고 무식한 이미지로 바라보았다면, “응시”를 통해서 아버지가 겪은 삶의 아픔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자아의 “분열” 에 의해, 아버지로부터 입은 상처는 어느새 세상의 권력을 움켜쥐려는 여전사를 불러왔고, “전이”를 통해서 결국 저자는 모든 분노를 승화시켜서 공동체를 위한 활동, 즉 정의로운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모습이 된다.

이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가운데, 저자는 자신의 평생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 상처,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본다. 그때는 아팠지만 결국 상처가 삶을 지속하게 만들어준 에너지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중간 중간에 저자가 지은 시들이 그녀가 겪은 아픔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녀의 마음 속 긍정적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 [상처는 생명의 사랑을 기다리며 산다]는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받은 온갖 상처와 고통을 결국엔 에너지로 만들고 좀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상담 쪽에 몸을 담고 있는 저자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살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아무 상처없이 살아온 사람은 자신의 상처를 알지 못합니다.

슬픔, 괴로움, 아픔, 가난, 좌절, 절망, 자살 충동.

그런 흔적이 철학입니다.

그런 삶이 없다면 아름다운 삶의 교향곡을 들을 수 없습니다.

고상한 논리는 삶의 지도에 불과합니다.

상처는 생명을 기다리는 희망입니다"

-155쪽 상처의 노래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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