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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길 잘했어
김원우 지음 / 래빗홀 / 2024년 7월
평점 :
"내가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으로 세계를 끌어당기는 거야.”
젊은 시절에는 가진 게 없어도 꿈이 있었다. 그랬기에 초라한 현실이 우리들을 때리고 짓밟아도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에 계속 걸어나갈 수 있었다. 낭만과 이상 그리고 동경은, 젊은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책 [좋아하길 잘했어]라는 소설은 SF소설을 표방함에도 불구 마치 청춘영화를 방불케하는 낭만과 이상으로 가득한 책이다. SF와 청춘의 만남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양자 얽힘을 이용한 타임머신 제작이라던가, 우주 팽창 이론이 등장하니까 SF소설은 맞는데 이 안에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사회 개혁에 대한 열정 등이 있다.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소설집이고 각기 다른 분량의 3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든 것은 첫 번째 단편 “당기는 빛” 인데 주인공이 툭툭 내뱉는 농담이 진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사회에 나와 보면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뭔가 어두운데 따뜻하고 우울한 것 같은데 한번씩 던지는 블랙 유머가 진짜 배꼽잡게 하는 사람들.
#당기는빛
젊은 시절 문학 동아리에 가입할 만큼 순수하게 문학을 사랑했던 젊은이였던 주인공은 문학적 재능이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결국 어느 대기업 산하의 연구직으로 들어가게 된다. 얼마 후, 천재라는 타이틀을 가진 채 들어온 신입연구원 안미래가 양자 얽힘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미래 의식을 현재로 끌어오는 일종의 타임 머신을 개발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그녀의 첫 번째 실험 대상이 된다. 될대로 되라 싶었던 주인공은 선뜻 실험 대상이 되어준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주인공은 대학 시절 삼총사로 붙어다니던 친구 중 한 명인 윤수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을 받게 된다. 황망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으로 들어간 주인공은 윤수의 사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영정 사진을 보게 되는데...
다른 소설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당기는 빛]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우선, 주인공이 안미래에게 추천해준 타임머신, 즉 미래나 과거 의식을 현재로 끌어오는 것 이게 그나마 타임머신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계에 설득력을 제공한다는 느낌.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당기는 빛]은 마치 한 편의 청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열정적이고 뭐든지 꿈꾸게 하지만 정말 너무 짧다.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랄까?
[당기는 빛]은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는 우리가 그래도 현실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해주는 것 같은 소설이다. 별로 일도 없는 연구소에 천재보다 천재인 안미래가 들어온 것은 우연? 그녀의 컴퓨터의 시간이 하와이 시간대로 맞춰져 있던 것도 우연? 우연과 우연이 겹쳐지고 얽히면서 필연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단편 [당기는 빛] 내게 타임머신이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소설집 [좋아하길 잘했어]
"진정한 타임머신이란 사용자가 시간을 이동하는 기술이 아닌 거야. 바라는 세계를 현재로 끌어당기는 거지. 마치 견인광선처럼. 내가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으로 세계를 끌어당기는 거야." -55쪽-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