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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ㅣ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평점 :
"현재 이 섬은 디스토피아로 변했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사상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계산해서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폭탄이라는 단순한 지배 도구를 사용해서
만든 즉석 디스토피아다."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 이유도 모른 채 연속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도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른다. 작가 유키 하루오의 전작 '방주' 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무너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살아남을 가능성을 점치게 된다.
그런데 전작과는 다르게 이 사람들은 전파를 잡아서 핸드폰으로 구조를 요청할 수도 있고, 고무보트라는 도구가 있기에 얼마든지 탈출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스스로가 만든 밀실에 갇혀 있어야만 했을까?
주인공이자 화자인 재수생 리에는 다른 가족보다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아빠인 오무로를 따라 큰 아빠인 슈조가 생전에 소유했던 에다우치지마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큰 아빠는 젊은 시절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자유롭게 살던 풍운아였으나 얼마 전 홋카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이후, 이 섬을 관광지로 개발하고 싶다는 누군가의 요청에 따라 섬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 - 관광 개발 회사, 건설회사 그리고 부동산 회사에서 온 각각의 사람들 7명 - 그리고 리에와 아빠 오무로까지 총 9명의 사람들은 다소 여유로운 마음으로 섬으로 들어선다.
섬은 마치 병뚜껑을 엎어놓은 모양이다. 둘레는 1킬로미터 남짓이지만 높이가 높아서 약 8~9미터가량 되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거의 5년 만에 온 터라, 섬의 이쪽 저쪽을 살펴보기 위해서 날이 저물 때까지 분주하게 돌아다닌 오무로씨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깔끔한 성격의 슈조가 거대한 휘발유통을 세탁실에 남겨두었다는 점. 그리고 부엌에는 누군가가 먹고 정리하지 않은 듯한 음식 찌꺼기가 남아 있었다. 결정적인 것은 바로, 작업장 안에 들어있는 거대한 무언가.... 코를 찌를 듯한 화학약품 냄새와 뭔지 알 수 없는 기계와 배선 장치 그리고 옆에 놓인 배터리들...
기폭 장치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도 발견되면서 이것들이 폭탄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작업실 뿐만 아니라 방갈로에도 가득 찬 엄청난 양의 폭탄들.. 만약에 터지면 섬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 테러 범죄가 심히 의심되는 상황이라 리에는 아버지가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경찰을 부른들 뭔가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 말하며 신고를 미루는 오무로.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충격적이게도 사람들은 절벽에서 떨어진 시체 한 구를 발견하게 되고, 곧이어 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십계"라는 제목의 규칙 사항이 적힌 종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도대체 이 외딴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방주'의 범인을 알았을 때 심장이 얼어붙는 충격을 느꼈다면 '십계'의 범인을 알았을 땐 전율이 이는 공포를 느꼈다. 와.... 한마디로 엄청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간까지는 그저 비슷비슷한 밀실 미스터리이지 않은가? 했는데, 중간을 넘어서고 범인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 싶을 때쯤, 갑자기! 느닷없이! 드러나는 반전 때문에 진짜 척추를 타고 흐르는 놀라움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진짜 이 작가님은 어떻게 독자들을 놀래킬지 평소에 연구하는 사람이 아닐까?
'방주'에서는 살인 사건에 대한 추리 외에 사람들이 직면하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 라는 부분이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믿음에 대한 시험'이라는 부분이 나를 사로잡는다. 신은 우리에게 이유나 논리를 알려주지 않은 채 무조건 믿고 복종하도록 이끈다. 만약에 믿음이 충만하다고 자부하는 인간이 신을 따르지 않거나 배신했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인가? 죽음 혹은 고통? 전작 '방주' 만큼 서늘하고 짜릿한 결말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는 작품 "십계" 깜짝 놀랄만한 엄청난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