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제빵소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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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에 위로를 전하는 향긋한 빵 한 조각

누군가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빵을 물어본다면, 아마도 언니가 뚝딱뚝딱 만들어준 카스텔라 빵이라고 말할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는 많이 바빴고 어린 동생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장녀인 언니였다. 지금처럼 유튜브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어디서 레시피를 배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정도의 나이밖에 되지 않았던 언니가 전기밥솥으로 만들어줬던 카스텔라는 정말 맛있었다. 아마도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었기에 맛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소설 [라라제빵소]도 음식에 깃든 사랑과 정성을 이야기한다. 실패로 인한 좌절로 인해서 더 이상 빵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던 주인공 안창석이 다시 진심을 담아 빵을 만들게 된 계기는 돌아가시기 전 스승님이 남긴 바로 이 말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빵을 만들어라"

주인공인 안창석은 젊은 나이에 제빵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제빵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되며 승승장구하는 안창석. 그러나 너무 일찍 성공을 거뒀던 것일까? 그를 시기, 질투하던 무리들이 유튜버와 짜고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린 후 이미지가 추락하게 되고 탈세 혐의까지 겹치며 결국 사업을 접게 되는 주인공. 그가 망한 이유는 남들의 계략도 계략이지만 결국엔 빨리 성공하고자 했던 본인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온 "화"라고도 할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불의의 사고로 인해 오른손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앞으로 계속 빵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도 알 수 없게 된 주인공. 좌절한 채 살아가던 안창석은 젊은 시절 자신을 제빵으로 입문하게 해준 스승님을 만나기 위해서 강화도로 건너오게 된다. 그러나 호랑이처럼 엄격했던 스승님은 치매에 걸려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계셨고 스승님이 운영하던 제빵소도 이제 하얗게 먼지가 쌓여있었다. 과연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이곳 강화도에서 주인공은 삶의 의지를 다시 다질 수 있을까?

[나당 탐정사무소 사건 일지]나 [십자도 살인 사건]등 추리소설 장르로 유명한 윤자영 작가님의 힐링 소설 [라라 제빵 소]를 만나보았다. 빵이라는 음식이 가진 느낌처럼 이 책도 읽는 내내 아주 따뜻하고 향긋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통해서 작가님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우선 성공과 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것. 그리고 사람이기에 우리는 실수와 실패를 하면서 살아가지만 결국 거기서 뭔가를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유명한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 "뭣이 중헌디?"가 읽는 내내 떠올랐다.

스승님의 손녀인 손라라가 서울에서 내려오고 한때는 제빵의 신이었던 주인공에게 제자가 되기를 청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제빵에 돌입하는 안창석과 라라. 그들은 제빵소의 이름도 라라제빵소라고 붙이고 무조건 좋은 재료와 최고의 정성으로 빵을 만들어낸다. 그 와중에 배고프고 마음이 허한 사람들까지 만나게 되면서 주인공 안창석은 빵이라는 수단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욱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일까지 하게 되는데....

[라라제빵소]를 읽으면 어딘가로 가고 싶어질 것이다. 엄마처럼 넉넉한 마음씨에 유머 감각까지 끝내주는 김포댁과 정말 맛있는 빵을 야무지게 만들어내는 제빵사 안창석과 손라라가 있는 라라제빵소로. 한때는 성공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서 진짜 빵을 만들지 못했었던 주인공은 스승님이 남긴 말 한마디를 등불 삼아 진짜 빵을 만들고 그 빵으로 사람들을 살려 나간다. 돈이 최고가 되어버린 세상, 우리는 마치 길을 잃어버린 아이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었던 따뜻하고 포근한 책 [라라제빵소]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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