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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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 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인류가 좇아온 꿈의 비밀을 탐구하다"

나는 평소에 꿈을 많이 꾸고 기억도 잘 하는 편이다. 예전에 이상한 꿈을 많이 꿨을 때는 기록을 해두기도 했다.

꿈에서 다른 언어를 쓰기도 하고 인류가 종말을 맞는 끔찍한 꿈을 꾸기도 했는데, 그냥 개꿈이라 생각하고 의미에 대해서는 크게 마음을 두지 않았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꿈을 잘 꾸지 않거나 기억을 못 하는 쪽이 많았는데, 이렇게 개인차가 있다 보니 꿈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졌다. 왜 사람은 하루에 일정 정도의 잠을 자야 하고 꿈을 꾸는 걸까? 그러던 차에 이 책 [꿈의 인문학]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 싯다르타 히베이루 박사는 브라질의 신경과학자이다. 그는 박사과정을 위해 뉴욕을 갔다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에는 잘했던 영어를 갑자기 이해하지 못하게 된 저자. 그런데 꿈속에서 영어로 말하고 길고 강렬한 서사를 경험한 이후 다시 영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된 저자는 그 꿈을 꾼 이후 완전히 다른 인지적 변화가 일어났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곤 이런 질문을 하는 저자, " 왜 우리는 꿈을 꾸고 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며 꿈은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저자는 무려 19년간 꿈과 수면에 대해 연구 분석한 내용을 담아놨는데 실로 방대하고 폭넓은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인류가 동굴 벽화에 그려놓은 그림과 꿈의 연관성을 다루는 내용부터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까지, 즉 역사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신경학, 심리학 등등 매우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집대성되어 있는 자료이다. 본격적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책 맨 앞쪽에는 이집트의 스핑크스부터 살바도르 달리와 마크 샤갈의 초현실적인 그림이 소개되는데, 생각보다 인류가 아주 초기부터 잠과 꿈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왜 우리는 꿈을 꾸는가]에는 인간이 꿈을 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실려있다. 꿈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게 반영이 되고, 비논리적이고 상징적이며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강조된다. 저자는 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무의식이 꿈으로 드러나면서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나 해결되지 못한 상처가 꿈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한다. 그리고 고대에는 꿈을 신의 계시로 여기면서 신성하게 취급했는데, 예를 들자면 위장병이 있던 한 남자가 꿈에 신전에 들어가자 신이 자신의 오른손 손가락을 내밀고 먹으라고 권한다. 그는 깨어난 후 "손가락"이라고 불리던 최상급 대추야자열매를 먹고 병을 고치게 된다.

3장 [살아있는 신부터 정신분석학에 이르기까지]에는 신의 계시와 예언이라는 높은 지위를 누리던 꿈이 차츰 쇠퇴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문자가 발명되면서 신의 말씀을 담은 기록이 후대에 전달됨에 따라 사람들은 꿈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신을 만날 필요가 없게 된다. 말하자면 인간이 자신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 것. 근대에 들어와서 프로이트라는 학자가 정신분석학을 소개하게 되면서 꿈은 더 이상 신의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영역 위주로 분석되고 해석되게 된다.

[꿈의 인문학]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꿈과 창조성을 연관 지어놓은 12장 [창조를 위한 수면] 이었다. 꿈속의 병사들이 들고 있던 창의 머리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재봉틀을 발명한 일라이어스 하우와 꿈속에서 들린 선율을 기억해 내서 "예스터데이"라는 명곡을 쓴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사례뿐 아니라, 꿈에서 받은 영감으로 문학, 회화, 과학, 수학 등등 실로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룬 업적과 발명이 소개된다. 물 밖으로 드러난 작은 얼음조각이 사실은 물 아래에 있는 거대한 빙하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꿈을 통해서 우리의 무의식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이 12장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인문학이라는 타이틀도 그렇고 신경학 분야의 전문가가 썼기에 막연하게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분야인 신화나 전설이 많이 실려있고 어떻게 보면 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폭넓고 방대한 지식이 실려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쓰기까지 왜 1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지 알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 현대인들은 바쁘게 생활하느라 수면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편인 듯한데, 이 책을 보면 왜 수면과 잠이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낮의 활동이 밤의 휴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 인류의 모든 창조와 발명은 자는 동안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꿈을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꿈의 인문학]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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