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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ㅣ 앤드 앤솔러지
조예은 외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평점 :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그리고 사이코패스까지.
주변을 맴도는 묘한 이질감, 그 이면에 숨은 그들만의 사정은?
책 표지에 그려져있는 곰인형의 두 눈동자가 어찌된 일인지 굉장히 섬뜩해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가진 곰인형. 그 곰인형을 닮은 사람이
비정상적인 인격을 가진 채로, 마치 정상적인 사람인 것처럼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소름이 돋는달까?
이 책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은 단편소설집으로써 총 5편의 단편들이 책 안에
수록되어 있다. 나르시시스트부터 사이코패스까지, 다양한 정신병리학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섬뜩하고 무서운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뭔가 기묘하고 독특하게 다가온 단편도 있었다.
단편 [지상의 밤] 주인공은 회사에서 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몇 년을 방 안에만 틀어
박혀서 살아왔다. 평생 그에게 밥을 챙겨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배고픔 때문에 들른 편의점에서 절도의 쾌감을 느끼고 난 이후 그는 뭔가
삶의 에너지 비슷한 걸 얻게 된다. 이후 여러 군데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잡힐 뻔한 이후, 그는 해파리로 변하게 도와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게 되는데....
이 단편을 읽으면서 어두운 바다 홀로 밝게 빛나는 해파리가 보이는 듯했다.
굳이 해파리로 변할 이유가 뭐가 있나, 우리 모두 세상이라는 바다 위를
홀로 외롭게 떠다니는 해파리 같은 존재들인데 싶었고, 기묘하지만 뭔가 위로를 받은 단편이었다.
이외에도 좀 섬뜩했던 단편들은 전건우 작가의 [없는 사람]과 조예은 작가의
[아메니아스의 칼]이었다. [없는 사람]의 경우,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조현병 환자의 섬뜩하고 공허한 눈동자가 보이는 듯했다. 결말의 반전이 놀라운 작품.
[아메니아스의 칼]에서 작가는 정신적 포식자, 즉 남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서로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상대방의 모습에 비친 "나"만을 사랑하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정지음 작가의 [안뜰에 봄]에서는 삼촌댁에 얹혀사는 주인공 정원이가 평생
삼촌네 가족들에게 치여서 살다가 결국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가족 안에도 소시오패스가 한두 명쯤은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뭔가 오싹함을 느꼈다. 단편 [레지던시]에서 젊은 시절
연애에 줄곧 실패하고 남자들을 저주했던 나 자신이 떠올랐는데, 이것도 정신병이고
경계선 인격 장애라는 증상으로 불린다니... 운 좋게도 결혼을 했구나 싶었다.
다양한 작가들이 펼쳐 보인 5가지 이야기들은 우리가 혹시 거대한 정신 병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하게 만든다. 나는 물론 정상이지,라고
흐뭇하게 책을 덮으려고 하는 순간, 전건우 작가의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 눈에
들어온다. " 당신 주위에 사이코패스가 없다면... 혹시 당신이 사이코패스인 건
아닐까요? " 이상인격이라는 주제로 독자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재미있는
단편소설집 [이웃집 소시오패스의 사정]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