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더링 하이츠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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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걔가 절대로 알면 안돼.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넬리.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댜.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걔의 영혼은 내 영혼과 같아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감동을 주는게 있다면 바로 고전 문학이 아닐까?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에 읽었던 " 워더링 하이츠 " 그러나 첫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어릴 적 느꼈던 그 진한 감동이 마음 속에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비극적 운명과 광기어린 집착, 그리고 죽음도 뛰어넘는 열렬한 사랑은 여전히 소설 속에 살아있었다.

고립된 지역에 위치한 데다가 거센 바람마저 부는,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의 " 워더링 하이츠 " 이곳에 사는 언쇼 가문에 입양된 히스클리프는, 은근한 차별과 학대 등으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마음의 뿌리를 제대로 내릴 곳 없던 그였지만 영혼의 진동수가 비슷해 보이는, 자유롭고 야성적인 캐서린 언쇼와 마치 쌍둥이처럼 붙어다니게 된다.

짝을 정할 만큼 나이가 찼을 무렵, 캐서린은 다소 경솔하게 돈도 없고 신분도 비천한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것이 망설여진다는 식으로 식모 넬리에게 말해버린다. 당시에 같은 공간에 있었던 히스클리프가 엿듣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사실 그 말 뒤에 더 중요한 말이 있었는데, 캐서린의 의도를 완전히 오해해버린 히스클리프는 아무 말없이 언쇼가를 떠나버린 뒤 3년이란 시간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이 캐서린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역시 내가 폭풍의 언덕에 푹 빠져서 읽은 이유가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 복수는 나의 것 " 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사랑을 저버린 캐서린이나 유년시절 내내 자신을 괴롭힌 힌들리 그리고 운명의 사랑을 데리고 가버린 에드가 린턴 등등등.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마치 괴물처럼 변해서 이들 모두를 지옥으로 몰아넣는다. 객지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떻게 복수를 할지 차근차근 계획을 짜는 히스클리프가 떠올라서 몸서리가 쳐졌다.

그러나, 이 "워더링 하이츠" 가 과연 복수극일까? 나는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히스클리프를 보면서도 그저 순전한 슬픔만이 보일 뿐이었다. 엄마잃은 아이가 그러하듯, 고향을 잃은 채 우리에 갇혀버린, 상처입은 동물이 그러하듯,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존재가 울부짖으면서 모든 방향으로 칼을 휘두르는 듯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물론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현실에 살아있다면? 정말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놈의 사랑이 뭔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미친 사랑, 그 사랑을 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이기적이고 뻔뻔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그러나 하느님을 믿고 따르며 질서있게 살아가는 에드가 린턴보다 지독하리만큼 나쁜 남자 히스클리프가 매력있는걸 어쩌면 좋으리.

다른 책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책은 당시 일꾼들이나 하녀 계층에서 주로 사용하던 사투리 영어의 어감을 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소 장황하고 격조있는 듯한 귀족들의 언어 사이사이로 들리는 단순하고 투박한 그들의 언어 덕분에 좀 더 생생하고 극적으로 다가온 듯 하다.

"워더링 하이츠"는 고딕 소설의 장점과 매력을 잘 보여준다. 당시 종교적이고 억압된 사회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악하기까지한 인간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황폐하고 음울한 배경이 마음껏 활용된다. 게다가 죽음과 불행은 인간의 가장 친절한 친구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이런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으며 사랑받는 소설에는 이유가 있다. 나에게는 여전히 감동 그 자체인 소설 "워더링 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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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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