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의 입맞춤
남한 지음 / 솔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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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의 나는 매순간 기억에 얽힌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다.

어마어마한 감정의 폭포수를 맞으며 살았다고나 할까.

지금은 그때와 달리 조용하고 차분하다. 어느때가 정상이고

어느 때가 비정상인가?”

평생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5살 때 세상을 떠난 아들

이호를 내내 그리워하던 지적이고도 섬세한 남자 승우는

뇌종양 수술을 받고 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마치 회로에 이상이 생긴 기계처럼, 인지기능과 감정처리에

손상이 생겨버린 주인공 승우.

일상 생활을 유지하게 해 준 정체성이 송두리째 사라지면서

그는 수십 년간 애정을 유지해온 아내와 정치적 이념을

공유하며 함께 싸워온 동지들과도 급속하게 멀어지게 된다.

머리 속이 뒤죽박죽 되면서 일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할 수 없게된 그는 급기야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길거리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승우..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유령과의 입맞춤]은 같은 제목을 가진 단편소설을 포함하여

총 5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처음에는 평범한

SF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장르 소설이라고 구분하기에

좀 애매한, 독특한 소설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지적인 실험 소설 " 이라면 될런가?

각 5편의 단편들은 매우 날카롭게 인간성이라는 것을 파고든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아주 깊이 있고 밀도가 높다.

어떻게 보면 " 인간이란 무엇인가? " 라는 주제를 두고 펼쳐지는

매우 철학적인 담론같다는 느낌도 든다.

앞서서 이야기했던 단편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 은 뇌 수술로 인해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남자 이야기이다. 평생을 바쳤던 노동 운동에 대한

애정과 의미를 상실함과 동시에, 세상을 보다 넓은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승우.

선과 악,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 등등 일반인들이 세상을 나누는

기준으로부터 완전히 이탈하게 되는데...

[유령과의 입맞춤]에 실린 5편의 단편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펼치는 학자들의 철학적 토론, 담론? 같다는 느낌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굉장히 깊이 있고 밀도가 높다. 그래서인지

자꾸 곱씹게 된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걸어온 길, 그들의 선택,

그리고 그들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 등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마음속에 남아있다.

어쩌면 작가가 독자들에게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이렇게 어리석기도 하고 지혜롭기도 하며, 가끔은

자비롭지만 한없이 잔인해질 수도 있다.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러왔지만 또한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도 인간이다.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작가가 하는 듯.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치열한 고민 없이는 이런 소설을 쓰지 못하겠다

싶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바닥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공허감도 자리 잡고 있는

소설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독자들을 보다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로

이끄는 소설집 [유령과의 입맞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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