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도시 속 인형들 2 안전가옥 오리지널 30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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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의 어둠은 더 깊어졌고

그 어둠을 가로지르는 인물들의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다.

한층 넓어진 이야기, 한층 리얼해진 사건들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진 [샌드박스] 그러나 화려한 기술의 이면에는 외롭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었으니... 온라인 게임과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범죄 사건들을 주로 다루었던 [모래 도시 인형들]이 2편으로 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1편에 비해서 훨씬 더 커진 스케일과 더욱 더 깊고 어두운 분위기를 장착한 작품이다. 앞으로 3편이 등장하게 되면서 장장 3부작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할 것이라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된다.

1편에서처럼 검사 진강우와 민간 조사관 주혜리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유독 주혜리 조사관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런데 뉴페이스로 강경미라는 순경이 등장하는데, 여러 사건을 두고 혜리와 치열한 (?) 추리 경쟁을 벌인다. 작품 전체에 스며든 어두운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엉뚱하고 4차원적인 캐릭터라 자주 이야기에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주제면에서 봤을 때는, 역시 이경희 작가가 항상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죽음/외로움] , [서열/권력]라는 주제가 다루어진다. 1편에 비해서 좀 더 주제의식이 뚜렷해졌다는 느낌이 들면서 점점 샌드박스 전체를 조종하는 거대한 힘에 주인공들이 다가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에서는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형태의 인공 지능을 소개해 준다. 최고급 의료 보험의 혜택으로 150살이 넘게까지 살았던 힐다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뒤통수에 뚜렷하게 표시된 총상으로 봤을 때는 자살이라기보다 타살에 가깝지만, 주혜리 조사관은 그 반대를 말해주는 여러 정황을 발견하게 된다. 챗 GPT를 쓰면서 감탄했었는데, 과연 인공 지능의 발전은 어디까지 이루어질 것인가? [셋이 모이면]에는 센텀 메가 포레 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이한 테러 사건을 다룬다. 재건축으로 사람들이 갈등할 때 그 속에서 지독한 집단 이기심과 계층에 대한 차별 등을 엿볼 수 있는데 이 에피소드에서도 그런 면이 부각이 되었다.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신체 단말 장치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에피소드.

[복원 요법]은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특히 디스토피아 분위기가 많이 흘러서 좋았다. 지구 멸망 후에 살아 남은 인간들.. 방사능으로 인해 온몸이 암덩어리인 아이들이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서 떠나는 여정. 그런데 그 여정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라는 게 감동 포인트였다. 그리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지만 어쩌면 인간의 근원에 다가가는 결말이 아닌가 하여 흥미롭기도 했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그 스마트폰! 지유와 계속 소통을 하는 스마트폰의 주인이 누군가 했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인 [세컨드 유니버스]에서 그 정체가 조금 드러난다.

샌드박스처럼 오만가지 첨단 기술이 발달되어 있는 곳에서도 역시 돈과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지배계급이 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하늘을 찌를 때 다른 한쪽에서는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소설은 계속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마지막 [세컨드 유니버스]라는 에피소드에 특히 모든 것을 누리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이어가는 재벌들의 어두운 모습이 정체를 드러낸다. 이 에피소드가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가상 현실을 다루고 있는데,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몽환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샌드박스의 핵심 세력으로 다가가고 있는 듯한 민간 조사관 주혜리, 과연 3편에서는 어떤 사건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약할 것인가? 이경희 작가의 독특한 서사로 탄탄하게 구축된 세계관을 보여줄 [모래 도시 속 인형들 3]가 너무 기대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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