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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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살이 창궐한 지 60여 년이 지난 현재, 인간은 정말 도덕적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나? 레미는 인간이 폭력을 저지를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악행을 아무리 저질러도 빨리 죽지 않는 인디고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푸른 살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P. 74

폭력을 저지르면 푸른 살이 돋아나고 푸른 살이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나무로 바뀌어 버리는 미래의 인류들. 책을 읽으면서 감탄을 했다. 어쩌면 이렇게 독특하고 참신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작가 이태제씨는 교직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이렇게 재미있는 SF 소설을 쓰실 수 있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폭력성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통제하는 미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범죄와 폭력, 어둡고 암울한 미래 세계를 화려한 액션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표현해 내는 소설 [푸른 살]

현재는 2095년 한국 땅. 약 60년 전에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2035년에 아프리카에 떨어진 유성에 외계 물질이 묻어왔다. 그 외계 물질은 인간의 뇌에 기생하면서 푸른 살이 돋게 만들었다. 폭력성을 발현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푸른 살의 영역... 영역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류가 받는 고통은 더 크다. 푸른 살 말기에 이르면 인류는 나무로 변해버린다. 나무가 인간이었다는 증거는 나무속 두개골뿐.

서비스직을 수행하다가 이제는 청나무 제거반에 소속되게 된 휴머노이드 " 레미 "는 낡은 빌라가 모여 있는 동네에 호출된다. 빌라에 살고 있던 사람이 나무가 된 모양이었다.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다 보면 낡은 빌라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도 있기에 제거 작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레미는 한때는 부모였을지도 모르는 나무를 지키고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레미에게 도끼를 휘두르다 폭력을 제어하는 푸른 살이 내리는 고통 때문에 기절해버린 어린아이.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어서 트럭에 태우고 나오던 길에 레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한다.

한편, 드레스덴 경감은 한얼시에서 발생한 경찰에 대한 테러 사건이 국제 교도소 탈출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약 10년 전 스마트폰에 링크를 보내어서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그놈, " 아이버스터 " 가 탈옥수 중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드레스덴 경감. 그는 경찰이지만 그도 푸른 살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새 말기에 와 있어서 그가 정찰 중에 나무로 바뀌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책은 어느새 레미와 아이를 납치하고 도주하고 있는 탈옥수 3명을 비추고 있다. 휴머노이드 " 레미 "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탈옥수는 " 키켈롭스 "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탈옥수는 " 블라인드 " 등으로 표현한다. 이들이 왜 레미와 아이를 납치하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들이 국제 교도소를 탈출한 범인들이고 서로의 언어를 알 수 없는 외국인이기에 통역 등의 목적을 위해서 레미를 납치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인류와 A.I. 가 더 이상 분리되어 있지 않은 사회를 잘 그려낸다. 푸른 살이 내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이보그 수술을 감행하는 사람들.

천문학적인 수술비 때문에 불법 수술을 받다가 신체를 잃어버리고 스크린과 스피커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신 인류들... SF 소설 [푸른 살]이 그려내는 세상은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매혹적이면서도 화려하다. 스토리 구성 자체가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하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휴머노이드 레미의 활약이 대단하다. 엄청 재미있었던 소설 [푸른 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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